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숫돌에 갈은 무쇠칼 손잡이는 언제 부턴가 물에썩어 시커멓게 되었고 칼날은 닳아서 넓이가 좁아졌지만 옥이가 낮에 갈아서 제법 날이 퍼렇게 서 있다
동생들도 쭉 돌아 앉아서 옥이 무 써는걸 구경한다
엄마도 한 손으로 깍뚜기를 서신다
무슨 운동회나 소풍날 받고 있는 하룻전날처럼 동생들도 옥이도 먹을게 푸짐한것이 맘은 충성하고 부자 같다
'언니 이거 썰어서 나좀 줘 거기 무 파란데로 거기가 달다"
"이그 이년아 갈 무는 어딜 먹으나 단법이야 "
"아냐 머 저번에 하얀데 먹엇는데 맵던데 엄만 갠히 그래 그치 언니~~"
"ㅎㅎㅎ 옥이는 바라보며 채를 열심히 썬다
" 자 먹어 이건 달거야 파래서 그리고 매워도 참고 먹어 아까우니까 알았지?"
타 타 타 석석석 수루루
옥이 채써는 소리와 엄마 깍두기 내는 소리가 갈밤을 쪼갠다
밤하늘 달빛도 째진 문구멍으로 새 들어 이불위로 길게 뻗는다
" 다 됐다 옥인 채 썰엇냐? 어디보자 아구 ~~ 많이 도 썰엇네 이만하면 될거다 치우고 저기 파는 눈물이 나고 애들자서 안되니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 설어라 그리고 깍두기 썰어서 논 저 다라를 니가 썬 채 다라위에 올려놓고 보자기로 덮어라 도마하고 칼도 윗목에 놓고 얼른 자라 너도 "
엄만 버선을 벗고 발을 뻗는다
옥이도 얼른 치우고 옷을 벗는다
차가운 옷을 벗으니 더 추위를 느끼는지 얼른 이불을 뒤집어 쓴다
달빛은 아직도 이불위로 뻗어있다
"엄마 학교서 선수들 밥해준다고 쌀갖고 오래 라면 봉지로 가득"
"지랄하네 선수들은 밥도 못먹는데니 우리보고 갖고 오라고 그러게 거기다 줄 쌀 없다 쌀은 무슨 그리고 왜 우리가 선수들 밥을 줘야 한다든 어여가 아침부터 욕먹고 가지말고"
동생이 입이 댓발 나와 대문에 기대 서서 운다
"저놈의 기집애가 밥 실컷 처먹고 왜 지랄이야 쌀 가져가지 않으면 오지 말래든 ?그럼 가지마라 그놈의 학교 공부는 쥐뿔나게 가르치면서 가져오란건 왜 그리 많타든 아 요아래집 ㅇㅇ은 그런거 없이도 공부만 잘 하드라 이놈의 기집애는 갖고오라는건 눈깔이 뻘개서 가져 갈라고 지랄이야 아고 지겨워"
엄마 오리 멱따는 소리에 그만 동생의 시커먼 눈에 눈물이 주루룩 흐른다
옥이가 몰래 눈짓을 한다
동생이 봣는지 그냥 간다
옥이는 엄마 몰래 편지 봉투에 쌀을 반쯤 담아서 바지춤에 넣고 선
"아고 배야 왜 이리 배가 아프지 ? 미옥이네 집으로 가야지 변소에 종근이가 갔으니까"
하면서 옥이는 슬그머니 대문밖을 향해 걸아가다가 엄마가 보이지 않지 뜀박질처 동생이 기다리는 담배집 앞으로 간다
'자 가져가 기다렸니? 엄마 때문에 얼른 가라 이거면 될거야 라면봉지 하나가득 넣어서 갖고 오는애가 없을거야 알았지 ?얼른가 언니 들어가서 김장 해야해"
"응 알앗어 언니 갈께 내가 이따 일찍 와서 언니 도와 줄깨 알앗지 그때가지 참어"
"으그 알았어 얼른 가기나 해 늦을라 얼른"
옥인 쥐어박는 시늉을 해가며 동생을 달래서 보낸다
가면서 뒤 돌아보는 동생이 안쓰럽다
엄만 벌써 배추를 씻고 계신다
동생들도 다 가고 옥이와 엄마 둘이다
"옥이야 저기 봉당에다 비니루 갈고 배추 다 씻은거 갖다 엎어라 물 빠지게 그리고 파도 썰고 여기 먼저 물부터 퍼라 아고 생강은 어찌 됫니? 다 빻낫니? 내가 깜빡 했다"
'다 해서 났어 엄마 파도 그렇고 배추만 씻어 놓으면 되 그럼 동네 아줌마들이 오니가 버무려서 항아리에 넣으면 되지 머"
옥이는 펌프질을하며 말한다
쿡 쿠룰루 찌구덕 쿵
펌프소리가 요란하다
엄마 배추 흔드느 소리가 정겹다
옥이도 건네준 배추를 마주 행궈서 비닐 위에 엎어 놓는다
어제 채 썰은걸 마루에 놓고 고추가루며 마늘 그리고 소금 을 넣고 비빈다
"옥아 머리카락 안들어가게 조심해라 알았지?"
