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바짝 움츠렸던 어깨 위로
살포시 봄햇살이 내려 앉습니다.
기다리다 지쳤다며 토라져버린 마음을 달래기라도 하는듯이
오늘은 더욱더 화사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그동안 하얀 눈이 덮혀 있던 산그늘쪽도
얼음장이 얇아집니다.
가만히 귀 대고 들으면 얼음장 밑으로
졸졸졸 물흐르는 소리와 함께
다급하게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동네 한켠 모래 비탈엔 겨우내 얼었다가 풀린 모래들이
맥없이 아래로 흘러 내립니다.
겨우내 움추러 들었던 날씨가 이젠 완연히 바뀌어
포근한 기세를 내뿜고 있습니다.
겨울잠을 자던 동물과 벌레들도 튀어 나오고
봄기운은 대지를 감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소리 없이 봄은 왔지만
언제 또 변덕을 부릴지 모를 심술때문에
활짝 창을 열지 못합니다.
흡사 아침에 좋았다가도 저녁에 화를 내는
우리 사람들 마음 같습니다.
항상 변함없는 모습으로 살고 싶은데도,
처음처럼 그렇게 살아가고 싶은데도
조그마한 일에도 흔들리고 변하는 제 모습같아
죄송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