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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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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란


BY 송영애 2005-06-17

      엄마란 송영애 초등학교 입학한지 이제 한 달 된 아들녀석, 다른 엄마들은 아이들과 함께 설렘 가득 안고, 아침마다 같이 등교하고 수업 다 끝나면 데리러 가는데 일하는 엄마인 나는 입학한 다음날부터 한 번도 데려다주지도, 또 데려오지도 못했습니다. 일이 한가한 어느 봄날, 아들의 기쁨을 두 배로 만들어 주고싶어 교문 앞 개나리의 화사함을 만끽하며 말도 없이 아들을 데리러 봄 햇살만큼 따사로운 기분을 가득 안고 학교 앞으로 갔더니 고만고만한 병아리 같은 아이들사이로 신발가방 졸래졸래 흔들며 나오 는 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매일 보는 내 아들이지만 기쁨으로 가슴이 설레었고 개나리 울타리 뒤에 숨었다가 아들을 놀래주려고 "오승근! 엄마 왔지롱?" 반가워하며, 내 품에 와락 안길 줄 알았던 아들은 엄마얼굴을 보더니 갑자기 석류 빛으로 눈시울을 붉히며 뭐라 말할 사이도 없이 어깨를 들먹거리며 흐느꼈습니다. "왜 울어?" 하며 깜짝 놀라서 묻는 내게 "짝꿍 현수가 때렸어요..." 아들은 짝꿍하고 장난치다가 잘못 맞았나봅니다. 아픈데도 울음을 참으며 교문 밖까지 나왔는데 예고도 없이 출현한 엄마를 보고 기쁨을 느낄 사 이도 없이 눈물을 터트린 것입니다. 엄마란 무엇일까요.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는 사람일까요? 조용히 불러만 봐도 눈물이 흐르는 존재일까요? 7살 어린 나이에 엄마를 다시는 볼 수 없는 먼 하늘나라로 보낸 나에게 아들의 그 눈물은 엄마에 대한 내 아픈 기억을 슬그머니 불러오며 가슴 을 미어지게 했습니다. 난 엄마에 대한 희미한 기억도 몇 가닥 없어 늘 가슴 한 곳이 아픈데...... 우는 아들을 보고 있노라니 아주 먼 기억 속의 내 엄마가 떠올랐습니다. 팔베개하고 누워 내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무슨 이야긴가를 소곤소곤 들려 주곤 했었지요. 날 내려다보던 엄마의 따뜻한 눈빛은 무수한 시간들이 흘 러갔어도 생생한 모습으로 내 속에 아직도 살아 숨을 쉽니다. 내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는 유일한 엄마의 포근한 모습입니다. 나도 포근한 엄마 품에 안겨 이렇게 아들처럼 하염없이 울고 싶을 때가 많았었고 참은 눈물은 지금도 가슴에 바위같이 크고 검은 멍이 들어 날 아프게 합니다. 아들은 아파서 운 것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입학한 다음날부터 다른 아이 엄마들은 처음 학교 다니는 친구들을 많이 마중 나왔는데 엄마는 일하느라 못 나와서 늘 외로웠을 아들, 혹시나 엄 마가 왔을까 두리번거리며 엄마를 찾았을 것입니다. 엄마도 다른 엄마들처럼 학교에 데리러 왔으면 좋겠다고 투정하더니... 학교 다녀와서 혼자 점심 챙겨 먹고 학원 가는 의젓한 내 아들, 아이를 강하게 키운다는 건, 부모의 가슴은 하늘만큼의 아픔을 삼켜야하고 몇 개 의 눈물의 바다를 건너야 하리라. 우는 아이를 한참 울게 놔두고 나도 모르게 주책없이 나오는 눈물을 아이가 볼까봐 닦지도 못하고 아무 것도 모르고 노란 웃음을 짓고있는 개나리꽃잎만 만지작거렸습니다. 조금 진정이 된 아들을 데리고 문구점에 들러 뽑기도 시켜주고 과자도 사주었더 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 핀 개나리처럼 활짝 웃어 보입니다. 집에 오는 길에 아들은 무에 그리 신이 나는지 "엄마, 엄마, 엄마!"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씩 이어서 엄마를 불러 대며 제 몸을 내 몸에 비벼 댑니다. 엄마란 그냥 이렇게 곁에만 있어줘도 아이들에겐 절로 신이 나는 존재인가봅니다. 잡은 손 언제까지나 놓치고 싶지 않은 존재, 그러나 언젠가는 놓아야 할 손. 내 눈물의 의미를 얼마나 크면 아들은 이해할까요. 엄마의 사랑을 받아 보지도 못하고 자란 또 다른 엄마는 언제나 주고 또 퍼주어도 줄어들지 않 는 바닷물 같은 사랑을 내 아이들에게 주고 싶습니다. 그냥 바라만 봐도 좋은 내 사랑들. 나도 아들을 따라 "엄마..."라고 조용히 불러봤습니다. 언제 불러보아도 역시나 아픈 가시들이 내 속을 찌르며 서럽고 아픈 눈물 만이 내 볼을 적십니다. 제2회 자유문예대전 수필부문 우수상 http://cafe.daum.net/go0330go(송영애의 행복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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