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누렁이가 우리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일이 손에 잡히질 않고 허둥허둥 누렁이가 있던 뒷곁으로 가 보았습니다.
아직 누렁이의 집앞엔 누렁이 밥그릇이 그대로 놓여 있습니다.
누렁이가 먹다 남은 사료가 남아 있더군요.
밥그릇 옆으로는 앞발로 후벼팠던 땅이 페여 속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페어진 구덩이에 비가 고입니다.
빗물속엔 누렁이의 눈물도 섞여 있을 것 입니다.
어제 구덩이 옆 저쯤에서 목에 둥근 쇠줄의 올가미에 목을 휘감길때 공포에
떨며 버둥거리다 체념을 했는지 차에 오르던 누렁이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차에 오르기 전 바짝 긴장되어 구덩이 옆에다 변을 한사발 정도 보았었는데.....
아마 울 옆지기가 치운 모양입니다.
사각의 틀에 갇혀 덜컹거리던 차가 언덕을 넘어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이쪽을
바라보던 애원의 눈빛이 종일 일상을 따라 다니며 나를 괴롭혔지요.
일을 마친 어제 저녁 혹시나 싶어 개장사에게 전화를 걸어 계약을 취소하고
싶다는 얘길 전하려 했는데 그 때가 언젠데요 합니다.
그 때.
내가 꾸물거리며 결정을 얼른 내리지 못할 때 우리 누렁이의 푸른 생명은 칼날
위에서 결정이 내리어 졌나 봅니다.
꼭 작년 이맘때 누렁이는 핏덩이의 모습으로 내게 왔지요.
우리집 뒤로 빈 집이 하나 있었는데 어느날 빈집에서 끙끙거리는 개 한마리를
울 옆지기가 발견했지요.
개 주인은 아파트로 이사하며 개 둘 곳이 마땅치 않자 그 빈집에 개를 두고
한달에 서너 번 들러 개에게 먹이와 물을 주고 갔으니...
외로움과 배고픔에 지친 개가 불쌍하여 우리집에 데려다 키웠는데 그 개는
임신 상태더군요.
우리집으로 온 지 얼마 안되어 그 개는 출산을 하게 되었는데 누렁이를 비롯한
4마리의 새끼를 낳게 되었지요.
어미개에게 미역국 해다 바치랴 낳은 새끼 돌보랴 지난 여름 바쁘긴 했어도
새끼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 가을쯤에 아는 사람들에게 모두 주고 어미와
누렁이만 두게 되었지요.
누렁이와 어미는 참 순둥이지요.
주인과 절친한 사람이 오면 꼬리를 흔들며 짖어대는 적이 없었는데...
얼마전 노인 모시는 문제로 집을 비우라고 난리를 피우던 사람들이 무리지어
왔을때 그 순둥이 누렁이는 발작적으로 짖어 댔지요.
노인문제로 시끄러운데 개까지 동네 시끄럽게 한다며 결국 누렁이는 시비거리
가 되어 정리하게 되었지요.
삶이 다 할때까지 지켜주리라 다짐했던 못난 주인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 내지
못했습니다.
못난 주인의 가슴 속에는 잊지 못할 또 한마리의 누렁이가 아픔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주 어릴적.
아마 초등 2학년 쯤일겝니다.
말복이 지나고 따가운 바람결에 서늘한 바람이 섞여 있었던 때 였던 것 같아요.
누렁인 초복,중복, 말복을 다 지난 시기였으므로 개들의 수난으로 부터 긴장을
풀고 있었을 겁니다.
아마 2학기가 시작되고 중학교에 다니던 우리 언니의 교납금 통지가 날라왔던
때 였을겁니다.
그 때 지방지 기자를 하시던 아버지는 실직되셨고 마냥 세월을 기다릴 수가
없어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아버지는 고깃배를 타게 되었지요.
아주 잠깐이었지만요.
그때 모두들 만선의 기쁨에 출렁였는데 우리 아버지만 기술 부족이었는지 빈
배로 돌아 오셨지요.
그간 부족을 몰랐던 언니는 발을 동동 구르고 학교 안가겠다고 떼를 쓰는 겁니다.
그때 우리 누렁이의 희생으로 등록금의 일부를 충당힐 수 있었지요.
위로 5년, 아래로 5년 형제간 터울이 길었던 우리 형제들은 서로 공유 할 수
있었던 아동기가 적었었지요.
해서 방과후면 늘 붙어 다니던 나와 누렁이의 사이엔 끈끈한 정이 있었는데...
어느날 방과후에 집에 와 보니 늘 날 기다리던 누렁이는 보이지 않고....
옆집 인순이가 보았다는 개장사의 오토바이뒤에 매달려 갔다는 누렁이를 찾아
동네를 샅샅이 뒤졌지요.
누렁아~ ~ 누렁아~ ~
울며 불며 얼마를 돌아 다녔을까?
해질 무렵이었는데 어디서 끼깅낑 하는 개소리가 들렸는데 그 소리는 귀에
익은 우리 누렁이 소리였지요.
누렁아~ ~
누렁이가 날 먼저 알아 보았지요.
누렁인 오토바이 짐 칸에 네모난 철 틀에 갇혀 있었어요.
그 뙤약볕 아래서, 하루종일 좁은 공간에 갇혀 있었나 봅니다.
가엽어라.
더워서 긴 혀를 헥헥거리며 좁은 틈으로 연신 꼬리를 흔듭니다.
철 틀사이로 손을 흔드니 꼬리를 흔들며 좋아라 합니다.
내가 자신을 구해 줄 구세주인 줄 알텐데....
내겐 그럴만한 힘이 없는데....
발길을 돌릴 수 없어 그러고 있는데 개장사가 다가왔지요.
우리 누렁이 좀 보내주세요. 간절히 애원했건만 삼천원(?)을 도로 가져와
하는 겁니다.
삼천원이 어린 내게 얼만큼의 큰 돈인지는 모르지만 집으로 온 나는
엄마께 매달렸지요. 엄마 삼천원 내주세요. 엄마에게 거절 당한 나는
이번엔 언니한테 사정했지요. 언니 마을 언니들 중학교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데 언니가 학교를 포기 하라구.
마지막으로 매달린 건 내가 믿는 하나님이었지요. 밤새 간절히 기도했건만
삼천원은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다음날 방과후 개장사의 집엘 들렀지요. 개틀은 비어 있었고 아저씨 우리
누렁이 하는데 그만 잊어라 하는 겁니다.
그렇게 누렁이는 내곁을 떠났지요.
누렁이는 내게 아픔의 이름입니다. 힘이 없는 약자의 이름입니다. 가난의
이름입니다. 지키지 못한 약속의 이름입니다. 아니 그리움의 이름입니다.
사랑의 이름입니다.
끝~ ~
*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