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엄마의 전화를 받는다. "뭐 하냐..." 뭐 하냐고 묻는 엄마는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것이 궁금한게 아니고 요즘 근황이 궁금해서 전화했을게다... 늘 죄송한 마음이 뒤따른다. 전화를 끊으며 다음엔 내가 먼저 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지만 나보다 항상 빠르신 엄마... "별일 없쟈..." 별일.... 몇년동안 엄마를 속썩게 했던 별 일... 나는 그 별 일로 그동안 불효를 저지르고 말았다. 아무일 없는듯... 둘째딸 편안하게 잘 살고 있는 모습 보이려 가장을 했건만... 계속 물어오는 안스런 물음에 내 목소리는 젖고 만다. 그래서 또 들통났던 지난 날들이었다... 꿈자리가 뒤숭숭하다고.. 통 연락없다고 먼저 전화를 걸어오시는 엄마.. 지옥같았던 내 집을 탈출해 엄마와 잠깐 있었던 날들..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엄마의 가슴에 대못을, 그것도 뽑아내지 못할 대못을 박은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물론....과거지사 모두 잊고 지금 잘살고 있으면 그것으로 엄마는 불안덩어리를 내려놓으시겠지만.. 항상 술을 입에 달고 사는 남편을 둔 이상... 그 불안함은 가시지 않는 모양이다. 나도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꽃으로 뒤덮힌 요즈음... 조막손 펼치듯 열려지고 있는 푸른 잎새들 보는 재미와...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꽃 향내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만나는 강가의 새벽 두루미와 청둥오리 등.. 자연의 조화로움에 빠져 있는 나의 여유로운 일상들이 '별일' 일어나지 않는 요즘 행복하기만 하다. "얘....별일없는거지? " 하며 걸려오는 친한친구의 전화에는 눈물반 수다반 집어넣어 그 별일들을 떨궈내곤 하지만.... 엄마의 안부전화에 솔직하질 못한 것은 나 뿐만이 아닌 모든 딸들이 생각하는 엄마에 대한 사랑 그것 아닐까? 어제 하루종일 엄마는 033 으로 눌러야 할 지역전화를 032 로 눌러대면서 받지않는 엉뚱한 전화기만 바라보면서 둘째딸에게 생긴 엄마만의 '별일'에 불안하셨나보다. 편안히 잘 살고 있는데..... 손폰을 잘 하지 않는 엄마는 그제서야 폰번호를 찾으려 수첩을 펼쳤다가 지역번호가 잘못된걸 아시고 안도의 한숨을 내셨다고..... "별일 없는거지?" 하며 되물으신다. 사람 사는것이 마음먹은대로 살수만 없는 법... 평탄하게 '별일'없게만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별일 걱정하시면서 먼저 전화걸어 오시는 엄마께 늘 죄송하다. 다음엔 정말 내가 먼저 전화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