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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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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야기(내 인생에 하나뿐인 남자)


BY 쑥부쟁이 2004-09-07

내 나이 25살에 처음 남자를 만났다..그런데 이남자가 나의 평생 배필이 될 줄이야...

 

내가 근무하던 곳은 규모가 큰 개인병원...그곳에서 6개월정도 근무할 즈음 남자가 입사를

 

 했다.키는 멀대같이 크고 비쩍 마르고 얼굴은 허연 남자...남자에  관심이 없던 나는 그 남자

 

의 얼굴도 제대로 안 볼 정도로 일에 바쁘게 묻혀 지냈다...병실근무였던 나는 많은 환자를

 

일일이  돌보아야 했기에 여기저기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그런데 약국(그 당시엔 원내)에서

 

근무하던 언니가 사람이 성실하고 유머도 있고 착하다며 잘 지내보라고 부추기는 바람에 조

 

금씩 인사를 하며 터 놓고 지내는 직장 동료로 지내게 되었다..그런데 사람이 보면 볼수록 진

 

국같은 이면이 있었다..그리고 왜 그랬는지 많은 직원들이 우리를 어떻게든 엮어주려고  기

 

회를 만들어주고 둘만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 바람에 떠밀리는 마음으로 그렇게 시작했다...

 

그렇게 직원으로 편하게 시작한 우리는 주위의 노력 탓인지 급격히 친해져  한달만에 남자의

 

프로포즈를 받기에 이르렀다..그때의 그 난감함이라니...겨우 한달만에, 정식으로 사귀어보

 

지도 못하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데 프로포즈라니....생각해 보겠다는 편지를 건네며 몇칠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생각끝에 남자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이지 않았다...이건 아

 

니라는 생각이었다...그후 남자는 풀이 죽어 말도 안하고 동료들과 제대로 어울리지도 못하

 

며 많이 힘들어했다..다른 동료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니 그냥 싸웠느냐고만 물어보고 다시

 

잘 해보라고  난리였다..남자의 그런 모습은 정말 내가 보기에도 아니었다...다시 몇칠을 고

 

민한 끝에 그럼 한번 사귀어보자고 했다...그날 저녁 근무가 끝나고 커피숖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남자에게 반지를 받았다.. 자기가 직장생활하며 받은 첫 월급으로 반지를 사서 끼고

 

다녔었는데  결혼할 여자에게 주려고 했었다며 그 반지를 빼어 여자 손가락에 끼워주는 것이

 

었다..그리고 우리는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참 많이도 싸웠다.. 연애때 우리만큼 싸운 커플도

 

없을 것이다...남자는 만나면 만날수록 참 괜찮은 남자였다...우리의 데이트 코스는 한강..

 

당직 근무를 마치면10시 그러면 한강으로 걸어가 둔치에 앉아 많은 얘기를 나누며 우리의 사

 

랑을 키워 나갔다.그때 처음으로 첫키스를 하고...남자는 27살에 첫키스를 해 보았다며 그날

 

은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수줍게 말했었다...여자 또한 그날 이후 남자의 얼굴을 보기가

 

민망했다...쑥스럽고...일년을 함께 근무를 하며 지내다가 남자는 더 많은 걸 배우고 싶다며 

 

고향에서 병원을 하고 있는 선배에게 갔다...남자가 떠나는날 여자는 목 놓아 울었다..그동안

 

쌓인 정이 얼만데...이렇게 떠나면 끝일것 같았다.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꼭 그렇게 될것 같았다..눈이 퉁퉁 붓도록 우는 여자를 달래며 차마 떨어지지 않

 

는 발걸음을 옮기는 남자..그렇게 남자는 전주에서 여자는 서울에서 각자의 생활이 시작되었

 

다.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편지로 사랑을 키우며 빈 공간을 채워나갔다....그리고 일년후 남

 

자가 다시 수도권으로 올라와 우리는 일주일이나 이주에 한번씩 만나서 데이트를 했는데 여

 

전히 싸움은 끝이 없었다...원인은 언제나 여자였고,남자는 그렇게 싸우고 나서도 늘 아무일

 

