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68

실감 났던 셋째 출산기.


BY nasoul 2005-06-10

엄마의 짐작은 역시 한치의 오차도 없었습니다.

 

5월 27일 경이면 나오겠거니..생각 했는데..

 

아침부터 배가 슬슬 아파 오기 시작 하더군요.

 

큰 아이들 체육대회로 학급 임원을 맡고 있으니 몰라라

 

할 수도 없고..

 

둘째 큰 눈을 해가지고 " 엄마 안와요? "

 

배는 아프지.. 맡은 소임은 있지..그래도 막내 였는데

 

요즘 들어 유독 눈치 보는 둘째가 안타까워 짖은 소리

 

입에 담지도 못하고 " 알았어 엄마 갈께.."

 

그래 놓고 셋째는 배에서 나온 다고 버둥 거리지..

 

에미란 이름으로 해야 할 것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우선 애들 보내 놓고 얼굴 잠시 거울 비춰 다듬는데..아무래도

 

운동장에서 애가 나오면 공짜로 받는 것도 없을텐데 괜한

 

먼지 바람만 쐬겠다 싶어 출근한 남편을 불렀습니다.

 

" 다연이 한테 (아이고 배야..) 재욱이는.."

 

이런저런 말을, 남편에게 핸펀으로  일러두고

 

난 집에서 병원 갈 준비를 했지요.

 

배을 뒤뚱거리며 흰 빨래.. 유색 빨래를 정리하고 우선

 

빨래부터 돌렸습니다.

 

흰 빨래는 잠시 담가 두웠고, 그사이 청소기 돌리고 아이들

 

입을 옷을 배색 해서 두벌씩 정리 했습니다.

 

사이사이 학교에서 걸려 오는 남편의 전화를 받아가며

 

둘째녀석 응석 들어가며..

 

나올 놈 걱정보다 눈에 보이는 놈들이 더 짠하고 걱정

 

되었습니다.

 

집 구석구석 걸레질를 하는데 땀은 비오듯 하고 배가 밀고

 

가는지 걸레로 닦는지 알 수 없더군요.

 

후각까지 예민해진 탓에 목욕탕 냄새는 어찌나 진하던지

 

락스 풀어 목욕탕 청소까지 끝냈습니다.

 

아침에 벌려 놓은 아침상에 남은 음식 다 버리고..씽크대도

 

완벽해졌습니다.

 

엄마는 참 위대 합니다.

 

시간을 보니 이제 십분에 한번 꼴로 진통이 옵니다.

 

이제 병원 가야 할 시간 입니다.

 

남편을 호출 했고, 그 사이 온 아이들에게 엄마가 이제

 

이러저러 해서 병원에 있을 것이며..너희들 이모집에

 

가 있는 동안 해야 할 일이며 지켜야 할 사항들을 이야기

 

합니다.

 

끝으로 애기에게 한마디씩 해 주라 했습니다.

 

큰 아이는 표현 없이 눈에 깊은 마음만 자욱 했고, 둘째는

 

엄마 힘들게 하지 말라고 표현 합니다.

 

미역까지 큰 솥에 담그고 남편의 반바지까지 챙겼습니다.

 

얼른 남편에게 아이들 실어다 주고 오라고 했습니다.

 

뒤를 돌아보며 땀을 비오듯 흘리는 엄마를 애처롭게

 

아이들은 바라봅니다.

 

나도 마음이 휑해 바라 봅니다. 그리고 마음이 깊어 집니다.

 

남편이 오는 동안 관세음보살님을 찾습니다.

 

무사이 아무 일 없이 진짜 순산하게...아주 간절히 찾습니다.

 

남편과 쪼그라진 우리 엄마가 들어옵니다.

 

엄마 " 으이구 억척 같다 배를 틀면서도 집 꼴 좀 봐라"

 

먼지 하나 없는 집 꼴이 마음에 안드십니다.

 

딸 성격을 잘 알기에 어려운 거겠지요.

 

병원에 가니 잘도 참았다고 합니다.

 

곧 분만실 들어가야겠다고 합니다.

 

들어갔습니다.

 

그 뒤 나는 노란 세상만 있는 곳을 왔다갔다 했습니다.

 

양수가 터지고 힘을 주라는데 먹은게 있어야 힘을 주지요.

 

기운이 딸린 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숨을 쉬기가 어려웠고 계속 혈압은 떨어집니다.

 

오직 엄마 생각만 했습니다.

 

우리 엄마도 날 이렇게 낳았겠지..

 

미련한 것 그것을 알면서도 엄마한테 간혹 지랄을 했니!

 

미안해 엄마 미안해 엄마.

 

다리가 틀어집니다.

 

정신 차리라고 간호사가 때립니다.

 

엄마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 우리 애기 잘 한다.. 그래 우리 딸 장해.."

 

말라 붙은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립니다.

 

애간장 마를 엄마가 자꾸 느껴집니다.

 

남편은 아무말을 못하고 내 손만 잡고 있습니다.

 

분만대 위에 걸쳐 졌습니다.

 

애가 밀고 나오는지 온 몸에 힘이 줘 집니다.

 

세상이 뒤 바뀌고 나는 없습니다.

 

다리 밖으로 희얀한 고통이 송두리째 밀려 옵니다.

 

나는 살기 위해 힘을 줍니다.

 

...

 

백지 같은 희열이 잠시 후 생겼습니다.

 

아이의 울음소리..그리고 공주님 이라는 간호사의 말..

 

그리고 분명 의사는 내 몸을 건드리고 있는데..내 몸과

 

나의 정신은 분리되어 무엇을 하는지 모릅니다.

 

오직 지금 울고 있는 한 생명에 대한 경의로움과 남편의

 

떨리는 목소리만 들려 옵니다.

 

' 그래 난 셋째를 잘 낳았어..'

 

또 하나의 자욱이 생겼습니다.

 

그 자욱은 무럭무럭 크고 있으며..엄마는 자꾸 새로운

 

감정이 자랍니다.

 

' 그래 잘 키울거야 잘 키울 수 있어 '

 

남편은 요즘 말을 잘 들어 줍니다.

 

그리고 볼을 스다듬어 줍니다.

 

자꾸 뽀뽀를 합니다.

 

그래도 난 엄마가 더 좋습니다.

 

우리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