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경 선생님 계세요? ''
아침에 전화벨이 울렸다. 드디어 기다리던 전화임을 직감으로 알아차리고 한번 더
울리기를 기다렸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수화기를 들었다.
'' 많이 기다리셨죠? ''
'' 아.. 네.. ''
'' 축하드리구요.. 내일 나오실수 있죠? ''
일년하고도 한달째이다.. 발목이 망가져 버리고 망가져 버린 발목이 원망스러워 하루하루
곤혹을 치뤘던 시간이 그렇게 벌써 날 가둬두고 있었다..
오전 3시간 근무가 가능하길 바랬지만 워낙 오전 지원자가 많았기에 오후를 생각해보라고 했었고 난 ok 하고 말았다..
코디네이터 간호사는 투철한 서비스 정신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고 그래서 어떤 두려움이
먼저 날 기다리고 있었고 하루동안 오후에 딸아이를 어찌 할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니 관둘까 .. 하는 망설임과 찾기힘든 파트타임 근무라서 미련이 남아돌았다..
'' 엄마. 오후에 4시간만 일할껀데 너 잘할수 있지? ''
'' 오후면 아침이야? 점심이야? ''
'' 오후면 점심인데.. 너 피아노 학원 갔다오면 2-3시간만 있으면 돼. ''
원래 아이가 어렸을적부터 놀이방을 시작으로 풀타임까지 근무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아이는 어디서든 적응을 잘했었다.. 그리고.. 일년 한달동안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날
들볶아댔던 자아찾기에서 이젠 손을 놓고 싶었고 아이의 응원이 필요했다.
'' 알았어. 한다고 전화해. ''
썩 내키지 않는 인터뷰였었고 그리고 결정은 내 몫으로 남았다.
남자는 말로는 알아서 결정하라고 했지만 요즘 남자답지 않게 여잔 집에서 아이 돌보고
살림하는걸 원했다. 물론 말로는 일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하라고 했지만 병원근무하면서
어쩌다 갖는 회식자리도 싫어했고 회식을 하고 집에 돌아올때도 늘 핸드폰에서 확인작업
하는걸 잊지 않았었다.
난 .. 지금 핸드폰이 없다.
아마도 일을 다시 시작한다면 아이를 위해서 다시 핸드폰을 구입해야 하겠지만 내게
핸드폰은 자유롭지 못한 언어소통으로 짜증과 반감만 안겨다 주곤 했다.
'' 핸드폰 언제 살꺼야? ''
'' 이담에 .. 나 일 다시 하게되면.. ''
'' 그냥.. 사자. 내가 답답해. ''
남자와 여자의 언어수단이 가로막혀있던 지금의 사는 모양새에서 이젠 좀 달라져야
할것같다.
아직은 .. 좀..
새로운 분야에 대해 긴장와 설렘이 날 헷갈리게 하고 있다.
그래.
일년동안 그리고 한달째 날 볶아대는거 이젠 그만두자.
근무하게 됐다는걸 메일로 남자에게 통보를 했더니 답장이 왔다.
'' 암튼.. 아직 올리브가 썩지 않았음을 입증하게 된것 같군.. ''
축하 메세지 치고는 삭막한 멘트지만 이번 주말엔 새로운 출발을 위한 자축으로 향좋은
와인 한병 사놓고 아이와 함께하는 프로그램 만들기에 힘써야 할것같다.
축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