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작은 아들은 11살이다.
평소에 집 평수에 대해서도 재산에도 관심이 많아서 남의 집에
가더라도 그냥 있지 않고
" 엄마! 이 집 몇 평 짜리야? 이 집 얼마야?" 하면서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물어 온다.
나는 어떨 때는 정확하게 대답해 주고 어떨 때는 시큰둥하게 대꾸를 한다.
그리고 끝에 꼭 물어 보는 말이 있다.
" 엄마, 우리 집은 얼마야? 우린 언제 이런 집으로 이사 와?"
모르는 사람들은 아이가 벌써부터 재산에 관심이 많으니 커서 잘 살겠다고
얘기를 하지만, 나는 이 아이가 왜 그런 질문을 자주 하는지 안다.
얼마가 더 있으면 우리도 큰 집으로 이사를 갈 수 있는지
그것을 계산 하기 위해서 알아 보는 것이다.
오늘도 아침밥을 먹으면서
" 엄마, 우리 집은 왜 이렇게 작아? 다른 애들이 우리 집 작다고 놀려." 한다.
나는 가슴이 짠 해진다.
" 누가 놀리는데?"
" 진우도 놀리고, 영수도 놀리고, 근데 재선이는 안 놀렸어.
우리 언제 큰 집으로 이사 가?
빨리 이사 가고 싶다." 하는 게 아닌가.
작은 아들이 이런 말 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그럴 때마다
"세상에는 어려운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집이 없어서 남의 집 빌려서 사는 사람들도 있고,
작아도 이 집은 우리 집이잖아.
이 것만으로도 감사하면서 살아야 되는 거야." 그랬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 놀리는 애들 하고는 놀지마. 그 것들은 친구도 아니야."
하면서 억지를 부렸다.
그리고 돌아서서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남편이 벌린 사업이 적자를 면치 못 하니 이사 갈 날은 요원하기만 한데,
이 아들에게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나는 덜컥 약속을 해 버렸다.
" 너 고등학교 가기 전까지 이사 가자. 그 때까지 아빠, 엄마도 돈 열심히 벌고
너도 공부 열심히 하면 이사갈 수 있을 거야."
" 알았어."
" 그래, 우리 목표가 생겼으니까 노력 하자."
이렇게 끝을 맺고 아이는 학교에 갔다.
큰 아들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집에 대해서 어떤 말도 한 적이 없는데,
작은 아들은 다르다.
어릴 때부터 우리 집 재산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어 보던 아이다.
나는 이제 작은 아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지금으로선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작은 일에도 좌절하고 낙담하고 우울해 했는데,
내가 더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야 활짝 웃으며 살 수 있는 날이 더 많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