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아홉 살의 외로움 (소 심)
뜨겁게 달구어진 옥돌 매트를 깐 침대 위에서 나른해진 몸을 누이고
늦은 저녁 낭랑 18세의 상큼한 유혹에 빠져들어서 혼자만의 행복에 젖어 있을 즈음
'메세지 왔다'라고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터져 나온다.
딸애의 소식인가? 하고 휴대폰을 눌러 보니......
'친구 잘 지내나'라는 청주에 있는 친구의 안부다.
'잘 지내고 있다' 라는 답변을 보내니 답장이 너무 짧다는 타박이 온다.
'눈이 잘 안보여서'.....라고 답장 문자를 보냈다.
'눈이 잘 안 보이는 것이 아니고 논이 잘 안 보인다고 히히히히 '친구의 답장이다.
어두워진 시력으로 문자 메세지 보내는 늙은 친구의 실수에 대한 우정어린 친구의
타박이다.
'에구 휴대폰 글씨도 제대로 보이질 않네" '그래도 아직은 늙은 티는 내고 싶지 않네'
불을 밝게 켜고 또다시 여러 번 문자를 주고받아 본다.
'홀로 있어서 재미없다'라고 했더니 '나도'라는 답변이다.
핵가족에 아이들 장성해서 외지로 출타한 밤! 남편들은 일에 밀려 늦은 시각까지
가정으로 돌아 올 기약이 없고........
'외롭다'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친구도 '나도'라고 답장이 온다
.
산다는 것이 이런 것이다. 열 아홉에는 망망대해였던 바다에서 꿈을 안고 있었고 스물 아홉 살에는 아이들의 초롱한 눈망울에 휩싸여서 바삐 흘러가는 시간 속에 묻혀서 뒤돌아
볼 여유도 갖지 못한 채 모성본능이 주는 사랑의 감정에 쌓여 살았고...
어느새 서른 아홉을 넘어 마흔 아홉이라는 한계에 도착한 지금 홀로 외로이
늦은 밤을 지새며 있다.
얼마 전 유난히 성공한 남편을 둔 친구가 외로움에 지쳐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토로해
오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그 때 폭팔 직전의 친구에게 짧은 지혜를 다 출동 시켜서 친구의 기분전환을 시켜 주지 않았던가. 그런데 막내 마저 객지유학을 보낸 뒤 며칠간의 가슴앓이를 지금의 내가 겪고 있질 않는가.
입이 심심해 진다는 것을 실감하는 나이가 되었다.
평소 즐겨하지도 않았던 박하사탕도 사다 나르고 천 원에 네 줄씩이나 주는 야쿠르트도 사다가 냉장고를 잔뜩 채워 두었다.
다가오는 외로움과 고독함을 넘겨가기 위한 수단과 방법으로.........
맛나게 먹어줄 아이들을 위한 찬거리 장만의 횟수도 줄고. 아울러 간식을 사다 준비하는 경우도 뜸하게 되었다. 생활의 활력이 줄어가고 있다. 모든 것이 축소형태로 전환이 된다.
'무릎에 바람이 들어온다'가 가슴에 와 닿고 있다.
'잘 하던 일상의 일에도 등한해 지고 모든 것이 나른해 지면서 의욕의 상실이 오기도 한다'
마흔 아홉 살이 전해 주는 외로움에서 늙으신 노모의 적막한 외로움을 느껴본다.
살아가면서 자주 "일하기 싫다'고 되 뇌이던 늙으신 노모의 세월의 한을 깨달아 본다.
'친구야 행복해라'
'너도'
지천명을 코앞에 두고서 인생의 깊이를 깨달아 본다. 달고 쓰고 맵고 짜고....
이런 세상 저러한 세상을 경험해오면서 달콤하고 그리워지는 인생의 장들이 있다.
친구가 몹시도 그리워지기도 하기도 하고 또한 친구를 자주 찾게 되는 때이면서
알 수 없는 외로움이 젖어 들어오기도 한다.
'친구야 우리 마 혼 아홉의 외로움에 푹 젖어 들어 보자"
마 혼 아홉 살에 겪고 느끼는 여러 갈래의 감정의 숲 속에서 한편의 시를 감상하면서
나를 승화 시켜 본다.
맨 발 (문 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 고 있다
펄과 물 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찬찬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 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