도 없었다는듯  여자를 대했다..전화도 잘했고 편지도 잘 썼고...그렇게 싸우며 3년을 넘게 만

 

났는데 여자가 크게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남자도 너무 화가 나서 손이 올라오려고 했

 

다..한시간후 커피숍..마음을 정리한 여자의 손가락에서 남자가 끼워줬던 반지가 빠지고 여

 

자는 등을 돌렸다..남자는 그 순간에도 잘못했다고 빌고,뒤도 돌아보지 않은체 기숙사로 올

 

라온 여자는 남자를 피해 몸을 숨겼다. 잠시후 쫓아 올라온 남자...다른 직원들이 무슨 일이

 

냐고 물어봐도 말도 안하고 굳은 표정으로 여자를 찾던 남자가 포기한듯 1층으로 내려가 버

 

리고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날밤 잤는데...아침에 내려와보니 관리 과장님께서 남자가

 

아침까지 대기실 의자에 꼼짝없이 앉아 있다가 금새 갔다고 말씀하시는게 아닌가...대단한

 

사람이라며....그후 매일 하루에도 몇번씩 전화를 하고 왕복 3시간의 거리를 하루가 멀다하고

 

 달려와 여자의 마음을 다시 잡으려고 애썼지만 여자의 마음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잘못은

 

여자가 먼저 했으면서도...그렇게 몇날이 가고 마지막으로 만나서 모든걸 확실히 정리해야겠

 

다는 생각에 남자를 만났다...이제 더 이상 연락하지 말고 각자 잘 지내자고 했다...그냥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자고..다시 만나자고 여자의 마음을 회유하던 남자는 여자의 굳은 마음이

 

풀리지 않자 무릎을 꿇고 빌었다..자기가 잘못했다고..다시는 그런 실수 안할테니까 다시 잘

 

해 보자고..그것도 여자의 마음에 통하지 않자 남자는급기야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그때

 

 무너져내리는 여자의 마음... 남의집 귀한 자식인데 눈물까지 흘리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

 

각에 그를 안아주었고..남자와 여자는 그후 6개월만에결혼식을 올렸다...3년이 넘게 길게 이

 

어져온 우리의 연애담..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짜릿하고 설레인다...한편의 소설보

 

다,드라마보다 더 짜릿하고 달콤하다..나의 이야기이기에...

 

 

올해가 결혼 10주년이다...남자는 여자에게,여자는 남자에게 참 잘한다...연애 3년6개월동안

 

그렇게 싸웠음인지 크게 싸움 한번 없이 여전히 여자의 모든걸 다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남

 

자가 있어 결혼 10년인데도 남들이 부러워할만큼 여전히 신혼처럼 알콩달콩 행복하게 산다..

 

결혼때 둘이 탈탈 털어 단칸방으로 시작을 했는데,그래도 함께 있을수 있기에 너른집이 부럽

 

지 않았는데 맞벌이로 알뜰하고 착실하게 저축해 예쁜이층집 짓고

 

아이들을 위해 마당에 그네도 매달아 재미지게 산다...

 

남자닮아 착하고 잘생긴 아들과 여자닮아 애교많고 예쁜 딸과 함께..

 

내 생에서 제일 잘한 일은 그때 남자를 잡은 것이다...그때 그렇게 여자에게 절절매서 여자에

 

게 잡혀 살줄 알았는데 사랑과 자상함으로 여자의 마음을 꽉 잡고 사는 남자...아직도 하루에

 

몇번씩 안부 전화해주는 남자..비가 온다고.. 눈이 온다고..밥은 먹었냐고...그런 남자가 고마

 

워 손톱 발톹 깎아주고 양말 신겨주는 여자..  마을에서 우리는 왕 닭살 커플이다..

 

모두가 부러워하며 놀리기를 멈추지 않는.....

 

그런 남자가 있기에,이 남자가 있는한  여자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행복할수 있다...

 

내생에 단 하나뿐인 나의 남자...다시 태어난데도 난 이 남자을 택할 것이다...

 

유일하게 나를 받아줄수 있는 남자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