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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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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붕어빵 장사하다가)


BY 큰돌 2004-10-07

가을하늘이 이처럼 맑으면 난 어디로 피해야 하나 은행 나무 밑으로 가서 기대어 하늘을 보고 멀리 오고가는 차들에게 눈을 돌려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너무 이른 내 장사 붕어빵 ...... 오뎅과 같이 어울려 파는 작고 어정쩡한 포장 안에서 혼자 빵틀도 돌리고 오뎅도 끼우고 봉지에 붕어빵도 넣어서 팔고 오뎅도 포장해 팔고 가까운데는 배달도 합니다

오늘처럼 해가 나고 사람도 없고 만든 붕어빵이 말라 과자처럼 바삭거리면 누군가가 와서 빵을 사갈까 가슴이 조입니다

참고로 붕어빵은 금방 나와서 김이 모락모락 날때 호!호~불며 손가락을 살살 바꿔쥐며 먹는게 제맛인데 그래야 내 맘도 좋고 돈받을때 떳떳한데 그럴때가 별로 없습니다

제과점 빵은 차갑거나 뜨겁거나 말없이 사가지만 붕어빵만은 항상 "뜨거운거 잇어요? 금방 나온거 잇나요?" 이렇게 묻고 사간다

그래서 내 맘은 오늘처럼 이렇게 팔리지도 않고 빵이 말라버리면 누가 올까 두렵고 반면 만든 빵을 버릴수도 없고 먹자니 질려서 먹을수도 없고 정말 눈물만 나옵니다

 혼자 포장 안으로 밖으로 왔다갔다 하며 전봇대에 작은 거미가 집을 짓는걸 봅니다

(저기다 집을 지으면 사람들이 밟거나 물건에 걸려서 집이 없어져 버릴텐데 )하는생각에 난 그 거미한테 다가갑니다

"거미야 거기다 집을지으면 위험해 얼른 올라가라 그리고 저 위에다 지렴 그럼 튼튼하고 걱정도 없을텐데..............."
난 혼잣말로 그렇게 말하고 햇빛에 비취어 바람에 살랑이는 거미줄을 바라봅니다

(제발 내 말되로 햇으면 좋으련만)...............

점심때라 사람들은 다 점심을 먹었을거고 난 오늘도 점심을 굶고 지납니다

사거리 신호등에 차들이 바쁘고 지나는 사람들은 내 포장을 보지도 않습니다

아침마다 반죽하고 오뎅도 부산서 직접 택배지 줘가면서 받아다 팔건만 사람들은 아무도 보려하지 않습니다

자꾸만 다가오는 햇살에 눈물이 나려 합니다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벌써 저녁이 다가온걸 압니다

먼저 만든 빵은 굳어서 딱딱하게 아직도 잇지만 난 다시 불을 당기고 팥통을 올려놓고 반죽 주전자를 들고 다시 빵틀을 돌립니다

딱!!!!!!! 턱 뎅~

빵틀  돌리는 소리에 아이들의 눈이 내게로 옵니다

작은 불빛에 세상은 캄캄해지고 멀리가는 차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릴뿐 난 고개를 숙이고 언제나 처럼 붕어빵 아줌마로 열심히 틀을 돌리고 오뎅도 팝니다

아줌마 아저시 학생 아들같은 남학생 그리고 아가씨들 그리고 퇴근하는 직장인들 ...........

모두들 내가 좋아하고 반갑고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단 몇분 바쁘고 나니 다시 나 혼자가 됐습니다

큰 은행나무 밑에 혼자 다시 가을의 밤을 느끼며 혼자가 된 내게 눈물을 또 흘립니다

사람들 소리는 작아지고 차소리만 들릴때 난 지난 나의 모습에 맘이 애립니다

그리운 사람이 더 그립고 날 그리워 하는그 사람 맘이 아플것이라는 생각에 내 가슴이 더 아려옵니다

내가 누군가를 아프게 생각하기에 날 생각하는 그 사람맘을 압니다

이제 내 옆에 있는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어  저 길거리에 나뒹굴면 또 다시 적절한 추위에 난또 바빠질겁니다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내 포장안에는 지난 겨울처럼 다시금 북적거리고 김에 서려서 흐릿하게 시간이 지날겁니다

그 속에서 난 생각을 잊고 사람들의 말에 웃을겁니다

하루종일 시린 발을 동동거리며 손이 굽어 양쪽 겨드랑에 손을 끼고 입김을 바라보며 바쁜 손님들의 발걸음에 나또한 바쁘게 하루를 보낼겁니다

언제나 겨울은 항상 그렇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