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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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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넷의 가을나기...


BY 그러게... 2004-11-08

스트레스 엄청 쌓일때, 답답할 때, 그리고 허전할 때 나는 산엘 간다.

산에가면  무엇보다 자연과 함께 할 수 있어 좋다 .

계절에 따라 변화 무상한 자연도 보고, 느끼고, 감상하기에 더 할 나위 없이 좋다.

 

숲 속 맑고 신선한 공기도 마음껏 들이킬 수 있어 너무 좋다.

새소리, 물소리,벌레소리,풀과 나무 사각거리는 소리, 바람소리,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이 좋다.

 

친구가 켵에 있으면 있는대로 좋고 혼자면 혼자라서 또 좋다.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내 상황에 따라 언제든 가도 푸근해서 좋다.

산에서 내려올때 나는 한층 맑게 정화된 내가 되어 돌아온다.

 

내가 산에 다닌것도 이제 3-4년은 된 듯 하다.

그 전에 비해 마음이나 표정으로 봐서도 한층 여유로워진 듯 하다.

 

산에 다니게 된 내 여건과 선택에 고마움을 느낀다.

그 전엔  스트레스 해소와 허 한 가슴을 채우는 방법은 오직 책읽기 뿐이었다.

남들에 비해 둘째 아이를 늦게 두었기에 시간적, 공간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는

나로서는 그저 독서만이 유일한 내 시간이고 나를 찾는 수단이었다.

 

독서도 나에게 많은 풍요를 가져다 주었다.

산 과는 또 다르게 시공간을 초월해 책 속의 세계와 정서, 감정에 몰입하여

주인공의 삶을 체험할 수 있어 다양한 경험과 상식도 넓힐 수 있어 좋았다.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그 뿌듯함, 충만감이라니!!!! 

터질듯 한  스트레스도 한 방에 날릴 수 있었고 헛헛한 가슴도

훈훈하게 채울 수 있어 좋았다.

 

얼마전,산에서 내려오는 길목에 작은 화원이 하나 생겼다.

그 집앞에 전시되어 있는 화초들을 요것조것 들여다 보다가

맘에 드는 것을 골라 하나씩 사들고 오게 되었다.

 

베란다에, 거실에, 현관에, 신발장 위에, 안방에, 큰 아이방에 , 작은 아이방에

화분들이 놓이게 되었다. 집이 달라졌다.

한층 부드러우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나를 위해서 독서, 등산 그리고 이제 식물 기르기가 하나 더 추가 되었다.

화분 하나 하나에  물을 줄때면 새싹이 나오고 있는지, 시들고 있는 잎은 없는지,

세심히 들여다 보게 된다 .

 

잎이 무성하게 자라 화분이 작아 보이면 화분 갈이도 하고

가지가 너무 뻗어 어수선하면 가지치기도 하고 잘라낸 가지 하나를 골라 물에

3-4일 담가 뒀다가 작은 화분에 심어 놓으면 얼마지 않아 새잎망울이 돋아 난다.

아~~ 새로운 생명 하나를 탄생시킨 듯한  그 감격!!!

화분 하나 하나 정성껏 길러 집안을 작은 숲으로 만들어 보리라.

 

40대 중반에 막~ 들어 선 내게 올 가을은 유난히도 힘들다.

온 정신을 휘저어 아예 진을 다 빼고 갈 모양이다.

그렇다고 특별한 이유는 없다. 매년 가을이면  그저 울적해지긴 했지만

정신이 혼미해지는 듯~ 버기기가 힘들다.

이러다 정신을 그냥 놓아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밀려온다.

 

책은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산엘 가도 시원찮고 그저 화분만  멍~ 하니 들여다 본다.

"그게 다 나이 탓이야~" 누구는 그런다.

아무래도 맘이 많이 약해진 듯하다.

 

"그래, 그냥 내 일상과 가슴 한 켠을 글로 담아내보자. 익명이니

 이미지 관리할 필요도 없고 그냥 내 맘 그대로 토해내면 훨~ 시원해 질거다"

이렇게 하여  아줌마닷컴 에세이 방에 입문(?)하게 되었다.

 

내 글을 올리고 또 남의 글을 읽으면서 울고 웃고 공감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가을을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