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흘러 20년이 지났는데도 잊혀지지 않는 주소가 있다. - 서대문구 미근동 209번지 - - 서대문구 의주로 1가 00 번지 - 현명한 선택을 했더라면 아마 지금까지 있었을 곳이다. 스무살 시절부터 결혼 스물 여섯까지 광화문과 서대문 일대는 (무슨 조직같은 소리 ?) 아마 숨쉬고 있는 한 잊혀지지 않는 내 젊은날의 초상화가 남아 있는 장소이다. 두 주소의 주인공인 경찰청사 옛건물은 빨간 벽돌로 지어진 3층짜리 건물이었는데...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보초서고 있는 꺾다리 수경은 출근하는 나를 보며 항상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 했었는데... 부검한 시신들의 일부를 보며 기겁했던 기억들... 수사반장 촬영팀들이 오면 훔쳐보는 재미또한 쏠쏠했고 헤어진 사람 찾아주기 하며 눈물콧물 닦던 날들.. 서울역으로 가는 길목 공원은 점심후 재잘거리며 걷던 수다의 장이고...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육교를 건너면 미동국민학교가 있고 쭉 걸어 내려오면 서대문 사거리다. 그렇게 6년을 변함없이 다녔다. 서대문 경찰서 푸른극장 화양극장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수많은 다방들... 푸른극장 지하다방의 어느 디제이에게 빠져 퇴근후 매일 들려 같은 곡을 신청했던 날 등.. 두툼한 책 두께만큼이나 내 추억 페이지 수는 길기만 하다. 결혼 전 새청사를 짓기 위해 사무실이 옛 배재고 자리로 이전하고 커다란 나무아래, 운동장을 내려다 볼수 있는 계단에 앉아 점심후 커피한잔 하며 담소를 나누었던 기억.. 대법원과의 사잇길로 통하여 경향신문사와 이화여고를 낀 정동길 서소문로 등도 뻔질나게 걸어다녔던 곳이다. 변치않는것이 어디 있으랴... 이제는 모두가 낯선 동네로 변해 버렸으니 우물안 개구리라던가... 10여년을 이곳에서 살다보니 나는 촌스런 아낙네로 변하여 가고 있다. 변해가는 서울에 익숙치 못해 가끔은 촌티를 내는 내 모습이 그렇게 낯설 수가 없었다. 지나가 버린 날들에 회한이 인다. 지금 이시간은 누가 뺏어갈까 두려운 행복의 시간이지만 그때 결혼 후에도 일을 그만두지 않았더라면 나의 삶이 어떻게 변해 있을까.. 열심히 광화문을 통해 서대문으로의 드나듬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모를 일이긴 하지만..... 비오는 날 닳아버린 조각 꺼내어 하나하나 맞추는 재미가 나를 젊은 날의 초상화 속으로 풍덩 빠지게 만들고 있다. 미근동 209번지 안에는 젊은 날의 동료들이 나와는 다른 삶을 일구며 살아 나가고 있겠지... 보고싶다 모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