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 금지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51

방만한 자유에 대하여.


BY 합격이엄마. 2005-06-18

어제 친구아기의 돌잔치가 있었다. 아이를 안아들고 빨간 한복을 입고 번들해진 화장을 고칠 새도 없이 오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고 다니는 10년지기 내 친구. 눈가에 육아로 쳐진 주름이 역력하고 자미부인머리라고 틀어올린 미장원머리는 아기가 어르고 파묻고하여 엉망인 채로 돌아다닌다. 초밥하나를 먹다말고 일어나고, 김치국물을 뜨다말고 다시 일어나고. 정말 엄마로 산다는 건 힘이 들어보였다. 그래도 시집 하나를 가보겠다고 여기저기 선을 보고 다니던 그때가 언제였는지 새삼 생각난다.

 

친구들 모두의 꿈은 엄마가 돼버린 지 이미 오래이다. 그 많은 회초리를 맞으면서 중학교, 고

등학교입시를 치러야했던 이유가 고작 엄마였단 게 속이 상하는 것도 있다. 배움의 중동에선

너나할 것 없이 평등한데 졸업을 하고나니 일과 아이를 병행한다는 게 여자에겐 어려운 일이

란 걸 다들 알아차려버렸고 그래서 우리들은 대개 엄마가 돼어있고 엄마를 선택했고 엄마로

사는 일에 물려하면서도 그 엄마가 되어 행복하다고들 한다. 물론 그게 아닌 나같은 여자도 있고.

 

어여쁜 당신,이란 일일드라마가 있다. 드라마를 보는 중간중간 나와 동생의 머리는 평행선을 내달린다. 자신이 아기를 못 낳았다면(동생에겐 자궁내막증이 있었으나 현잰 아기가 있다)지금 어땠을까하는 생각으로 머리가 땡해진다고 한다. 여자들의 종착역쯤이 돼버린 결혼의 또다른 종착역은 출산인것인가? 그렇담 출산을 못하거나 선택을 유보하는 기혼 여자의 경우 새로운 지점을 향해 출발신호를 기다리는 다른 선로를 찾아야만 하는 것인가? 아기는 아이가 되고 아이는 청소년이 되어 사춘기시기쯤엔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 방문을 닫아걸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아이는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것인가? 아이가 없는 부부는 종착역을 이탈한 간이역에 영원히 머물러야만 하는 것인가? 아닐 수도, 그럴 수도 있는 것. 그래도 부부는 부부인 것이 아닌가?

 

의무가 시작되는 게 결혼이라면 신성한 의무보단 방만한 자유를 선택한 지금이 더 아름답다고 감히 난 말하고 싶다. 갈 수 없는 길. 그래서 되돌아올 수 없는 길. 그것이 결혼이었음에 신비주의가 무한대로 남아있을 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