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녀석을 데리고 서점을 들려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늘상 p빵가게앞을 지나게 된다...
주머니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빵을 사지 않을땐 그 빵가게쇼윈도우에 내 코를 거의 갖다붙인채 오늘은 어떤 빵이 새로이 진열되었는지 요리조리 탐색한다....그냥 보는것만으론 때론 배가 부른다...
나처럼 빵을 무진장 좋아하는 어느 작가의 말대로라면 빵이라는 말만 들으면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 막 설레이고 흥분될 정도이다.....
빵이라는건 나에게 어느새 아주 특별한 것이 되어버렸다....
누군가로부터 '빵쪼갈이'라는 말만 들어도 나같은 빵예찬론자에겐 아주 기분나쁘게 들릴정도이다....
물론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된 빵은 그런말을 갖다붙여도 과히 기분나쁠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기계가 아닌 손으로 직접 만든 빵에게 하는 그런 표현은 빵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말임에 틀림이 없다...
빵은 특히 식빵은 그 부드러운 속살만으로도 예술이라는 언어를 갖다붙여도 무방하다고 본다...
그 속살은 울아들의 가장 부드러운 속살인 사타구니부분보다 더 부들부들하고 푹신하다....
그런 푹신푹신한 빵을 만들기위해선 웬만한 손아귀의 힘을 가지고선 역부족이다.....
전기밥솥에 밥을 짓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정확한 재료의 양, 노련한 반죽기술, 적절한 온도와 시간등 이 모든것이 딱 맞아떨어질때 멋들어진 빵이 완성된다...
어느 한가지도 소홀이 해서는 안되는게 빵이라는 예술의 속성이다..
이렇게 까다롭고 힘든 과정을 거쳐 만든 빵을 맛을 음미하기보단 단지 허기진 배를 채우기위해 게걸스럽게 마구 먹어대는 남편을 볼때면 괜시리 그 입이 미워진다...
내 예술작품을 음미조차도 하지 않고 아무생각없이 몇입에 해치우다니....
하물며 울아들조차도 그렇게 빵을 덥썩 아무렇게 먹지 않는다....
녀석도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옆에서 많이 지켜봤는지 맛을 즐기면서 먹는것 같다....
엄마의 정성을 아는지 손으로 조금씩 조심스럽게 뜯어먹는다.....
녀석...아빠보다 낫구만...
오늘 저녁엔 파운드케익을 구웠다...
난 이 빵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아들이 좋아할것 같아서 간식삼아 구워보았다....
파운드케익은 다른종류의 빵보다 만들기가 비교적 쉽고 재료도 간단하다....
옛날에 어떤 영국인 할머니가 케익을 만드는 재료의 양을 측정하는게 귀찮아서 모든재료를 1파운드씩 넣어 만들어 보았는데 맛이 괜찮아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는 유래가 있다....
밀가루, 계란, 설탕, 버터를 각각450g씩 동량으로 하니 다른 빵을 만드는것보다 좀 수월하다....
특별히 다른 재료도 필요없다....
만드는 과정이 비교적 쉽고 손이 많이 안 가는것만큼 정이 안가는 빵이기도 하다...나에게있어....
그다지 매력적인 빵이 아니라는건 확실하다....
처음 씹는 맛과 끝맛이 한결같이 단맛이니깐 이 빵엔 매력을 눈씻고 찾아볼수가 없다...
난 갠적으로 달지않고 끝맛이 혀끝에 여운을 남기면서 고소한 맛이 감도는 그런 빵을 좋아한다....
물론 때로는 파이같은 단맛이 나는 빵이 좋을때도 있다....결혼기념일같은 날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첫만남부터 내귀가 듣기에 늘상 좋은말만 해주는 그런 사람보단...
처음엔 좀 딱딱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자아내더라도 날이 갈수록 진국이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 훨씬 정이 가듯이...
그래서 난 바게트빵을 좋아한다....
그 딱딱한 껍질속에 감춰진 부드러이 드러난 속살을 씹을때면 참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딱딱한 껍질조차도 나의 입안에 매력을 맘껏 발산하는 빵이다...
크리스마스를 지내고 나서 조만간 만들어 먹어야겠다....
그리고 오늘낮엔 아들녀석을 위해 크리스마스쿠키를 만들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