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가는 것이 언제부턴가 귀찮고 싫어지면
이제 늙어가는 처음단계라고 한다.
내겐 제일 어려운 것이 할 줄모르는 반찬 만들기.
특히 찌게나 김치는 먹기는 해야되나
녹록치 않은 상대다.
넓은 매장을 갖고 환한 불빛으로 현혹되어 사먹은 김치에
친정엄마의 맛을 기대하는 사람이 나다.
오일장이니, 삼일장이니 아직은 남쪽에 있긴 한데
오늘이 월요일이냐고 물으면 어제라고 하는 이런 날짜감각에
운 좋으면 걸리는 날이 ,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러면 되지.
그렇게 해서 오랫동안 준비한 그 장날에 그 할머니를 만났다.
양은냄비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게
굵은 대파 꾹꾹누르고, 할머니가 아마 직접심은 빨간고추를 두개 가지런히 젓가락처럼
놓아 나는 단번에 청국장임을 알았다.
" 할머니 이거 청국장 맞죠?"
대답없이 웃으신다.
"끓일 줄 알어? 얘기엄마?"
엉겁결에 청국장은 좋아하는데 하는 것은 영 어렵다고하니, 할머니가
달라고도 안했는데 하얀비니루에 두 주걱이나 푹푹 푸시는 것이다.
" 청국장은 신김치를 넣고, 멸치도 넣고. 물도 김치양만큼 붓고. 꼭 불 옆에서 기다리듯이
지키고 있어야 맛있게 되는 구만."
"얼마예요?"
"이거 돈으로 사는 거 아녀. 얘기엄마 한 번 웃어봐. 그게 값으로 쳐."
청국장을 한 번 웃음으로 산다.
그것이 값이라니....
거기는 돈이 강처럼 흘러다니는 시장인데...., 돌아보고 또 인사하고
한 세번을 왔다갔다 그 곳을 서성이다 이미 할머니는 청국장을 다 팔고
자리가 텅비어 있었다.
어슴푸레 그 얼굴이 가끔 꿈에서 뵌다.
그 날은 어김없이 청국장을 끓인다.
꼭 한번은 그 장날을 기억하고 찾아 가봐야지...
*뒷 이야기
아마 내가 소비자로 보이지 않으셨나 봅니다.
아마 손주며느리가 멀리서 와 청국장 끓여서 사람냄새 많이 풍기라고 그런것 같습니다.
그 분은 내가 이곳에 글을 올려 놓을 것인지 아닌지 꿈에도 모를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말입니다.
글바람으로 그 분을 흐뭇하게 적셔주고 싶은 오늘입니다.
그래서 한 번 웃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