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사십이 넘으니,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체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 조금씩 조급한 마음이 되었다.
결국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은 해보지도 못하고 삶을 끝내야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이 슬며시 고개를 들기도 하였다.
그 때부터 남들이 보기에 바보같은 짓으로 보일지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해나가기로 했다.
먼저 꽃을 사다 심었다.
살고 있는 집이 남의 집이거나, 이미 팔려서 이사하기로 결정된 집이거나 상관없이 꽃과 나무를 사다 심었다.
이삿짐을 싸는 날도, 이사를 하는 날도, 심은 꽃에 물을 주었다.
이사를 가서는 이삿짐을 풀기도 전에 마당을 살피고 꽃을 사다 심었다.
그렇게 가꾼 꽃들이 피어나면 오는 이, 가는 이, 모두 이쁘다고 감탄을 하였다.
이사를 간다고 하면 이웃들은 섭섭하다고 나를 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다.
날 아쉬워 한 것인지, 내가 가꾸는 꽃을 못보게 될까 아쉬워 한 것인지, 몰라도 그들은 섭섭해 하였다.
살고 있는 집에만 꽃을 심지 않았다.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 집, 저 집 다니며 땅을 파서 꽃밭을 만들고 꽃을 심어주었다.
그러면서 잊었던 꿈들이 살아났다.
'그래, 난 농사꾼이 되고 싶었었는데..., 대학도 농대를 가고 싶어했었는데..., 푸른 산과 들을 보면 막혔던 가슴이 탁 트이곤 했었는데...'
난 내가 음식을 못하고 음식만들기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음식을 만들어 손님접대를 하게 되었을 때 그들은 내 음식솜씨를 칭찬하였다.
음식만들기를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요리를 배우면서 그들보다 솜씨가 뛰어나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왜 음식만들기를 싫어하는 줄 알고 있었을까?
여자인 것이 싫었다.
여자만 하는 일이 싫었다.
여자는 열등인간 취급하는 문화에서 자란 반발심이었다.
부엌에 있는 시간이 싫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사실 무엇이든 만들기를 즐기는 사람이었는데 타고 난 본성을 억지로 모른척 하고 억누르고 살았던 것이다.
전업주부가 되어 사는 것이 싫을 때가 많았다.
집에 있는 여자와 무식한 여자는 같은 말인 줄 아는 남편에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때도 있었다.
여자는 말없이 남자들의 말을 듣기만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남편에게 여자도 남자 못지 않은 인간임을 보여주고 싶은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남편에게 제안했다.
퇴직하거든 남편이 집에서 살림을 하고 내가 나가서 돈을 벌기로 하자고...
남편은 그러자고 선선히 동의했지만 그 속마음은 남자도 일을 못하고 퇴직할 나이에 집에서 살림만 하던 여자가 돈을 벌겠다고 하는 말에 코웃음 치고 있음을 알았다.
요즘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꽃밭을 가꾼다.
머지않아 건강식을 전문으로 파는 음식점을 개업하려고 준비 중이다.
작지만 아름다운 정원이 그 음식점 주변을 환히 꾸며 줄 것이다.
그곳에서 작은 꿈, 하나를 이룰 것이다.
여자도 남자 못지 않게 돈을 벌 수 있음도 보여 주고, 건강식이 돈이 될 수 있음도 보여줄 것이다.
여자로 태어났기에 흘려야 했던 숱한 눈물에 대한 보상을 얻어 낼 것이다.
손이 거칠어져도 나는 가슴이 뿌듯하다.
오십대는 그리 늦은 나이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이다.
내게는 이루고 싶은 꿈이 너무나 많다.
아름다운 정원이 딸린 음식점 개업은 그 첫걸음에 불과하다.
그것을 발판으로 하고 싶은 일이 너무너무 많다.
애써 억누르고 있던 꿈들이 이제 날개를 달 것이다.
꿈의 날개를 활짝 펴고 날고 싶다.
더 늦기 전에 훨훨~ 훨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