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전기숙사에서 공부하는 딸아이가 대학생활을 마치고
컴백 홈을 하게 되어서 짐을 가지러 남편과 짐꾼으로
막내아들을 데리고 나섰다
고속도로를 2시간을 달려 학교도착해서
짐을 실으니 중형차임에도 불구하고 발 밑까지 책으로 채워졌다
그리고 뒷좌석 가운데는 컴퓨터와 프린터기를 앉히니 차 천정까지 닿는다
그리고 양옆으로 겨우 딸아이와 막내가 두 다리를 쭈그리고 앉았다
드디어 서울로 출발
남편은 사람도 무거운데[ 딸아이만 빼고 ]
짐을 잔뜩 실었으니 차가 나가질 않는다며 서울까지 어떻게
갈 수 있을래나 할 정도로 우리 차는 짐 속에 사람이 묻혀야했다
그리고 방학 때만 만나는 형제라서 인지 얼마나 반가워하며
할말이 많은지 ....
어렸을 때는 그렇게도 싸우더니 이젠 서로 죽고 못산다
차에 타자마자 뒷좌석의 두 아이들은 웃고 떠들며 좋아서 난리다
컴퓨터가 사이에 막혔음에도 얘기는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얘기인즉 기가 막혀서 ....
남편과 나는 애들 얘기 들으며 계속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막내녀석이 [대학교 2학년]미팅 날짜를 잡아놨는데
여태까지 "이뿐 걸"이 없어서 맨 날 人生의 낙이 없네 어쩌네
하면서 작은 누나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이다
해서 어떡하면 이뿐 걸을 사귈 수 있는지 노하우를 가르쳐 달라는 것이다
그러자 우리 둘째딸 이때다 싶어서
온갖 직식을 동원하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걸"들이 원하는
남자스타일을 꼭꼭 집어서 미팅에서의 성공비결을 전수하기 시작
우선 미팅 자리가 마련되면 일단 자기가 마음에 드는 "걸"을 마음속으로
찜 해놓고 차나 음료수를 마시면서
첫째:"걸"이 안볼 때 얼굴을 계속 주시한다
둘째: 느낌이 이상함에 그 "걸"이 쳐다볼 때 0.1초 동안 "걸"의 눈과
     살짝 쿵 마주쳐 준 다음 얼른 시선을 돌린다
셋째: 이런 동작을 몇 번 반복하면서 강한 눈빛도 한번씩 날려준다
넷째: 그리고 말없이 앉아서 따뜻한 미소(권상우표정)도 가끔 지어준다
다섯째: 다시 호프집이라도 가게되면
       그 "걸"이 술잔을 거북해 할 때 은근슬쩍 말없이 술을 대신 마셔준다
여섯째: 그러다 어쩌다 손이라도 부딫치면 모른척하거나 눈만 살짝
       마주쳐준다
일곱 번째: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의상을 점잖은 듯 하면서 럭셔리 하게 입어준다
이렇게 하면 백퍼센트 걸 들이 좋아하고 에프트가 들어온대나 어쩐대나???
그렇게 막내녀석은 대전에서 서울 올때까지 승용차 안에서
2시간30분간 미팅에서의 성공 비결을 작은 누나로부터 전수?? 받았다
드디어 디 데이
아들 녀석들의 친구들 [죠니, 싸잡이, 에로, 기조, 소, 용파리(본인)]
떼를 지어 신촌에서 만났고 미팅이 주선 됐다
그런데-----아들녀석의 눈에 드는 이뿐"걸"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희 작은 누님의 가르침대로 행했다는 것
그러자 정말 그 "걸"이 자기한테 호감을 보였다는 것이 아닌가
지 자신도 너무 좋아서 이젠 뭔가가 되는구나...
드디어 성공하나 보다 하면서 속으로 "앗싸"를 하며 쾌재를 불렀단다
오죽하면 3월 16일에 군 입대를 하는데 손을 흔들어줄 "이뿐이"하나 없다고
절규를 하던 넘인데....
그래서 탄력 받은 길에 하지 말아야 할 무리한 요구를 하고 말았단다
아니 누나에게 배우지도 않은 것을 .....
다름 아닌 같이 헬쓰나 다니면서 운동을 하자고....
그랬더니 이 이뿐"걸"이 "저는 운동하는  거 싫어 하구요..방에서 만화책보고
컴터 하는게 더 재미있어요....'라구...
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그 "걸"의 핸드폰번호까지 받아왔다고.
그 날 밤 현관문을 요란하게 열고 들어오며 싱글벙글 이다
그렇게 들뜬 기분으로 며칠동안 혼자서 좋아라 하더니만
하루는 "이뿐이 한테 만나자고 전화 한번 때려볼까??!!1"하면서 방으로 들어가더니
감감 무소식.
이젠 내가 궁금해서 녀석방에 들어가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세상에나 그 이뿐이가 전화를 안 받는단다
그래서 어찌되었냐고??
뭐 공든탑이 무너진거지...
또한 2시간30분 동안 열변을 토하면서 과외?를 해준
작은 누나는 남자친구가 있냐고???
지금 나이가 스물하고 세 살인데도 아직까지 사귀는
아니 사귀어본 경험도 없는 초보라네..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