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어나더+ 아이함께 시범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65

'김밥을 사는 사람들' 에 대한 고찰...


BY 얼그레이 2004-02-24

오늘도 자정을 넘은 시각, 남편은 일을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아내가 출출할까봐 김밥을 사들고 왔다..
'이시간에도 김밥 파는 가게가 있어?'
'응, 왜 있잖아 역근처에 김밥가게들이 죽 늘어서 있는데...'
'이시간에도 장사를 하는모양이지..근데 넘 맛있다...
 거기가게중 어느가게에서 산거야?...사람들이 늘 길게 줄서있는 그집?'
'아니, 다른가게에서 샀어..'

우리집아파트에서 걸어서 십여분을 가면 먹거리며 유흥거리가 즐비한
번화가가 있다..그곳의 많은 가게들중  김밥가게들을 지나칠때마다
항상 난 갸우뚱거리며 지나가곤 한다...
세곳의 김밥집이 있는데 겉으로 보기엔 가게형태도 거의 똑같고 음식
매뉴도 거의 비슷한듯 보인다..
근데 두가게는 손님이 한산한데 비해, 한가게는 늘 손님이 끊이질 않고
줄이 길게 늘어서있곤 한다..
처음엔 단순하게 생각하기를... 장사잘되는 가게는 아마도 김밥맛이 다른가게에 비해
맛있거나 그집만의 색다른 맛이 있을거라고 간주했다..
하루는 그놈의 호기심이  발동한건지, 각 가게의 김밥맛을 테스트해보기로 작정하고 
각 가게의 김밥을 한줄씩 사다먹어보았다..
비교해본결과, 장사가 잘되는 집의 김밥은 그 속재료끼리 딱 붙어있지않고 대충
싼건지 넘 헐겅해서 먹다가 당근이며 햄이며 줄줄 흘리기가 쉽상이고 맛도
그냥 무난했다..그리고 또 한집의 김밥은 밥이 좀 질어서그렇지 속재료들은 결집이
잘 되어서 입으로 들어갈때 흘리는 일은 없었고, 맛도 앞집과 비교해 못하지는
않았다...나머지 한집의 김밥도 앞의 두집보다 맛도 모양도 나았으며 나았지
못하지는 않았다..김밥에 관한한 나또한 김밥장사치 못지않게 잘 만든다고 자부하기에 나름대로 공정한 평가를 내렸다..

아들놈이 뱃속에 있었을때, 그곳을 지나다가 김밥이 넘 먹고 싶어서
어느가게를 갈까 고심하다가 '에랴 모르겠다' 하며 줄이 길게 늘어선
김밥집의 가게에서 사기로 맘먹고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기다리는게 지겨워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던적이 있다...

김밥집의 예가 아주 단순한 예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내
주관적인 판단과 상관없이 남이 많이가고 선호하는 길을 무턱대고 따라가는
경향이 있지않는지 자신을 되돌아본다...
우린 그 주류를 이루는 대상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부분이
얼마되지 않으면서 그냥 시대흐름이니까 대세니까 어찌됐던간에 그런 흐름에
아무런 여과과정조차없이 편승하고 만다...
물론 선호도가 높고 대중성이 짙은 것은 안전빵이라서 애써 모험같은걸 감행
할 필요도 없고 해서 불안감은 덜수 있다..
그러나 그 주류라고 하는 대상 내지는 문화를 비롯한 그밖의 다양한 영역들
은 과연 실제로 어느정도의 진실을 내포하고 있는지, 그리고 사실과 다른
얼마나 많은 거짓을 담고 있는지 우리나름의 냉정한 판단도 잣대도 없이
맹목적으로 추종한다는게 문제이다...
앞에서 말한 김밥집이 좋은 예로써 각 김밥집마다의 김밥을 직접 사먹고
맛을 음미해보고 평가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남들이 많이 찾으니깐 나도
덩달아 가는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수 있다..

인터넷을 비롯한 그밖의 언론에서 최근에 두드러지게 보여지는 문제들중의 하나인 파퓰리즘(대중영합주의)적 성향...이것은 이러한 대중의 심리를 절묘하게 가장 잘 이용한 케이스이다...
우린 가끔 우리가 가진 개인적 소견을 무시해버리고, 이익집단들이 자신들의 영익을 위해
오늘날 대중화된 인터넷을 수단으로 교묘하게 대중을 포섭하는 파퓰리즘적
손아귀에 놀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든다...
더군다나 한가지현상에 확 잘 달아오르는 냄비근성이 짙은 한국인의 약점을
너무나도 잘 이용한 케이스라고 볼수있는데, 이러한 맹점들은 요즘엔
정치, 경제, 교육, 문화 할것 없이 사회전반에서 두루 펴져있다...
거의 트렌디한 문화가 다 그러하듯 요즘의 가장 대표적인 실례로 스포츠연예신문지상엔
너두나도 얼짱, 몸짱, 웰빙하니 말에 솔깃해지면서 런닝머신은
날이 갈수록 잘 팔리고 성형외과엔 사람들의 출입이 잦아들고, 마트엔
검은콩이 들어간 우유가 잘 나가고...
경제분야에선 분양가의 거품을 운운하면서 그 가격은 여전히 하늘을 찌를듯 치솟고,
교육분야는 또 어떤가! 사교육비 덜먹이면서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의식변화를 도모하기보단 오히려 교육제도의 헛점이니 공교육의
미비함을 더욱 부추킴으로써  더 많은 학원들이 양상되는 결과를 빚고있다..정치는 그중에서도 그것의 가장 극명한 영역이라고 해도 과연이 아니다...

우리사회곳곳에 이런 대중성과 결부한 상업적노름에 속아넘어가고 있다는걸 전혀 눈치채지못하고 살아가고있다..이젠 이런 흐름에 상관없이 내 주관대로 살고 대중에 영합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바보가 되고 얼띤 사람이 되었다...
얼마전 티비에서 한참 방영되던 광고의 문구가 문득 떠오른다..
남들이 '예스'라고 할때 난 '노우'라고 말할수 있는 줏대를 가진 사람...
이 예는 무조건 남들과 반대로 가는 청개구리심리와는 또 다른 의미를 말한다..
사회가 더욱 불안해질수록 우리는 점점더 대중성에 영합하는 흐름에 의지하고
추종하며산다...그게 마치 진실이고 정답인양...
거꾸로 생각해보며 그게 어쩌면 진실이 아닐수도 사실이 아닐수도 있다는걸
한번도 제대로 평가하고 파악해본적이 없다는것이다..
주류와 다소 어긋나는 현상에 대해 눈꼽만큼의 고려조차하지 않는
그리고 자기나름의 가치판단기준조차 상실한채 앞사람의 뒤통수만 보며 무작정 따라가는
오늘날 우리들의 못난 모습을....
김밥을 사기위해 무작정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속에서 적쟎게 비춰지고 있음을 느끼며 맘한켠이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