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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 맞히기


BY 후지 2004-06-16

 

 

고백하건데 나 또한 사이버 작가방 어떤 분의 열렬한 팬이다.

다른 이들의 글 또한 놓칠 수 없는 것들이어서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읽고,

그 글들에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깨닫지만, 

그 분의 글이 지금의 내 정서에 가장 잘 들어맞는 것같고, (글은 그 저자의

정신 연령에 이르러야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생활 환경이

비슷해야 더욱 공감할 수 있다.)

그래서 매번 무릎을 탁 치며 공감을 표하는 것이다.


글이라는 것이 생각나는대로 술술 써지는 것이 아니어서

태생적으로 ‘글발’을 가진 분들이 있다는 걸 전제할 때(부러울 따름이다.),

그분도 그런 분중의 한 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게 온라인에서의 글읽기를 계속하다보면

한번쯤은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맞대고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누고픈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인터넷을 접하면서 처음으로 취미가 같은 이들의 모임에 가입을 했었다.

회원 모두가 아줌마들이었고 취미가 같아서였는지

게시판에서의 글은 중고생들이나 주고받을 유치찬란한 것들이었다.

그것이 재미였고, 나이를 잊은 통쾌함이었다.

첫 번째 번개였다.

순전히 그 모임 하나 때문에 옷 한 벌을 마련했었고, 결국은 겉도는 느낌이

싫어 후다닥 벗어 던져버리고 갔던 기억이 난다.

만남의 장소에 조금 늦게 도착한 나는

대여섯명의 아줌마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을 그냥 지나치려하다가

혹시나? 하고 물었었다.

"혹시 무슨무슨 모임아니예요?"

맞댄다. 그들이란다.

얼마나 놀랐었던지?

그토록 유치찬란한 문구를 써가며 헤헤거리던 여인들이 저리도 늙은(?)

여인들이었단 말인가?

도대체 그동안 그들을 어떻게 그려왔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직도 고등어 등처럼 파란 젊음을 가지고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했었나보다.

이런 ㅉㅉ, 네 자신을 그리도 모르느냐? 물으신다면 ‘난 정말 몰랐었네.’다.

나 또한 푸르던 젊음이 한 켠으로 빗겨나가 있음을 몰랐었고,

그때서야 다른 이들을 보면서 내 모습을 반추했던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하고도 재미있었던 것은,

아이디와 그들이 닮아 있더란 것이다. 닮았다는 것이 추상적으로

들리겠지만 아이디와 그들이 쓴 글들로 인해 그들을 알아낼 수 있게

되더란 것이다. 한 사람도 틀리지 않고 아이디 맞히기에 성공했으니까 말이다. 

(혹시, 내 아이디 ‘후지’를 보고 ‘후지다’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나?)

 

이렇듯

아이디 하나 만으로도 그 사람의 냄새를 맡고 좋아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지금까지 쌓아온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현대인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Name Value'라는 것을

많은 분들은 이 방에서 이미 가졌고,

그런 만큼 나서지 않고 지켜보는 수많은 팬들이 있을 것이다. (나와 같은)

늙었던, 곱던, 이제는 알고픈 마음도 없고,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

다만, 아이디만으로도 읽어낼 수 있는 그런 느낌들 그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들을  글로써 많이 남겨주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