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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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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메스컴 타는 것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BY 낸시 2005-06-14

국민학교 일학년에 입학하였을 때, 날보고 부반장을 하라고 하였다.

반장은 남자, 부반장은 여자... 이렇게 정해지던 때다.

부반장이 뭔지도 잘 모르던 때, 아무튼 난 싫다고 하였다.

부반장이 되려면 앞에 나와, 어느 동네 사는 누구입니다...이렇게 인사를 하라고 하는데 그게 싫어서다.

오학년 때 싫다는 날 담임은 억지로 부반장 감투를 씌웠다.

난 그런 것 잘 못하는데, 날더러 청소 감독을 하란다.

다른 아이들이야 청소를 하거나 말거나 혼자서 청소를 하고 있었더니 담임이 날 야단쳤다.

누가 널더러 청소를 하라고 하였냐, 시키라고 하였지...함시롱

육학년이 되니 담임이 날더러 어린이회 부회장에 출마라는 것을 하라고 하였다.

정말 싫었다.

전교생을 운동장에 모아놓고 교장선생님이나 오르는 단에 올라 내가 부회장이 되면 이리, 저리, 하겠다고 연설을 하라니...끔찍했다.

난 그저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싶은 사람인데...

 

내가 만일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라면...영어 공부를 하러 다니던 때, 이런 제목으로 글을 지으라는 숙제를 받은 적이 있다.

자동차를 타고 풍선껌을 훅 불어 날리며, 뭐라 써야하나 곰곰 생각해 보았다.

갑자기 내가 대통령이라면 지금처럼 자동차를 운전하며 풍선껌 부는 자유를 누리고 살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 가족은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 힘들어할까도 생각이 들었다.

결국 결론은 나는 대통령 같은 것은 싫다는 쪽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숙제가 대통령의 자질을 물은 것이라면 할 말이 조금은 있겠지 싶어 몇마디 적어 내었다.

그랬더니 그 글을 읽은 영어선생이 만일 자기가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다면 날 찍겠다고 하여 웃은 적이 있다.

굳이 싫다는 사람을 찍겠다는 심보는 뭔지...

난 그저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싶은 사람인데...

 

이곳 주요 일간지에서 날 인터뷰하자고 하여 아들 녀석이 오늘로 날자를 잡았단다.

우리가 가꾼 꽃밭이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 그 꽃밭을 가꾼 사람에 대해 궁굼해 한다고...

이번에는 그리 싫지 않다.

어떻게 하면 인터뷰를 잘할까... 생각도 해 본다.

뒤늦게 욕심이 생긴 것일까, 아니면 철이 든 것일까...

남편 덕이다.

항상 무시하고, 빈정대고, 조그만 선행이나마 하고 싶은 것도 못하게 하고...

남편은 날 뒷자리에서 자꾸 끌어 내었다.

그래, 무엇인가 해보자... 남편이 날 무시하지 못하도록...

조용히 사는 것은 좋지만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못 난 바보로 안다.

특히 남편은...

지금은 아니지만 처음엔 툭하면 여자가...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여자가 남자만 못해서 집에서 살림이나 하며 사는 줄로 아는 사람처럼...

난 남편이 벌어 먹기 힘들다고 노냥 투정하는 소리가 싫었다.

가족을 위해 힘들게 일하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축복인 줄 모르는 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돈 버는 것이 즐거운 일이고, 신나는 일이고, 쉬운 일임을...

이제 시작이다.

필요하다면 메스컴도 탈 것이다.

난 돈 벌기로 하였으니까, 돈 벌어서 하고 싶은 일이 많으니까...

하지만 남편에게 보여주자는 심보는 그만 내려 놓아야겠다.

불쌍하고 안쓰러운 사람인데...그런 마음으로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