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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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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란


BY 까치 2004-11-24

저의 집 베란다에는 들쑥날쑥 크기가 제각각인 몇개의 화분이 일렬로 나란히 사이좋게 줄지어져 있습니다.

딱히 솜씨좋게 위치를 잘 놓지 못하는 나는, 그냥 편하게 일렬로 죽 놓고 일주일에 한번씩 물을 주고 조금 신경을 더 쓰고 싶을땐 화분의 해충을 잡아줍니다.

이 군자란은 내가 한 5년정도 키워온 것인데 분갈이를 하고 난 후부터 시들시들하더니 급기야는 봄마다 화려하게 자태를 자랑하던 꽃을 피우지 않게 되었습니다.

꽃이 피는 거라고는 이 군자란 뿐이라 나는 이제나 저제나 꽃을 기다려 왔는데, 어떨때는 저걸 확 뽑아버리고 다른 생생한 것을 키울까 하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놈의 정이 뭔지 또 하루하루를 기다립니다.

올해 봄에는 꽃이 삐죽이 고개를 내밀더니 해충 때문에 그런지 그만 새까맣게 죽어 버리는 것입니다.

올해는 꽃은 그만 보겠구나 하고 포기하고 있었지요.

그래도 열심히 해충(칼라 벤자민에서 2년전에 옮은 것임)도 잡아주고 열심히 물도 주었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일주일전에 주홍빛의 그 꽃봉우리가 반갑게 너무나 반갑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놈은 계절도 모르나?

지금이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데, 베란다가 너무 따뜻해서 감각을 잊어버렸다 봅니다.

어쨌든 저는 너무나 반가웠지요.

투자없이 무상으로 받은 경품에라도 걸린 기분이었습니다.

기다리지 못하고 이 군자란을 가차없이 뽑아버렸다면 이런 소박한 기쁨도 맛보지 못했겠지요.

나는 가만히 기다림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기다림에는 많은 종류가 있겠지요.

사람은 무릇 기다리기를 잘하는 사람이 결국엔 승리의 기쁨을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는 노력또한 기울여야 하겠지요.

모든 일에는 말입니다.

군자란이 힘든 여건임에도 꽃을 피웠듯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힘들더라도 꾸준히 노력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자 합니다.

오늘도 퇴근을 하고나면 군자란의 꽃이 얼마나 올라왔나 살펴 보아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