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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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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음


BY aii 2005-05-21

다섯 연으로 된 짧은 자서전

--작자 미상

 

1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곳에 빠졌다

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 구멍에서 빠져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2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걸 못 본 체 했다

똑같은 장소에 또다시 빠진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데

또다시 오랜 시간이 걸렸다

 

3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미리 알아차렸지만 또다시 그곳에 빠졌다

그건 이제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난 비로소 눈을 떴다

난 내가 어디 있는가를 알았다

그건 내 잘못이었다

난 얼른 그곳에서 나왔다

 

4

내가 길을 걷고 있는데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둘레로 돌아서 지나갔다

 

5

난 이제 다른 길로 가고 있다

 

-----

얼마큼 더 '어리석음'이라는 같은 구멍에 빠져야

그 구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생각 해봅니다

이것이 구멍이다

생각하면서도

아, 나는 지금 구멍에 빠지는 중이다 되뇌이면서도

여기서 그만 브레이크를 밟아야지 외치면서도,,,,,

그 말은 속에서만 메아리칠 뿐

까무룩 또 빠져버립니다

가까스로

구멍을 기어나오면

다시는 정말 다시는

빠지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도

어처구니 없이 또 빠져버린

내가 못 견디게 창피해

정말이지 어디다가 팽개쳐버리고 싶습니다

다시금 반복하지 않으리라

생각을 합니다만

인간의 이 '나약함'이 못 미더워

기운이 빠집니다

 

허나, 위 시처럼

비록 몇 번의 반복은 있었지만

그래도 어느 순간

그 반복의 끈을 끊고

구멍을 돌아 지나간 것처럼

이번이

'어리석음'이라는 구멍에 빠진 마지막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내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라도

이번이 구멍에 빠진 마지막 내가 되었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