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없는 친구들은 '니는 딸이 둘이나 있어서 좋겠다'하지만
딸이 둘이나 있으면 뭐하누.
옷을 사도 저들 취향에 맞게 사다보니 나는 어디 난닝구 하나
얻어 입을 수도 없고,신발은 사이즈가 달라서 못 신고
그래도 억지로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 아이들 셔츠를 한번
걸쳐보면 어째 얻어 입은 옷마냥 아래 위가 어색해서
후즐근 해도 내 옷을 입는게 낫다.
벗어 놓으면서 괜히 궁시렁 거린다.
[어째,, 같이 좀 입을만한거 사오면 때리남..?
뭐이 이렇게 치렁치렁 달렸고 어깨끈도 좁고
더운데 꼭 그렇게 겹쳐 입어야 되는지 원..]
옷장 정리를 좀 하라고 했더니 왠걸 저들이 무슨 재벌 2세나
되는 줄 아는지 작년에 입던 옷들을 뚤뚤 말아서 꺼내 놓고 버리라고 한다.
옷장 정리를 하라고 했지 뭐 갖다 내버리라고 했나?
나는 무슨 검색원처럼 그 뭉텅이를 다시 뒤집었다.
티셔츠는 모가지가 조금 늘어나긴 했어도 한 해 더 입는데는
무리가 없어 보이고,양말은 뒤축만 약간 낡았지 한참은 더 신겠고
속옷은 고무줄도 늘어나지 않았는데 왠 일이랴?
브라쟈는 와이어가 조금 나왔다고 내 놓았다.밀어 넣으니 들어가구만..
버릴 때는 과감하게 버려야 하거늘 나는 그 버림에 인색해서
몇번이고 들석이다 결국 몇 개는 도로 내려 놓는 미련퉁이라
이번에도 역시 양말은 도로 남겨 놓았다.
저 양말이면 내가 집에서 일 년은 더 신겠다.
에미는 버릴까 하다 씻은게 아까워서 한번만 더 입고 버려야지
하던 것을 입고 신다보니 한달은 더 가던디..
딸도 있어야 하고 아들도 있어야 겠지만
딸만 키우다 보면 아들에게는 필요치 않는 여러가지가 든다.
대표적인 예로 기본적인 속옷도 하나 더 필요하고(브라쟈)
샴푸는 왜그리 많이 쓰는지..그리고 또 하나가 생리대이다.
한 집에 세 여자가 벗어 내는 생리대도 만만찮다.
아들만 둘 있는 언니네에 가보면 화장실에 휴지통이 없다.
허나 우리집 화장실에 휴지통은 필수다.
머리 한번 감고 나오면 화장실에 온통 시커먼 머리카락이 하수구 구멍을 막을라 들고
한 달에 한번씩 마술에 걸리는 작업도 셋이 번갈아 하다보면
우리집 화장실 휴지통엔 거의 매일 그것(?)이 들어 있다.
자칫 휴지통 관리를 잘못하면 손님 왔을 때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아기들 기저귀 못지 않게 어른용도 비싸다.
종류도 다양해서 어떤 제품이 어떤지도 모르겠고 해서
나는 값을 따져 사게 된다.
세일을 한다거나 어쩌다 덤이 올라가 있는 제품을 골라 오는데
아이들은 그게 또 아니다.저들이 애용하는 제품이 따로 있어서
그걸 사게 하는데 가격을 비교해 보면 그게 훨씬 비싸다.
코텍스 뉴 후리덤만 있을 때는 골라야 하는 고민은 안해도 되었는데..
더워서 목이 좀 패인 셔츠를 입었더니 길다란 목이 더 길어 보인다.
작은 딸이 목걸이 하나를 주면서 걸어 보라고 한다.
잘 하지도 않던 악세서리지만 이럴땐 딸이어서 좋다.
이런~변덕..
목걸이,귀걸이,머리핀,머리띠,머리끈,시계,가방..
두 딸녀니가 사다 놓은 물건은 많구만
내가 걸고 달고 꽂을 만한 물건은 없고
제일 만만한 상대로 작년에 실컷 사랑받다 시들해진
가방 하나를 올 여름 패션으로 정한 딸만 키우는 에미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