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전 여름비가 마구 쏟아지던 날,
밥집 막내깔과 공사장에 일하는 노총각....
문도 제대로 열리지않을 것 같은 공사장 트럭을 타고
알수도 없는 길을 달릴때 어렴풋이 가야할 길이 같을 것 같은 심상치않은 예감에
고개를 몇번이고 흔들어 보았지만 여전히 말없이 앞만 바라보는 그사람이
싫지만은 않았고 불편하지도 않은 그냥 함께 해야만 할 것같은 아주 오래전에 이미
그렇게 정해놓은 것같은 느낌들이 몸서리 처지게 가깝게 느껴질때
그것이 바로 운명임을
아이를 둘 낳고 살을 부비고 사는 동안 밥을 먹는 것처럼 그사람이
어느내 내 일상이 되어 버렸음을 나는 안다
꽃을 사줄줄도 어울리지도 무슨 무슨 날이라하여
선물을 준비할 줄도 모르는 참 매력없는 사람이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그만의 배려를 그때 여름비가 쏟아지던날 나는 느꼈을까?
점심만 먹고 돌아온 날부터 삐삐를 선물 받고 공중전화 카드를 몇백개를 썼던가
모토로라 최신형, 호출기도 귀하던때 월급받아 당장 사주었던
지금은 웃기는 골동품이 되어버렸지만 홍콩 영화속 유덕화처럼 호출기가
그렇게 익숙해 질 무렵, 그는 오산으로 나는 대구에....
그리하여도 막 시작된 우리에겐 대구에서 오산까진 너무 멀었다
왜 전공을 마다하고 막노동을 하게 되었는지 조금씩 조금씩 알아 갈무렵
이것으로 끝이겠구나
뭐 그리 안스럽지도 않게 이별을 준비하던 나에게
전화라는 문명의 해택이 인연의 고리로 날마다 연결시켜 주고 있었다
결혼하고 처음 받은 선물도 그 공중전화 카드였다 그동안 전화카드...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인줄 아느냐고.....
공중전화 박스에 장거리 전화거는 사람을 위해 의자도 필요하다고 말하던 구석기 시대
이야기 같은 연애시절, 밤10시에 통화해서 다음날 출근 할 때까지 무슨 할 얘기가
그땐 그리도 많았을까
스무몇살의 내가 다시 학교에 가서 공부하려고 할때 말없이 기다리지뭐 라고 말해주어
결혼이라는 건 새로운 시작임을 또한 즐거운 기다림이라는 것 느끼게 해주었지요
그러하답니다
결혼도 부모가 되는 것도 작고 소박한 준비가 필요하답니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되어지는 삶의 부분 부분들은 더더욱 아니기에....
그리하여서 얻어지는 건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없기에
나이가 너무 차이난다 띠가 맞지않아 궁합이 안 맞다
부모님들의 시원찮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종교문제로 좀 망성임끝에
나는 기어이 그 사람을 30대 조금 더 넘어서야 유부남으로 만들었다
3년 연애 ... 생각해보면 참 고마운 사람이다
그때 공부하려고 할때 못하게 했다면 아마 두구두고 원망을 했을게다
40대가 되어버린 그사람은 요즘 인라인스케이트 배운다고 열심이다
덩달아 아이들도 신이났다
일주일 걸려 겨우 걸음마를 뗀 나와는 달리 이틀만에 농구장을 휘졌는 걸 보면
그동안 운동신겨이 둔해서 큰 애가 줄넘기도 못한다고 구박하기도 했었는데
그건 순전히 나때문인가 보다
그래서 또 가을이다
인라인스케이트 타기에 너무나 좋은.......
2004년 가을에 결혼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