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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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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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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주변이 없어서...


BY 모퉁이 2005-03-04

수년 전에 청주에 좀 살았습니다.

얼마전에 불이 났던 육거리 시장이 나도 단골이었는데

어느 날 새벽시장에 가다가 나는 참 아름다운 모습을 봤습니다.

담배꽁초를 줍는 할아버지의 뒷모습도 아름다웠고

어느 할머니의 짐보따리를 들어주던 남학생의 단정한 모습도 아름다웠습니다.

그날 본 광경을 짧게 글을 써서 방송국에 보낸적이 있었는데

며칠뒤 전화가 왔더군요.

某날 방송이 되고 인터뷰가 있을테니 시간 지켜달라고요.

저녁 먹다 받은 전화땜에 밥 한공기 거뜬히 비우던 내가 덜 비웠습니다.

그냥 방송만 되는 것은 괜찮은데 인터뷰를 한다길래

이 좋은 말솜씨(?) 어떻게 발휘하면 방송사고 나지 않고

시간 맞춰 방송 끝낼까, 청취자 채널 고정을 시킬 재간이 없기에 가슴이 벌렁거렸지요.

드뎌 그날이 왔고 시간도 왔습니다.

딸아이는 테잎을 넣어놓고 준비 완료 되었다고 합니다.

녹음을 하겠다,, 이 말이지요.

전화가 미리 오더군요.

전화기를 들고 저쪽에서 말을 걸어올 때 까지 기다리는데

그 시간이 어찌나 긴지 입이 벌써 말랐습니다.

드뎌 편지가 읽혀지고 다음은 편지 쓴 사람과의 대화시간입니다.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네~'

'어쩌구 저쩌구..요즘 참 보기 드문 광경이죠?'

"네~'

'요즘 학생들 선도 한답시고 한마디 했다간 되려 화를 당하기도 하죠?'

'네~'

'그래서 정말 어른들,, 부끄럽게도 모른척 하는 경우가 더 많다네요.'

'네~'

'고향이 지방이신 모양이죠"

'네~'

 

도대체 내가 한 말은 '네~' 밖에 없었습니다.

평소에 말솜씨가 없어서 남 앞에선 말을 못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 처음이라 주절주절 말이 나오지 않는겁니다.

정말 채널고정에 문제 없었는지 이제사 묻고 싶건만

지금은 그 방송 들을수도 없고,그 방송 아직 건재한지 알수가 없네요.

 

방송이 된다는 말을 듣고는

누구에게 이 말을 전할까..사실 그것도 생각해봤습니다.

대전에 아는 사람이라곤 한 사람이 있어서

전화를 해봤습니다.근데..아~전화를 받지 않습디다.

다행이지 뭡니까.망신살 뻗칠뻔 했지 뭡니까.

 세월은 좀 지났지만 그렇다고 나아진 건 없습니다.

 지금 그런 일이 생긴다 해도

아마 나는 그때처럼 어리버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말 잘하는 사람이 참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