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연으로 된 짧은 자서전
--작자 미상
1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곳에 빠졌다
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 구멍에서 빠져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2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걸 못 본 체 했다
똑같은 장소에 또다시 빠진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데
또다시 오랜 시간이 걸렸다
3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미리 알아차렸지만 또다시 그곳에 빠졌다
그건 이제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난 비로소 눈을 떴다
난 내가 어디 있는가를 알았다
그건 내 잘못이었다
난 얼른 그곳에서 나왔다
4
내가 길을 걷고 있는데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둘레로 돌아서 지나갔다
5
난 이제 다른 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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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큼 더 '어리석음'이라는 같은 구멍에 빠져야
그 구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생각 해봅니다
이것이 구멍이다
생각하면서도
아, 나는 지금 구멍에 빠지는 중이다 되뇌이면서도
여기서 그만 브레이크를 밟아야지 외치면서도,,,,,
그 말은 속에서만 메아리칠 뿐
까무룩 또 빠져버립니다
가까스로
구멍을 기어나오면
다시는 정말 다시는
빠지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도
어처구니 없이 또 빠져버린
내가 못 견디게 창피해
정말이지 어디다가 팽개쳐버리고 싶습니다
다시금 반복하지 않으리라
생각을 합니다만
인간의 이 '나약함'이 못 미더워
기운이 빠집니다
허나, 위 시처럼
비록 몇 번의 반복은 있었지만
그래도 어느 순간
그 반복의 끈을 끊고
구멍을 돌아 지나간 것처럼
이번이
'어리석음'이라는 구멍에 빠진 마지막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내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라도
이번이 구멍에 빠진 마지막 내가 되었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