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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라면 이런 민원 사례 어떻게 해결하실지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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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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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녁한 포로로마노


BY Dream 2004-06-26

나폴리에서 로마로 오는 기차 밖 풍경은
우리나라랑 비슷해 보였습니다.
완만하고 부드러운 산세며
순하게 생긴 나무들이 두런 두런 서있는 푸른 들녘
낯설지 않은 풍경이 평화롭게 느껴졌습니다.

 

로마의 테르미니역에 도착하여 숙소를 찾아 짐을 풀었습니다.
둘째아이의 일기를 살펴보니

"테르미니 역 근처에 우리가 묵을 호텔을 찾고는
외관만 봤을때는 '완전히 여관이네'하고 실망을 했는데
방으로 들어가 보고는 내마음속으로 별 다섯개를 주었다."

 

이 아들의 마음속으로 별다섯개를 쳐준 호텔에서
우리는 밥을 지어먹었습니다.
이것은 호텔에서는 해서 안되는 짓으로
이런 공개된 방에서 함부로 얘기할일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적습니다.
속이 니글니글거리고 한국 음식이 그리울때
돈 많은 사람이야 세계어느곳에나 다 있는 한국식당에
가서 비싼 한국 음식을 사먹어도 되겠지만
그러기엔 형편이 모자라는 저희는
슈퍼에서 장을 봐다
밥하고 계란프라이해서 고추장에 비벼
삶은쏘시지와 집에서 가져간 김튀김,깻잎장아찌,멸치볶음으로
한상차려놓고 먹으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습니다.

밥배가 두둑히 부르고 뱃속이 얼콰한것이
그동안 지쳤던 몸에 힘이 팍팍 솟아나더군요.

물론 뒷처리는 흔적도 안남게 깨끗이 해야됩니다.

보통 젊은 학생들은 인스턴트 식품에 익숙해져 있으니
한달이든 두달이든
햄버거며 빵 쏘세지만 먹고도 잘 버티지만
우리야 어디 그렇습니까..

비싼 한국식당 찾을 능력이 안되거나
빵 쏘세지로 한두달 버틸 자신 없으면
해외여행같은건 아예 그만두는게 원칙이겠습니다만...

아뭏든 무거운 짐지고 애들 끌고 터덜터덜 왼종일
걷는게 대부분인  사십대 여행자에게
호텔에서 지어먹는 밥이 얼마나 큰도움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인혜엄마께서는
아예 호텔예약하실때 리조텔처럼 조리장이 준비돼 있는곳을 찾아보세요.

푹신한 침대에서 푹신하게 잠을 잔 다음날
로마 여행이 시작됐습니다.

 

다시 둘째아이의 일기를 옮겨보겠습니다.

 

"2003.  8. 7. 무지하게 더움

아침을 먹는데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식당에 들어서자 한국사람들이
식탁위에 컵라면을 올려놓고 피곤한 기색으로 우두커니 무언가를 기다리며
앉아있었다.
자리를 잡고 진원이와 내가 음식을 가지러가니까 그제야 와서는
"왜 써빙을 안하나 하고 기다렸네."그러는것이었다.
그사람들은 컵라면에 뜨거운물을 부어 먹었다.
아침을 먹고 본격적인 로마관광에 나섰다.
지도를 보며 우선 포로로마노를 향해 걸었다.
포로로마노는 옛날 로마시대의 중심가로 신전같은 건물들이 있는곳인데
다 부서져 버리고 기둥만 몇개씩 남은곳었다.
맨 관광지 투성이어서 여기저기 막 돌아댕기면서
사진찍고 구경하다가 콜로세움으로 갔다.
10유로씩이나 내고 들어갔는데 별로였다.
글래디에이터에서 보았던 콜로세움과는 너무 달라서 다른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족은 콜로세움의 관중석 구석 그늘에 앉아서 다리를 쉬다가
'씨에스타'를 하기 위해 호텔에 들어가서 '씨에스타'를 했다.

점심을 먹은후 트레비 분수,진실의 입, 스페인광장 보러갔는데,
로마의 휴일과는 다른  장면이 많았다.
영화에서는 그레고리팩과 오드리햅번이 스페인 광장을 올라가서 진실의 입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가 내려오면서 아이스크림을 먹는데,실제로 진실의 입은 스페인 광장에서
멀리 떨어져있었고
스페인 광장에서는 음식물을 먹을 수가 없었다.
트레비분수의 물은 굉장히 맑고 차갑기도 해서
우리는 서로 물을 뿌리면서 놀고 동전도 던졌다.
진실의 입이 어딨는지 몰라 겨우 겨우 찾아갔을때는 문이 닫혀있어서
셧터문 사이로 구경만 하고
손을 넣어보지 못하고 사진도 못찍었다.
진실의 입이 너무 무섭게 생겼었다.
이탈리아에는 참 볼게 많은것 같다."

^*^
영화좋아하는 이아이가 OCN에서 자주 방영되는 로마의 휴일을 진짜 보았는지
아니면 남편과 제가 주고 받은 얘기를 들어 로마의 휴일을 아는건지는
지금 잘 모르겠군요.
이따 학교에서 돌아오면 물어봐야겠습니다.

 

저희는 여행을 다니면서 이 "씨에스타" 한낮에 낮잠자는 시간이 있는나라에서는
저희들도 숙소로 들어가 쉬었답니다.
그시간엔 정말 현지인들도 밖에 나다니기 힘들정도로
덥고 힘들기 때문에 만들어진 씨에스타를
뜨네기 관광객인 우리가 무시하고 하나라도 더 볼 욕심으로
돌아다니다간 병나기 십상이겠더라니까요...

그렇게 쉬고 버스를 타고 로마 시내 여기저기 한바퀴를 돌고
어스름 저녁이 내리는
포로로마노를 다시 찾았는데....

 

한낮에 그렇게 버글거리던 그많은 사람은 다 어디로 갔는지...

고즈녁한 포로로마노 거리를 천천히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