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저희집앞 매화나무에서 실한 매실 한양푼을 따서 설탕에 버무려 놓았습니다.
어서 꽃을 피워 서울살이 일년도안돼 기름기가 날아가고
푸석푸석 퍼석퍼석 윤기가 사라져가는 우리가족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물결을 밀어부쳐주시라고 집앞 매화나무에 대고 주문을 걸었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열매를 얻었어요.^*^
찌는듯 무덥덥 작년 여름
푸른바다가 보이는 한가하고 낭만적인 동네를 떠나 서울로 이사를 하려 집을 구하러 다니는데
사람의 눈이고 마음이란게 참 간사스럽기도해서
옛날엔 문간방 한칸을 빌어살면서 밤늦게 전깃불을 켜는것도
빨래를 하는것도 친구들 데려와 화장실가는것까지도
주인할머니 눈치를 살펴가며 살았던 기억이 생생한데도
예산에 맞추느라 살던집보다 십여평줄여 집을보러 다니니
가는집마다 숨막히게 좁아보이고 우중충하고 구질구질해 보이는것이
도데체 마음에 내키지 않았습니다.
나중엔 팔다리에 기운이빠지고 갑자기 서있던땅이 서너계단쯤 밑으로 쑥 내려앉은듯
막막한 느낌에 정말 서울엔 오고싶지않다고 도리질을 하며 마지막으로 들린집이
지금사는 이아파트 2층이었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나무색 넓은격자무늬 거실창밖으로 초록잎을 달고 섰는
둥그스름한 나무한그루가 있었습니다.
창밖을 바라보고섰는 제게 주인여자가 상냥하게 나무소개를 했습니다.
"이게 매화나무예요.
꽃피면 진짜 이뻐요."
매화나무 열대여섯걸음 뒤로는 잘생긴 소나무 여나므그루가 완만한 산세모양
키를맞춰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뚝뚝 떨어지는 하얀 눈꽃송이를 맞으며 장엄하고 늠름하게 서있는 푸른소나무
그앞에 모진 세상풍파에도 한점 때타지 않고 처연하고 고고하게 피어날 매화.
'이집이다.'
생각하며...매수계약서에 도장을 꾹 눌러찍고
이삿짐을 옮기고 정신없이 살다보니
철이 바뀌고 어느새 꽃도 피었다 지고 열매를 얻는 계절이 됐습니다.
혹시 누가 아나요..
열심히 정말 열심히 살다보면 아이들이 자라고
어느봄날엔간 방실방실 꽃피운 매화나무 긴가지를 꺾어 머리에 꼽고
둥실둥실 어깨춤이라도 출 끼쁜일이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