"녜 조심하고 있어 걱정마 내가 한 두번 해바"
옥이 는 열심히 엎드려서 채를 버무린다 점점 벌겋게 변하면서 뭉처져서 옥이가 버무리기 힘이 들다 채치고 엎고 문지르고 당기고 밀고 한참을 하고선 갓과 마늘 그리고 당근 파 을 넣고 다시 한번 버무린다
"어디 맛좀보자 "
"음 됬다 소금만 조금 더 넣어라 그리고 버무리자 아줌마들 오겠다"
"응"
옥인 대답을 하고 손을 배추에 문질러 씻는다
한두해 해본게 아니라서 옥인 제법 능숙하다
부엌으로 가 밥을 해 앉히고 국은 동태국이다
대가리와 내장 그리고 무 파 미원 갓 고추가루 소금 이렇게 잇으면 동태국이 시원하게 펄펄 끓어서 점심 국으론 정말 맛있다
연탄불에 미리 국을 해 앉히고 옥인 마당에 나와 아줌마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아침 드셧어요?"
"그래 일찍부터 고생하는구나 옥이가 언제 이렇게 씻엇냐 내가 와서 도와 주려고 했더니 버무리기만 해야 겠구나 "
"아고 추워라 방에서 하지 마루에서 하느라고 난리야 추운데 옥이 엄마 방에서 해"
"어구 이걸 어떻게 방에서 하나 훈이엄마 물 떨어지고 양념떨어져바 지지도 않고 방바닥에 그리고 들고 날고 해바 더 힘들지 내 뜨거운 물이나 자주 줄테니 엄살 부리지 말고 얼른 거기 앉아서 버무려"
옥이 엄만 엄살 부리는 훈이 엄말 나무라듯 방문옆에 바삭 붙게 하고 마루에 자부동을 갓다 준다
간르 보고 수다도 떨고 웃고 날라다 주고 무도 넣고 또 쌈을 먹어보고 동네 아줌마들 할 얘기들이 왜그리 많은지 옥이는 들어도 질리지 않고 항상 새로운 얘기들이다
옥인 어른들 말에 끼어드는게 버릇없다고 들었기에 듣고 웃기만 한다
누군가 옥이한테 말을한다
"옥이도 시집 가야 겠다 이제 일을 다 배웠으니 부자집으로 보내야 겠네 어디 사귀는 남자라도 있냐"
'사귀긴 쟤가 언제 나다녀야 있지 지 엄마가 집에 매놓고 일만 시키는데 머가 있겟어"
"그래도 향기나고 처녀가 있단 말만 들으면 어디서든 중매라도 온다니까"
'누구든 옥이 데려가면 팔자야 좋치 애가 좀 착해 일잘하고 얼굴도 저 정도면 투실투실하니 좋고"
'이집 애들이 다 착하지 아 종근이 봐 먹으면 그저 학교 가잖아 작은애도 그렇고 "
"이집이 없어서 그렇지 애들이야 나무랄데 없지 머 "
"아고 먼소리야 그래도 잔소리가 끊이지 않아 내가 참으니까 그렇지"
옥이 엄마 가 기분이 좋으면서도 자뭇 옥이를 옆눈으로 흘기듯 보며 웃는다
기분이 좋은가부다
옥이도 엄마처럼 기분이 좋다
한참을 해날라서 담으니 항아리가 꽉 찼다
깍뚜기도 차고 동치미도 차고 달랑무도 가득하다
다라도 행구고 마당도 쓸고 밥은 벌써 김이 나고 국은 데우기만 하면 된다
아줌마들이 치우고 닦고 세우고 널고 덮고 하니 일이 아주 빠르게 끝이 났다
밥상위엔 금방한 걷절이가 깨소금하고 참기름 냄세를 풍기며 한바가지 있고 뱅뱅돌이 엔 국이 하나가득 김이 술술 난다
한얀 쌀밥은 수북수북 스뎅 그릇에 담아 세군데 담아 놓고 고등어 튀기고 금방한 달랑무도 한 그릇 있다
빙 둘러 앉아 때 늦은 점심을 먹는다
모두들 배가 고픈지 아무 말없이 그저 밥만 먹는다
옥이도 아무 말없이 먹기만 한다
걷절이가 얼마나 맛있는지 옥인 밥보다 걷절이가 더 많다
목으로 넘기는 김치기 뻐직하게 넘어간다
해가 점점 기울고 아줌마들은 다 가고 없다
하루해가 어찌 갔는지 옥인 다리가 뻐근하고 팔도 아프다
"얼른 치우고 들어가라 낼도 또 하고 엄마가 대충 치우마 "
옥이 엄만 옥이가 힘든걸 알아차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을 한다
옥인 아무 말없이 치우기만 한다
옥인 엄마가 그렇게 말할때 기분이 좋다
엄마가 옥이를 생각해 주는것이 옥이는 좋은것이다
비록 일년에 몇번 있는일이지만 ..............
김장을 해 넣고 난 옥인 무슨 큰 일이나 해 놓은것처럼 맘이 편하고 느긋하다 이젠 밥만 하고 김치국만 끓이면 먹는구나 하는생각에 밥하는것도 간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힘든 하루가 서서히 넘어가고 산등성이에 달이 어제처럼 문구멍을 들여다볼것이다 옥이가 자는 얼굴로 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