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병원 측의 오진으로 에이즈 양성을 받는 남성의 사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65

두드러기 잡는 버들강아지


BY 아침이슬 2004-06-25

2004년 06월 25일 20:11:28

 

두드러기 잡는 버들강아지.

 

어둠이 채가시기전 노랗게 익은 살구가 올망졸망 달린 나무 위로
아침 안개가 너울 거리며 넘어듭니다.

꽥꽥거리며 정적을 깨는 오리는 둥지위에 반들반들한 하얀 알 하나를 낳았습니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은 알이 아마도 조금후면 아부지의 약이 될것입니다.
오래전부터 고혈압때문에 키워오던 오리였습니다....

갑자기 열린 문에 밀려 옆으로 콰당 넘어진 엄마는
삐걱삐걱 반질반질 니스칠한 나무마루를 두 무릎꿇고 말등을 하여
다 해진 런닝 걸레로 빡빡 문지르고 계시던 중이었습니다.

엄마..
엄마..나쫌 봐봐
작은 손으로 배를 쉴새없이 긁어대며
얼굴을 못난이 인형만큼이나 찡그린 꼬맹이가 마루로 나섭니다.

아이고마..
야가 또 와이카노.?
눈두덩이는 벌겋게 부어 올랐고, 배며 등이며
바둑알만한 두드러기가 다닥다닥 올랐습니다.
엄마 손에 잡힌 꼬맹이는  허리춤 윗옷자락을 두손으로 움켜잡고
연신 비비며 간지러움을 쫓으려 애씁니다.

니.이..
퍼뜩 또랑에 가서 버들강새이쫌 꺾어 온나..
똥그랗게 뜬 꼬맹이의 두눈이 엄마를 보며 뭔가 애절함을 담고 있습니다..
방에가서 동생 깨와갖고 갔다온나.

어스럼한 어둠이 아직은 어린 꼬맹이가 감당하기엔 두려운 시간입니다.
또랑은 산아래 골짜기에 흐르기에 더욱 혼자가기엔 무리였습니다.
엉덩이를 툭툭차며 잠에 취해 세상도 모르는 동생을 깨웁니다.
나쫌 따라가자. 안가겠다고 몇번이나 이불속으로 숨어 들던 동생이
눈을 감은채 벌떡 일어나 앉습니다..

가끔씩 밤에 대문간에 붙어 있는 변소도 가야하고,
변소앞 닭장에다 대고
"닭아 닭아 닭아 밤똥일랑은 니가 갖고 가고 낮똥일랑은 나를 도고(달라)"
하며 주문을 외워줄 이도 꼬맹이였고,
또 가끔씩 숙제도 봐달라 해야되고,
또 가끔은 고무줄 놀이도 같이 하자해야하고.
따라 가지 않고는 안될 이유가 너무 많이 생각났습니다.

꼬불꼬불 밭언덕엔 원츄리가 길게목을 올려 진주홍의 예쁜꽃을 쑤욱 밀어 냅니다
돌담으로 된 논두렁엔 돌틈에서 뿌리내린 빨간 산딸기가 줄줄이 매달려 있습니다
새벽에 따라와준 동생에게 한줌 따주어 미안한 마음을 대신했습니다.
입안에 넣은 산딸기의 향긋한 맛에 상쾌함이 몸속으로 스밉니다.

또랑가엔 이른봄에 예쁜꽃을 피웠던 버들강아지가
파란잎 무성하게 하늘거리며 시원한 아침공기를 마시느라 두팔을
벌리고 서 있습니다.
나무가지사이에 얼기설기 쳐진 거미줄엔 이슬방울이 대롱대롱 달려 있습니다.
나뭇잎을 흔들며 거미를 몇번 위협하니 어디론가 숨어 버리고 거미줄만이 빈그네처럼 흔들거립니다.

똑똑 부러지는 소리가 아닌 터덕하는 소리가 나무 꺾는게 쉽지 않음을
얘기 합니다..
한참 물오른 나무 껍질이 잘떨어지지 않고 미끄러집니다..
이른봄에 동무들과 나뭇가지 꺾어 손으로 슬슬 비벼내 만들어 불던 버들 피리

생각이 납니다.
금방이라도 두손으로 떠 마시고픈 하얀 모래 바닥을 드러낸 깨끗한 물에
발이 빠져가며 한아름 꺾은 버들강지입니다.

가슴가득 안은 버들강아지가 길 안내를 하는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앞은 보이지 않고 감각으로 발을 내딛는 고무신에서 질꺽질꺽 물소리가
아침 인사를 합니다..
하품을 하며 뒤를 따르는 동생의 발소리에 무서움이 달아 났습니다.
집에서 부터 졸졸 풀려 나오는 실처럼 동생은 꼬맹이 엉덩이에 바싹 붙어 가늘게 발자욱 소리를 냅니다.

마당엔 엄마가 피워놓은 장작개비가 훨훨 타고 있습니다..
부지깽이가 휘 저은 장작개비에서 눈보라가 치는듯 빠알간 불꽃이 피어오릅니다.
꼬맹인 버들강새이를 벌건 불위에 턱 던져 넣습니다.
피식 하며 불꽃은 사그라 들고 하얀 연기만이 초록잎 타는 냄새를 풍기며
뭉턱뭉턱 올라 옵니다.

두손으로 연기를 받아 봅니다.
뜨겁지 않지만 손바닥을 간지럽히며 솔솔 피어오릅니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스며 나오는 연기가 신기합니다...

꼬맹일 연기 앞에 쪼그리고 앉게 한후 엄마는 만세를 부르라 하곤
윗옷을 벗겨버립니다.
등을 버들강아지 가지에 연기를 잔뜩 묻혀 쓸어줍니다.
배도 얼굴도 연기를 묻혀 슬슬 쓸어줍니다.
으례 연기는 매운 것이었지만 버들강아지 연기는 하나도 맵지 않고
향긋한 나뭇잎 타는 냄새가 납니다..
한참을 그러고 보면 성하던 두드러기가 차츰 사그라 들기 시작합니다.

엄마손은 역시 약손이었습니다.
엄마손은 약손이다...엄마손은 약손이다.
꼬맹이가 중얼거린 소리가 자꾸만 머리속에서 메아리되어 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