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시절 친구와 함께 가봤던 주왕산... 세월이 흘러 남편과 다시 가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경북 청송에 있는 주왕산은 내가 처음 가봤을 때도 그리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은 아니었다. 그러나 가족끼리 떠났을땐 이미 많이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다.
아침일찍 떠났음에도 워낙 먼길이고 길이 복잡해 시간을 길에다 많이 뿌려 주왕산에 도착했을 땐 이미 날이 저물고 있었다. 주왕산 입구에 민박을 정했다. 까만 밤 뭐가 보일까마는 남편은 근처를 한바퀴 돌기 위해 나가고 무더위에 지친 아이들과 난 민박이라 좁은 욕실에서 나름대로 시원한물이라도 한바가지씩 끼얹고 보니 그나마 살만했다.
공기맑은 시골에 와서인지 밤새 뒤척이며 (설레어서) 이름모를 벌레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잤다.
아침일찍 산행을 시작하니 인적도 드물고 어찌나 공기가 맑고 깨끗한지 가슴속까지 뻥 뚫리는것 같았다. 등산로조차 잘 되어있어 유경이는 남편이 안고 유원이는 내가 안고 오름에도 별로 힘든 줄도 몰랐다.
주왕산은 설악산 월출산등과 함께 남한의 3대 바위산으로 꼽힌다고 한다. 그래선지 기암, 연화봉, 망월대,급수대,시루봉,학소대,신선대등 수려하고 빼어난 봉우리들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사실 주왕산에 전설이 있다. 중국 당나라 덕종 15년에 후주천왕을 자칭하고 난을 일으켰던 주도가 당나라 군사에게 패하여 신라의 석병산(주왕산)으로 숨어들어 하루하루를 지내다가 어느날 세수를 하다 굴밖으로 나왔다가 그를 찾아 헤매던 당나라 마장군에게 발각되서 화살에 맞아 죽었는데 그가 숨어있던 굴을 주왕굴이라 부르고 산을 주왕산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주왕산에 오르다 보면 제1,2,3폭포가 있다.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를 보면그 기상이 남성적이고 마음 한껸의 근심도 사그라 질것 같다. 보기엔 험해 보이지만 오르기 쉬워 남녀노소 누구나 찾는 산이다.
그리고 근처에 달기약수가 있어 위장병과 신경통에 좋다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아쉽게도 우린 약수엔 못갔는데 나중에 남편이 친구들과 다시 가서 약수를 떠와 먹어 보니 그맛이 톡 쏘고 약간 쇠냄새가 나는 것이 철분 성분 때문이란다.주왕산을 벗어나 도산서원으로 향했다.도산서원으로 가기전 도로는 그야말로 최대의 드라이브 코스인것 같다.잔잔한 물결위로 그리움이 지나고 추억이 스며들며 이곳을 왔다 가는 발자국도 함께 동화되어 먼훗날 추억으로 남겨줄것처럼 은빛으로 빛난다.
결혼전 동생과 가을에 찾았었기에 단풍든 모습이 너무 예뻤던 도산서원, 지금은 한여름이라 오히려 푸릇푸릇한 나뭇잎들이 반긴다. 도산서원은 퇴게 이황선생이 제자를 양성하던 곳으로 돌아가신 4년뒤에 건립된 서원이다.석봉 한호의 글씨로 도산서원이란 현판을 하사 받았고 도산서당은 서원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 한다.
도산서원을 지나 도착한 곳이 부석사, 소백산 기슭에 자리잡은 사찰로 호젓하면서도 멋스러움은 이루 말할수가 없다. 많은 사찰을 다녀 보았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곳은 처음인가 싶다. 사계절 어느 때에 보아도 아름다운 곳, 누구나 시인이 되게 만드는 서정적인 분위기는 언젠가 또한번 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부석사에서 무엇보다 무량수전을 빼놓을 수 없는데 국보18호로 첫손꼽히는 건축물이다. 더구나 무량수전이란 현판의 글씨는 공민왕의 친필로 무량수전 앞에 있는 석등,조사당,벽화등 국보와 보물도 많이 가지고 있다.우린 부석사를 내려오며 입구에서 주름진 얼굴로 사과를 파는 할머니를 보며 사과를 한바구니 샀다. 꿀같이 단맛이 나는 사과를 베어 먹으며 피곤한 줄도 모르는 두아이와 남편과 난 그야말로 알찬 여행을 하고 돌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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