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친정엄마가 뭘 잠깐 잊곤하면,
엄만 그걸 잊어버리냐며 잔소리 해대던 내가
지금 40고개에 밖에 나갈려면 되도록 손에 뭘 들어선 안된다.
우산이고 지갑이고 핸폰이고 손에서 놓기만 하면
그것은 이미 내것이 아니다.
100% 중 90%이니 정도가 좀 심하긴 하다.
예전 쓰잘떼기 없이 주절주절 외우고 굳이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잘만 기억하던 것들이 언젠가 부터 지우개로 지워지듯 희미해져간다.
제일 괴로운 것이 전화번호는 둘째치고, 사람이름이다.
코앞에 사람을 두고, 전화를 해놓고 사람이름이 기억이 안나
우습지도 않게 버벅대곤 한다.
다른사람들도 나이는 못 속인다며 건망증을 탓하는데
지금도 진짜, 정말 별것도 아닌것은 기억한다.
한데 중요한 약속 같은 것은 쪽지를 5,6장 만들어 여기저기
눈이 갈만한 곳은 다 붙여놓고 주위사람에게 알려달라 부탁한다.
이 믿지못할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참으로 난감하다.
그래도 쪽지적는 습관이라도 들여서 실수는 덜 하지만
여간 귀찮은게 아니다.
언젠가는 손바닥에 써놓은 글씨도 3일만에야 본적이 있다.
물속에 손을 몇번을 담그면서도 신경을 쓰지 않아서---
다행이었던 것은 아는 동생에게 옷을 빌려주기로 했었던건데
하루 여유시간이 있어서 갔다줄 수 있었다.
아무리 예전에 내가 아니라지만 너무한다.
책속에 내용을 줄줄 말해나가던 나는 어디로 갔나?(보신분은 돌려보내 주세염)
하늘로 갔나? 바다로 갔나? 바람타고 떠났나?(지금의 나는 절대 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