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반으로 나뉘어 있다.. 비가 올 것같은 날씨지만 끝내 비는 내리지 않고 하늘 위로 드리워진 잿빛 구름이 간간히 비춰지고 있는 햇빛을 희롱하듯 자리다툼을 한다. 강릉 옥계면에 큰 불이 났다는 뉴스를 접하고 병원가는 길목인데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더디 걸리더라도 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먼저 앞서 남편과 함께 강릉으로 향하였다. 새순이 움트면서 봄의 활개짓에 동참하는 꽃나무들이 마음은 무겁지만 나를 설레게 한다. 양지바른 곳에 자리하나 차지하고 피어있는 진달래를 보니 두근두근... 그리운 님을 몰래 훔쳐보다 들킨 듯 가슴이 설레는걸 보니 아직은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생각에 병원으로 향하는 발길이 조금 가벼워진다.. 속이 후련할 정도로 비가 내리면 좋으련만.. 얄궂은 구름은 가는 길목위에 한두 방울만 뿌려줄 뿐 .. 목마른 대지는 뿌연 흙먼지로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걱정했던 옥계면에 다다랐을때... 소방헬기 몇대가 바삐 움직이고 산불진압에 동원되는 듯한 군인들이 몇대의 군용차에 실려가고 있었다. 백두대간이 또 불타고 있었다.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탄핵정국은 먼 나라의 일인 냥 화마는 며칠전 속초를 휩쓸고 가더니 또 다시 이곳을 삼키고 있었다. 해마다 몸살을 앓는 강원산간지방... 안타까운 마음을 보태보지만 어디 마음하나로 불이 꺼질 것인가. 강릉에 들어서였을까.... 멀리 무엇인가 눈에 들어왔다... 분명히 뿌연 대지에 흐린 하늘인데 ....아름다운 색으로 이루어진 반원형... 먹구름을 뚫고 코발트색 무지개가 선을 뵈이고 있다.. 아...무지개.. 얼마만에 보는 아름다운 모습이던가... 실로 오랜만에 선명하게 내눈에 들어온 무지개였다. 아마 영동 산간지역에 비가 내리면서 햇빛과 함께 연출한 무지개같았다... 무지개를 보면 기분좋은 일이 생긴다던데.... 또다시 병원으로 들어가신 어머님의 병세가 좋아질까.. 아니면 남편에게 좋은일이 생기는걸까.. 조금은 억지스러운 희망을 무지개에게 걸어본다.. 어머님보다는 남편에게 좋은일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 나의 본심이다.. 저 무지개가 모든 이의 소망을 들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코발트빛 무지개를 보면서 간절히 빌 수있는 소망이란 일없이 몇년째 있는 남편을 위한 작은 기도랄까...희망의 곡선을 보면서 그 소망하나 살짝 접수시켜 본다. 중환자실 면회시간에 맞추어 만나본 어머님의 병세는 여전하였다.. 졸인 가슴을 며칠동안 가져야 하나... 전화벨이 울릴때마다 콩당콩당 거리는데.... 30분 동안... 듣지도 못하는 어머님에게 빨리 일어나세요...일반병실로 올라가셔야지요... 저왔어요...아범이에요....하며 주절거리는 내가 진정으로 어머님의 회복을 바라는 것인지.. 식구들을 지칠대로 지치게 만드는 어머님의 명이 거두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본 마음인지.... 대관령 산자락에 걸쳐진 무지개는 내 마음을 알 것이다.. 여전히 하늘은.... 잿빛하늘 그대로 병원을 나서는 우리들을 내려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