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으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맞이하며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정수기에서
따뜻한 물 한컵을 받아, 쟈스민 차 한 잔을 마시는 일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물에 티백에서 푸리한 기운이 적당히 빠져 나와 섞이면,
한모금 입안에 고여 물고, 입 안에서 터지는 꽃향기를 느낀다.
몸 안으로 이슬 머금은 꽃 향기가 스며들어 내가 절로 향기로와 지는 것 같다.
언젠부턴가 즐겨 마시게 된 쟈스민차는 사실,
녹차 성분이 98%이고 나머지 2%만이 쟈스민이다.
그러나 주성분인 녹차와는 확연히 다른 맛과 향을 갖는다.
2%의 쟈스민 때문에 '향기로 핀 쟈스민 차'는 녹차의 두배 값이다.
녹차 는 다시 동규엽 10%에 합하면,
변비에 효과가 있다고 주방 아줌마가 씁쓸하여 얼굴 찡그리며 마시는 동규자차가 된다.
녹차는 쟈스민 차도 되고, 동규자차도 되고 그외 다른 차도 된다.
차의 맛과 향기를 좌우하는 것은 겨우 10%미만이다.
그러고 보니, 사람도 그러한 것 같다.
아주 다른 형태로 다른 얼굴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98%는 사람이니 비슷하고,
그 사람의 독특함이란 것은 2%가 아닐까.
그러나 그 2%라는 수치는,
한 사람을 특징짓는 결정적인 것이기에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다.
살아 있는 자 누구에게나 주어진 24시간, 열 두달, 365일을 어찌 꾸려 나가는 지,
어떤 것을 선택해 가는 지에 따라,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부지런한 사람, 게으른 사람
너그러운 사람, 쫀쫀한 사람
말 많은 사람, 말 없는 사람
알뜰한 사람, 방탕한 사람
향기로운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뉘어 진다.
차의 향기보다 꽃의 향기보다 더 다양한게 사람의 향기다.
2%로 구분 되는 사람의 향기.
나는 어떤 향기를 뿜으며 살고 있을까.
시판 되는 음료 중에 '2%'라는 것이 있다.
2% 부족할 때, 2%의 갈증을 채워준다는.
내 삶도 딱 2%가 부족하다.
사랑하는 남편과 잘 자라는 아이들이 있고, 손 부지런할 일이 있다.
그러나 98% 만족 뒤에 남는 2% 갈증이 있다.
그건 영원히 내 몫으로 남겨진, 채워야할 갈증이다.
어쩌면 그 갈증을 채워 가는 일이 나의 향기를 만들어 가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목젖을 타고 흘러 내 몸 안에 퍼지는 쟈스민차 향기처럼,
나도 나를 둘러싼 세상에 향기로운 사람이고 싶다.
2%의 갈증을 향기로 채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