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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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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짧은 생각...


BY 얼그레이 2004-03-21

모벤처회사에 다니는 남편은 평일엔 열두시넘어서 퇴근하는 것두 모자라서,

주말도 휴일도 회사에 저당이 잡히채로 단촐한 세식구의 가족나들이는

어느듯 먼 옛날일처럼 여겨진듯 했으나....

그러던 남편이 토요일날 모처럼의 여가시간을 제안합니다...

문득 에세이방에서 바다새님이 가족단위로 자동차극장을 갔다왔다는 글이 떠올라...

늘상 아이핑계로 미루어왔던 영화관람을 모처럼 시도했습니다...

'실미도'라는 영화의 내용은 익히 다 아실것 같아서 감상문과 함께 건너뛰겠습니다...

제가 전해주고 싶은 메세지는...

다른게 아니라...

올해로 아직은 풋풋한 결혼생활이라고 하기엔 너무 넝글맞은  5년차로 접어드는 울부부의 유치찬란한 대화를 머리식힐겸해서 잠깐 들려줄려고 합니다....일부글은 미성년자에게 다소 부적합한 글입니다...

 

# 무제1

 

모처럼의 가족나들이에 들떤 나는 정성드레 화장을 곱게 하고난후, 굵은 맞주름이 정갈하게 잘 잡혀진  다소 긴기장의 하늘거리는 플리츠스커트를 옷장에서 꺼내어 입습니다...

남편이 먼저 말문을 엽니다..

'자동차극장에 가면서 무신 화장을 하노? 자동차안에 있을거면서'

'와, 화장하면 안 되는데?...기분전환할겸해서 한번 해봤다..와? 누가 봐달라고 화장을 하나...기냥 내 만족에 한다 와 ...'

그러곤 잠시 침묵이 흐릅니다...

'엄마야, 우짜노? 치마자끄가 안 올려간다...얼마전만 해두 헐렁했는데...그 사이에 살이 이렇게 많이 불었나...다 당신 때문이다..이게..'

'그게 와 내 때문인데...'

'엄마야, 장난아이다..진짜 자끄가 안 올라간다..우짜노? 당신이 내 살찌울라꼬 밤마다 집에 들어올때마다 먹을거리를 잔뜩 사들고 들어와서 이레 됐다 아이가...'

'뭐라카노? 보기만 좋구만...가슴도 전보다 더 커보이는게...'

'가슴 커진것도 이젠 부담스러워서 싫다...이눔의 가슴도 작을때가 좋았지...걸어다닐때 영 불편해서 죽겄다'

남편과 28개월된 아들 둘은 나란히 서서 치마자끄를 잠글려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있는 나를 곯려주려는듯 일부러 뚫어져라 쳐다보고있습니다....

전 그 두남자에게 이렇게 버럭 화를 냅니다..

' 뭘 보노? 뻘줌하게...둘다 당장 나가!'

큰남자와 작은 남자는 입에 자끄를 채우고 군말없이 쪼르르 나가버립니다...

 

# 무제 2

 

외출준비를 다 끝낸 세식구는 흰색자가용을 타고 자동차 극장으로 향해 갑니다...

앞좌석왼편에 앉은 남편이 운전을 하고,

뒷좌석엔 나와 아들이 나란히 앉아있습니다...

운전하는 남편이 지루할세라 제가 먼저 입을 뗍니다..

'여보! 우리 왜 자동차극장을 갈 생각을 미처 못했노? 꼭 영화관에 갈 필요가 없다 아이가..시끄러운 애 땜에라두'

'글케 말이야, 왜 그 생각을 못했지'

'그건 그렇고, 당신 자동차극장 첨 가는거 맞재?'

'응, 첨 간다'

'아이고,  장가도 늦게 간 사람이 우짜가지고 여자랑 자동차극장에도 한번 못가고..헛살았네'

'그런 당신은 마이 가봤나?'

'고럼, 난 많이 가봤재'라고 시침미를 뚝떼면서 능청스럽게 대답을 합니다...

사실은 저두 첨 가는겁니다...

남편은 한참있다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사실은 자동차가 없어서 못갔지 뭐...아이다, 자동차가 없는게아니라 운전면허증이 없어서 못갔지 뭐'

전 남편이 했던 말을 역으로 거슬러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고로 운전면허증이 없어서 자동차도 자연히 없고, 자동차가 없으니 여자를 못 꼬시고...여자를 못 꼬시니까 자동차극장엘 못가고...고런 얘기 아이가'

제 말에 남편은 가짠다는듯이 빙긋이 웃습니다..

그 사이에 제 옆에 앉아있던 작은 남자는 앉은채로 머리를 구석에 쳐박고 벌써 곯아떨어져 있습니다...

 

# 무제 3

 

세식구는 저녁 7시에 시작하는 자동차극장에 사십분넘게 일찍 도착했습니다...

작은 남자는 깨고락지자세로 푹 퍼질러서 여전히 잘도 잡니다...

남편은 아주 느끼한 목소리로 이렇게 제게 말을 건넵니다...

'당신, 이제 앞좌석으로 오지그래'

빼는척 머뭇거리다가 차뒷문을 열고 앞좌석으로 가서 남편옆에 앉았습니다...

얼마뒤에 남편과 내가 앉아있는 자동차의 약 사십미터지점에서 한 젊은남자가 여자친구를 등에 업고 우리앞으로 터벅터벅 지나갑니다...

'쟈들 와 카노?'라고 말하면서 남편은 킥킥거리며 웃습니다..

'냅 둬라...한참 좋을 때인데 뭐...업고 싶어도 무거워서 못 업는 사람도 있는데'

한참을 있다가 남편은 특유의 니끼한 눈을 지긋히 떠며 고개를 내게로 돌리며 속삭입니다...

'당신이 오랜만에 내 옆에 이렇게 앉아있으니까 막 흥분된다...당신은 흥분안돼?'

'아이구, 또 시작이다...이 아자씨...그놈의 레퍼토리...좀 고만해라...아이구 지겨워라'라고 남편의 등짝을 후려치며 면박을 줍니다....

이런 남편의 짖궃은 말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고 하는 고질병중의 하나입니다...

친정이나 시댁에 어른들이 앞에 버젓이 있는데두, 남편은 내가 자기옆에 있는 때를 놓칠세라 귀에 속닥거리며 늘상 하는 말입니다....

그럴때 마다 저의 입에서 나오는 레퍼토리 또한 늘 한결같습니다...

차안 두남녀가 이렇게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멀직히 떨어진 백운호수 둔치위엔,

소담한 체구의 한여자가 남자친구를 등에 업은채로 낑낑거리며 걸어가고 있습니다...

둔치위로 손가락을 가리키면서 제가 음성을 높이며 말합니다...

'여보! 쟤들 좀봐!'

차안에 있던 두 부부는 박장대소하며 웃고 맙니다...

'으하하하!!!'

'오늘은 별 이상한 아가들이 참 많네' 라며 남편은 웃으며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