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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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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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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짝꿍 영희


BY 로맨티스트 2004-06-06

    삐거덕거리던 낡은 나무책상 가장자리에 삼팔선긋고
    딴집 살림허듯 괜한 트집을 잡아 서로 눈을 흘기던 짝궁..영희
    더러 나무걸상을 흔들거리다 너의 토실헌 엉덩이가 내살에 부딪히면
    내얼굴은 금새 홍당무 되어 괜스레 교실창밖 먼산을 보곤했지


    몽당연필 까만심지에 침 발라대며 받아쓰기에 열중하던
    그 어린날의 수업시간에
    까만칠판속에 꿈틀거리던 하얀 분필글자보담
    내짝궁 영희의 귀밑머리 하얀솜털과 뒷가르마 까만점이
    유난히 더 잘보였던 그때 그 철없던 시절


    살구씨보다 조금 더 봉곳히 솟아오르던 짝궁의 앞가슴에
    내 철없던 관음의 눈초리가 슬쩍 비껴갈때면
    난 그날 하루 성숙한 아이가 되었다


    이따금 물기에 젖은 너의 긴머리칼에서
    젖비린내가 톡톡 튕기던 비오는날이면
    교정입구에 유난히 샛노란 우산을 들고
    너를 기달리던 이쁜 너의 엄마


    난.. 멀뚱그레 오지도 않을 내엄마를 기다리는 척 하면서
    교실밖 창틈새로 그 비오던 하늘을 바라보며
    너 보란듯 삐죽히 얼굴을 내밀곤 했었지


    수업이 파한뒤 비오는 날의 어수선했던 학교교정에
    앙증스런 빠알간 고무장화에 샛노란 너의 우산
    세월이 흐른 오늘, 내 기억언저리에 그때보담 더 짙은색깔로
    찬찬히 다가오는데..


    졸업식날 우린 언제고 또 만날수 있으리란 여유를 부리며
    서로 헤어짐의 아픔을 모르는척 했지만
    벌써 수십년 더지난 오늘 나의 창에
    그때 학교 담벼락 여름날 무럭 자라던 해바라기 마냥 훌쩍 커버린
    유년의 짝궁에 대한 그리움


    그날처럼 비가 올것같은 이 밤에
    창틈 삐죽이 오지도않을 누군가를 기다리는듯
    무심코 바라본 창밖의 횡단보도에
    아득한 기억의 샛노란 우산하나
    시나브로되어 눈에 박혀온다

     

     배경음악 : 뚜아에모아 -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