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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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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이 터지길 기다리며...


BY 낸시 2005-02-20

처음 음식점 장소를 보러 갔을 때, 그 곳은 누가 봐도 험한 지역이었다.
좁은 길하나 건너 커다란 나무 밑에는 거지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한블럭 떨어진 곳에  홈리스 쉘터가 있는데 거지들이 거기서 잠을 자고,  낮이면 담뇨 뒤집어 쓰고 나와 낮잠을 즐기는 곳이었다.
쓰레기 천국이었다.
거지들이 버린 쓰레기와 방뇨로 인해 지린내도 진동했다.
아들은 그곳에 음식점을 열자고 하였다.
배달을 위주로 하면 험한 지역에 위치한 단점이 값싼 월세로 인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포장이 안된 길을 포장하고 옆에 꽃밭을 만들면 찾아들 손님도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장소를 보고나서 남편과 나는 의견이 엇갈렸다.
언제나처럼 극과 극이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남편은 한숨을 쉬고 화를 냈다.
그곳에 음식점을 열면 망할 것이 너무도 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한국사람들 모두 제발 그 장소는 피하라고 조언했다.
근처에 있는 한국음식점을 예로 들며, 장사가 될 곳이 아니라고 하였다.
나는 생각이 달랐다.
그곳은 도심에 위치한 다른 곳과 달리 주차할 장소도 있고 작지만 꽃밭을 꾸밀 공간도 있었다.
바로 옆에도 시에 속한 땅이긴 했지만 꽃밭으로 바꿀 만한 공간이 있었다.
버려진 공간이 꽃밭으로 변했을 때를 머리 속에 그렸다.
가슴이 뛰었다.
바로 내가 꿈꾸던 장소다.
거지들에 대해서도 나는 때론 친근감마저 느낀다.
철없던 시절 내 꿈 중의 하나였었으니까...

 

남편의 퇴직금으로 음식점을 열면서 남편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 미안하긴 했다.
하지만  이제껏 살면서 우리는 의견의 일치를 이루기가 어렵다는 것을 서로 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너무 다른 때문이다.
이제껏 우리집 경제를 남편이 이끌어 왔다면 이제부터는 내 차례다.
남편과 내 의견이 다를 때, 내 의견을 우선 하기로 약속했었다.
한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남편을 무시하기로 했다.
그정도 난관도 극복하지 못하면 무슨일을 해내랴 싶었다.
남편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신경질이 잦아지면 이렇게 생각했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멀지 않다...

 

장소 계약이 끝나고 요즘 우리는 바쁘다.
버려진 땅을 꽃밭으로 만들어 가는 일이 쉽지는 않다.
텍사스 불개미에  물리기도 하고, 햇빛과 바람에 그을린 피부가 따끔거리기도 하다.
하지만 남편과 나는 그곳에 가서 살다시피 한다.
땅을 파고 돌을 골라내고 거름을 사다 섞는다.
꽃과 나무도 사다 심는다.
사이사이 빈 틈에는 꽃씨를 뿌려둔다.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바라보며 이쁘다고 한다.
일부러 찾아와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무엇을 할 장소냐, 언제 열게 되는냐, 음식의 종류는 무엇이냐를 묻고 가는 사람도 많다.

 

두어달 시간이 흐르고 제법 꽃밭이 모양을 갖추어 간다.
근처에서 한국음식점을 하는 이가 그런다.
우리가 꽃밭을 만들고 나서 그 근처가 눈에 띄게 달라져 가고 있단다.
쓰레기를 함부러 버리는 일도 줄었고, 술에 취해 돌아다니는 사람도 줄었단다.
나무 밑에 놓여있던 벤치도 사라졌다.
거지들이 낮잠을 즐기던 벤치다.
근처에 앉아있는 거지를 경찰이 와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는 것을 남편은 보았다고 한다.
어제는 건물 주인이 조카와 동생을 데리고 왔다.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했다.
꽃밭이 이쁘다고 거듭 감탄했다.
우리가 테스트 중인 음식 맛을 보았는데 정말 맛있다고  오픈할 날이 기다려진다고 하였다.


나도 오픈할 날이 기다려진다.
오랫동안 꿈꾸어 오던 날이다.
꽃과 나무로 둘러싸인 곳에서 건강에 좋은 음식을 파는 날이...
많은 사람들이 현실과 맞지 않는 꿈이라고 하였지만 나는 오늘도 대박이 터질 것을 기다린다.
현실이 될 것을 알기에 꿈꾼다고 말하지 않는다.
기다린다는 표현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