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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65

개와 고양이


BY 다정 2005-07-27

"어쩜 그렇게 인정이 없니?

 너도 한번 키워봐. 인간이 달라진다..."

 

그렇다.

 난 졸지에 인정도 없고 정이라고는 동네 구멍가게에서 사서 보여야 할 정도가 되버렸다.

성씨가 다른 두 사람이 한 집에 살고 있다.

아니지 둘은 같고 하나만 틀리군.

그런데 성향도 틀리다, 다른 것이 아니고 틀리다.

부부 사이를 원만하게 유지할려면 우선 남편과 나는 다른 사람인 것이지

틀린 사람이 아님을 우선 마음에 새겨야 한다고 누가 그랬지만서도

우린 아무튼 틀리다.

개와 고양이에 관해서는.

 

성씨가 다른 두 사람은 너무 빠진다.

거의 실성을 할 정도로

동물들이 거의 사람처럼 행동하고 생활하는 면을 담은 방송의 장면을 넋을 놓고 똑같이

입을 벌리고 본다. 그것도 아주 눈에 광채를 내면서.

 

시어머님이 살아 계셨을때에는 시댁은 동네 고양이와 개들의

식당겸 사랑방내지는 산후 조리원 같은 곳이었다.

철마다 달마다 그들은 새끼를 분만했었고

털 색깔에서 부터 동네의 어느 골목을 쏘다니던 개인지

모든 행동 상황을 두루 꿰고 있을 정도 였다.

제사때면 부엌으로 통하는 문 앞으로 그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음식이 넘쳐남을 사람보다 먼저 알고 있었는 듯이

음식 정리하랴, 손님 치르랴, 정신없는 와중에도

어머님은 한가득 뼈다귀며 찌꺼기들을 챙겨 두셨고

그 바람에 헛간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쥐들은 그저 그들의 장난감에나 진배없었다.

 

어머님이 세상을 버리시고 난후

그 많던 고양이와 개들도 챙겨 주는 주인이 없음을 아는지 보이지 않더니

지난 제사에 내려 가 보니 그래도 몇 해를 보아 온 삼월이(고양이)가 새끼를 또 낳은 모양

헛간에 마련된 삼월이의 산후 조리원은

푹신한 옷에다 나무 잎들,,,,,그리고 꼬물거리는 새끼...

큰조카에서부터 남편은 눈에 넣으면 다칠 정도로 쓰다듬고

그들과 성씨가 다른 우리네 여자들

질부와 나 형님은 그 모습을 건너 보면서

 "저만큼 사람한테나 잘했으면, 그저 얼르고 쓰다듬고 그 반만이라도 잘하면....."

 

남편의 가게에 길 잃은 강아지가  들어 왔다고 한다.

핸드폰 사진에 가족은 없어도

그 강아지 깡통이는 여러 자세로 녹여날 듯이 담겨 있다.

" 깡통아 그러면 그 자식이 말야, 꼬리를 살살 거리며 으아..미친다니깐.."

하루라도 그 깡통의 이야기를 안하면 머리가 깡통이 되는지

남편은 '깡통'만 달고 있다.

성씨가 같은 아이는 말만 들어도 침을 꼴깍거리며

엄마의 인정 없음에

사랑 부족함에

왜 개와 고양이를 이뻐하지 않은지에 대해

날마다 그 복잡한 논술을 읊어 댄다.

 

1층에도 하얀 몸에 귀가 분홍인 개가 산다.

쓰레기 버리러 내려 가면 그 개는 묶이지도 않은 채 나를 향해 도발적인 자세를 취한다.

움찔거리며 물러 나면 그 아저씨는

 "야가 얼마나 착한데요. 절대로 물지 않아요."

 

고백하건데

난 개와 고양이가 무섭다.

유년 시절, 놀이터에서 개에게 한 번 물리고 부터는 쌍으로 고양이까지 무섭다,

절대로 물지 않는다고 걔네들 머리속에 입력이 되어 있는지 그 아저씨는

날마다 나에게 주입을 시키지만

크르렁 거리는 그 개의 숨소리만 들어도 솔직하게 무섭다..

 

성씨가 다른 두 사람은 오늘도 조른다

깡통이를 어떻게 할 수 없겠냐고

그 만큼 인간에게 잘하라고 소리를 높여 보지만

이 집에서 나는 아웃사이더이다...개와 고양이에 한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