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장 설레게 했던 것이라면 <처음>이라는 이름의 그것들이겠으나, 그중에서도 단연 첫 내 아이가 태어난 날의 그 떨리는 첫 만남과 녀석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리라.
어떻게 생겼을까? 날 많이 닮았나? 누굴 더 닮았나? 아니아니, 꼬물거리는 제2의 또다른 나 라는 생명체가 눈 앞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설레였던가...
녀석이 제법 크고 옹알이를 할 즈음, 목소리는 어떨까? 허스키할까? 또랑또랑할까?
녹음도 해가면서 녀석의 한마디 한마디가 설레임 아니였을까...
헌데, 지금 내아이 네돌. 그 설레였던 첫만남과 목소리를 겪고 보니, 설레임 덩어리의 이 녀석이 차츰 웬수 덩어리(?)로 변해 갈 즈음...
난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내 아이가 나를 철들게 한다는 사실... 그것이였다!
여자는 자식을 낳아 봐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에 이제사 이유를 알 듯했다.
돌이켜보니, 내가 내 아이를 낳을때 만큼 우리 엄마의 고통이 그렇게 느껴졌다.
저자신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엄마의 딸이 결혼을 해서 배 아파 자식을 낳아보니, 그렇게 눈물이 나오지 않았던가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힘겹게 낳은 내 아이가 밉살스럽게 고집을 부리고 멋대로 하겠다고 떼를 쓰면 그 순간의 내가 느낀 허망함과 힘겨움 만큼이나, 어린시절의 철없던 내가 제멋대로 잘났다고 엄마에게 소리쳤던 그 숱한 시간들속에 내 엄마가 느낀 상처의 깊이를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엄마..엄마...
이렇게 사무치는 이름일 줄은 예전엔 차마 몰랐더랬다..
내가 아무리 짜증을 내도 나를 향한 마음은 언제나 한결 같았던 엄마... 그걸 왜 이제야 알았는지... 내가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을때도 나 못지 않게 하얗게 걱정을 더 해주셨던 엄마...
부모의 사랑 만큼 정직한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유전처럼 그대로 계승되는걸 알았으니까..
내가 그렇게 하루종일 네돌박이 딸과 씨름을 하고 본의아니게 독설적인 말을 퍼부어 댔지만, 미안한 마음과 본능적으로 끓어오르는 애타는 사랑하는 마음에 매일밤 자는 녀석을 안고 손을 꼬옥 붙잡고 사랑한다고 몇 번이고 입맞추었다. 마치 그 옛날 내 어린시절의 변함없이 포근했던 엄마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다짐한다. 엄마가 그러했던 것처럼 나도 내 사랑스런 첫아이 녀석을 한결같은 맘으로 끌어 주겠노라고...
그리고 이제사 고백한다. “엄마, 엄마...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라고..
(앗!! 이런이런~ 쓰다보니 2분이 경과했군요.. 11월30일 것으로 인정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