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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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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야기>내 남자의 눈물


BY 박춘희 2004-09-09

난 남다른 사랑을 했다.

그 이를 만난건 이런 컴안에서 부터였다.

챗팅속에서 만난 그 사람...

우연히 우린 챗팅속에 여러사람들과 함께 모여 바다로 드라이브를 가게 되었다.

그 사람과는 챗팅속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았었다.

처음 만났을때 그 사람이 활짝 웃음을 보였다.

그리고 모두 모인 자리에서는 얼굴이 굳어 있었다.

처음에 그 미소는 어디에도 없어 보였다.

몹시 힘든 얼굴...

 

나 역시 그때 힘든 시기 였다.

이별에 아픔도 맛보았고

흔들리는 집안사정으로 그동안 모았던 돈도 모두 날려 버렸었다.

난 힘들때면 바다를 보러 가곤 했다.

그때도 그랬다. 살고 싶은 마음도 의지도 없었었다.

 

그때 난 왜그랬을까?

말없이 술만 먹던 그 사람에게 나의 아픔을 들추어내며 푸념들을 늘어 놓았다.

그사람은 그냥 '픽'하며 웃었다.

"그것이 힘듬에 이유입니까? 그럼 살지마세요. 저 바다에 가셔서 몸 던져버리세요."

너무 황당했다.

뭐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었다.

하지만, 곧 그 사람은 날 위로 했다.

아직 단단한 직장에서 일 잘하고 있으니 그거 하나만으로도 희망이 있지 않냐며...

 

그뒤 그 사람과 몇번의 통화 그리고 몇번의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주말 퇴근시간.

그가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바다가 보고싶다면 같이 가지 않겠냐고...

난 그냥 그의 차를 탔다.

 

우린 가까운 바다에 가서 한참을 아무말 없이 바다만 바라 보았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며 그가 나에게 운전할수 있냐 묻더니 술을 시켰다.

소주 한병을 다 마신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나에게는 형님이 한분 계셔. 아직 결혼안하신...

아니 결혼을 못하셨지.

나때문이거든.

내가 대입시험을 치러 가던날

등록금 마련을 위해 새벽에 사과를 팔러 가시다 사고를 당했어.

운전수의 졸음운전으로.. 생명은 구했지만 그만 한쪽 팔을 잃고 말았어.

그때부터 형은 시골에 숨어 살다시피했어. 거의 친구도 만나지 않고...

그렇게 당당하고 무서웠던 형이 한순간에 백치가 되어 버리더군.

급기야 말도 더듬으시고...

대학졸업하고 돈 벌면 진짜 형한테 잘 할려고 했는데 왜이렇게 일이 꼬이는지

이제 직장을 구해 처음으로 형한테 의수를 해주었는데...

빌어먹을 IMF가 날 이렇게 힘들게 할 줄이야.

회사에서 월급이 안나와.

내형편을 아는 여자친구들은 다 날 싫어하더라.

잘 만나다가도 이런 얘길하고나면 다 떠나버려.

참 세상은 사랑하나만으로는 안되나봐.

정말 형한테도 부모님한테도 잘 하고 싶었는데...."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비치던 그 사람의 촉촉히 젖은 눈을 보고 있으니

그 사람에게 왠지 내가 힘이 되어 주고 싶고 희망이 되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말로 위로를 해줘야 할지 ......

"힘들땐 나한테 기대. 내가 크게 힘이 되진 못하겠지만..

혼자 힘들어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

나의 이 말에 그 사람은 처음 만났을때 보여준 그 활짝 핀 웃음을 내게 보여주었다.

 

우린 그렇게 서로의 상처를 쓸어주고 보다듬어 주는 사랑으로 시작했다.

 

사랑을 시작하면서 어려움도 많았고 결혼하는데도 걸림이 많았지만 우리 잘 헤쳐왔다.

지금도 힘듬은 있다.

그이의 부진한 일도, 아직 해결되지 못한 아주버님의 결혼도...

하지만 우린 처음에 그랬듯이 서로를 위로해주고 안아주며 힘이 되주려는 마음으로 잘 살아 가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힘들지만 마음하나만은 아주 행복하다는 느낌으로 살고 있다.

 

서로에게 기댈수 있는 긴 팔을 가지고 안아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확신속에서 우린 꼭 영원히 행복속에 사랑하며 살거라고 믿는다.

노력하는 그이의 모습에서도..

항상 고맙다는 그이의 말속에서도...

 

서로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항상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그사람이 현재 어떠하더라도 남은 인생 함께해도 행복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