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큰 아이는 늦을 모양이다.
조그만 밥공기에 아이 밥을 옮겨 담아 두껑을 덮어 놨지만
아이가 올 때면 식어서 전자렌지에 데워 먹여야 될 것 같다.
전기압력솥이 보온겸용이긴 하지만
밥 양이 적어서 그때그때 압력솥에서 해 먹는다.
그러다 보니 퇴근이 늦게 되면 찬밥이 되어버린다.
요즘 제사때나 쓸 법이나 하는 스텐주발을 사용하던 시절에
엄마는 늦은 아버지의 귀가를 기다리며
제일 먼저 퍼 담은 쌀이 좀 더 많이 섞인 밥 한 주발을
아랫목 따뜻한 곳에 묻어 두었었다.
새벽까지 방이 따뜻할려면 아랫목에는 항상 담요나
허드레 이불이 깔려 있었는데 담요 아래 묻어 놓은
밥이 있다는 것을 잊은 우리는 발장난을 치다가
밥 주발을 뒤집는 일도 많았다.
담요에 더덕 붙은 밥알 숫자보다 더 많은 야단을 맞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날 엄마는 장에 가서 이상한 주방용품(?)을
하나 사 오셨다.
그것은 밥주발용 보온밥통이었다.
기억에,속에 스티로폼으로 둘러 쌓였고 겉은 녹색이 겉도는
용기였는데 그 속에 주발 하나가 쏙 들어 앉으면 꼭 맞았다.
보온밥통인 셈이었다.
그 보온통을 담요 밑에 묻어 두고
발장난을 쳐 그릇은 엎어져도 밥은 쏟아지지 않았다.
늦은 귀가의 아버지 밥상에는 신통하게도 갓 퍼담은 듯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더운 밥이 올려지곤 했다.
그 보온밥통이 언제까지 사용했었는지 잠시 기억을 흐리게 하지만
겨우내 요긴하게 쓰이던 우리집 보온밥통이었다.
저녁에 늦은 아이의 밥그릇을 채우다
그 옛날의 아버지 밥그릇을 데워주던
초라한 보온밥통이 생각이 나서 그적거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