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글을 쓰다보니 "공모"라는것을 하게된다.
습관적으로 글을 쓰다보니 더러 당기는 음식이 있을때 외식을 하듯 그렇게 말이다.
나름대로 정성을 기울이기는 하지만 당선이라는 뚜렷한 목적은 사실상 없다.
그저 고급 호텔에서 폼내며 요리를 먹듯 한번쯤 내 자신을 업시켜보겠다는
발상일뿐인다.
며칠전 모방송에서 공모가 있었다.
일이바빠 생각지도 않았다.
그저 한달전 부터 방송을 타고 흘러나오는 광고멘트를 출근길에 들었을 뿐이다.
바쁜일이 끝나고 집에서 이틀정도 쉬는 데 남편이 그런다.
방송공모 글 마무리해서 올려보라고...
치..무슨 이게 보고서야?
그리고 자기가 언제부터 내 글을 결재했남~
속이 조금 꼬이긴했지만 관심이려니 하고 넘어갔다.
사실 글쓰기라는게 그렇지 않은가.
주제만 있다고 내가 시킨 맛있는 요리가 나왔을때 덥썩 달려들어먹어치우듯 그렇게
써지는가 말이다.
넉넉하게 생각할 시간도 있어야 하고 그 주제와 관련된 직간접적인 체험들 그리고
또 다시 충분히 사색하고 그런것들을 요하는 일이지싶다.
물론 그런것들이야 길을 걸으면서 운동을 하면서 집안을 정리하면서도 가능한
작업이기는 하지만...
그렇지만 나는 화가난다.
내가 쓰는글들이 아무리 하찮기로서니 그저 집에서 대충 쌀 씻어서 밥 짓는정도로
여기는것 같아 기분이 좀 상했다.
바쁘다고 부려먹을땐 입조차 안떼더니 집에서 쉴까 보다 했더니 글을 쓰라니...
숙제하는듯한 의무감은 창작에 좋은 태도가 아니다....ㅋㅋ
이틀밖에 남지않은 빠듯한 시간에 어렵게 겨우 마치고 결재 보실분에게 메일을보냈다.
전화가 왔다.
목소리를 들으니 만족해하는것 같다.
지난번에 니가 쓴건 영 맘에 안들었는데 지금은 한결 나아졌다고 칭찬을한다.
아,지난해엔 이런일도 있었다.
공모하는글이니 좀봐달라고 메일을 보냈더니 하는말....
"안된다에 올인!~" 이렇게 답장이 왔다.
물론 이런 김새는 소리보다야 훨씬 기분좋다.
그렇게 기분이 마악 좋을라는 찰라,수정할 부분을 메일로 보냈으니 고쳐서 올리란다.
점점....
일단 알았다고 하고 대충 수정을 보고 인테넷으로 올렸다.
그뒤로 계속해서묻는다.
수정했냐.
하라는대로했냐
훨씬 나을거다.
내가 글을 쓰는것도 일종의 창작이다.
내가 무얼쓰든 어떻게 쓰는 그건 쓰는이의 마음이다.
남편의 태도가 물론 달갑지는 않더라도 어느정도 고마운 부분은 있다.
그러나 지나치면 안된다.
결국 남편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화를 냈고 내게 근성이 부족하다는 성격결함까지 들추었다.
이건 싸움이다.
그가 해마다 책을 수십권씩 읽어제끼고
내게 감동의 메일을 보내며 더러 마음을 전하는 문자한번 보내면 말도 않겠다.
그런데...
나도 참 이상하지?
내 글을 좀더 보완해 뜯어 고치려는 그에게 대항하는 이유는 무얼까.
내 의식조차 그가 차지하고 지배하려고 한다는 모멸감?
그래서 그것만큼은 도저히 양보할수 없노라,나를 사수하겠노라는 일종의 반발심리?
아주 사소한 것에서 점점 부부관계의 어려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