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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소송을 하고 있는 중 배우자의 동의 없이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임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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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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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쁜꽃향님의 글을 보면서)


BY 바늘 2003-12-22

덩치는 이 엄마보다 커서 숙녀티가 물씬나는 딸아이~

 

일에 지쳐 고단한 퇴근길 정돈된 주변을 늘 고집하는 나의 성깔(?)머리 때문에

핸드백 던져 놓고  궁시렁 거리며 옷가지 너저분 어지른 딸아이 방을 치우기 시작합니다.

 

좋은 시절에 장만 해준 사각기둥, 천장에 레이스 천까지 늘어진 캐노피 침대~

 

그 침대위를 비롯 이제 공부랑은 담쌓은듯 책상위 까지 주르르 그것도 모자라

방바닥 까지 부산한 외출을 한것인지 흡사 좀도둑이 어지른듯 어수선입니다.

 

그때 책꽂이 한켠에 눈안 가득 들어오는 사진 여러장이 보였습니다.

 

한장 한장 일손을 놓고 선채로 념겨 보니 그안에는 예상치 못한 풍경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얼마전 휴가나온 아들아이가 아빠랑 다정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작년 아니 그전부터 예고전이 있었지만 아이 아빠의 채무관계로 빚독촉에 시달리던

그때 어느날 아이 아빠가 제안을 하였습니다.

 

아이들하고 나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니 서류상 이혼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당시 퇴근후 사춘기 딸아이가 카드사에서 걸려온 전화로 곤욕을 치루며 울먹이던

날이 잦아지고 나또한 우체함에 산처럼 쌓여지는 카드사며 은행의 협박성 우편물에

진저리가 나던 터라 쉽게 그러마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나온 다음날로 서초동 가정

법원으로 가서 드라마 속의 한장면을 연출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에 가던날 평상시 처럼 직장에 출근하여 오전 근무를 하고 실무 책임자인

실장에게 속내를 털어 놓았습니다.

 

혼기가 꽉찬 노처녀 실장은 마침 본인의 아버지 역시 증권사에 근무하시다가

우리와 같은 처지에 놓였던 적이 실제 경험상 있었기에 나의 어려움에 마음 깊이

아파하며 따스한 손길을 내밀고 굳굳하게 마음 먹고 일 잘보고 오시라했습니다.

 

생전 살아오며 남의 것 함부로 탐낸적도 없고 별스런 대과없이 지내온터라 법원에

발걸음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었습니다.

 

나름대로 아들아이 딸아이 반듯하게 키우며 막내며느리로 시집와 홀시어머니 

16년간 봉양하며 가정 살림 충실했다고 자타가 인정하던 저였기에 이혼이란 눈꼽만치도

그려 보거나 상상도 한번 해본적이 없었는데 사람의 일이란 한치앞도 모르겠더군요.

 

가정 법원 입구에 먼저와 기다리던 남편, 아이 아빠와 만났습니다.

 

아이 아빠는 이미 집을 나가 있던 터라 서류상 이혼이라 하였지만 마음은 그간에 

풍랑에 시달리고 부서져 나름대로 냉기가 서려있었습니다.

 

법원 대기실 앞은 각가지 표정의 부부가 군데 군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불륜이 원인인지 서로 눈에 힘을 주며 철천지 원수 보듯 노려보는 부부도 있었고

가족 소풍 나온듯 아이들 까지 데리고 우리처럼 서류상 이혼이었는지 젊은 부부가

웃으며 도란 거리는 부부도 있었습니다.

 

연령층도 천차 만별에 친척을 동반하여 함께 온 부부도 눈에 더러 보였습니다.

 

서류를 접수하고 보니 이혼 판결은 오후에 있다며  법정으로 오후 2시까지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아이 아빠와 나는 마침 때가 점심 식사 시간이라 서초 법원 앞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누구였는지 모르지만 물을 따라주고 수저도 놓아주며 서로 뭘 먹을건지 상의하고  주문을

했는데 아마 전 그때 냉면을 먹었던것 같습니다.

 

무슨 맛인지 모르게 그냥 목으로 넘겼습니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혼을 하고 그날부로 실감도 안나는 이혼녀가

되었던 겁니다.

 

법정에서 판사가 물었습니다.

아이들은 누가 맡으실 겁니까?

 

당연한듯 저요~~

 

판사는 눈을 들어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더니 서로 합의는 하신건가요?

 

네~(합의 뭐 그런것 논할 여유도 없었지만...)

 

아마 그때 판사는 이혼할때 아이들이 걸림돌로 되기에 요즘 세태는 서로 부양 안하려

하는데 당연한듯 너무 쉽게 대답하는 제가 이상해 보였나 봅니다.

 

바아보~~

 

전 바보였습니다.

 

서류상 이혼 그거 다 거짓입니다. 다 가짓뿌렁입니다~

 

날이 갈수록 그 서류상이란 틀이 얼마나 웃기는 게임(?)인지 알게된 것입니다.

 

아이 아빠는 아직도 본인은 부인하지만 증권하던 여자 손님과 음식점을 합니다.

 

2년이 넘어 함께 마주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아이 아빠는 아직도 그여자와 아무런 관계도 아니고 그저 일에 관계라고

합니다.

 

참~ 웃기는 코메디입니다.

 

20년 넘은 결혼 생활에 저축한 알토란 재산 다 날리고 퇴직금 마저  바람에 실어

보내고 어렵사리 11번도 넘게 이사하며 마련한 집마저 ...

 

그러나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그와중에 다행인지

거처할 곳이 마련되어지고 저는 앞만보고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그간에 눈물이요?

 

어찌 다 그걸 주워 담을까요?

 

어쩌면 하늘에 계신 어떤분이 너무 잘나가는 저에게 교만을 주지 않으려

하심 이었는지 모릅니다.

 

아이들은 그래도 아빠가 좋은가 봅니다.

그건 천륜인데 어쩌겠습니까?

 

하지만 전 아이 아빠를 용서 못합니다.

 

살아가며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병들거나 아파도 함께 하자던

결혼의 서약 저 기억합니다.

 

모든 경제적 파탄에 책임도 안지며 도피적 생활을 자처한 아이 아빠를

어디 서부터 이해해야 하나요?

 

난 눈물보다 웃음이 어울리는 여자이고 싶습니다.

 

하루에도 수백번 고객님을 외쳐대는 상냥한 꾀꼬리 상담원도 실증나고 한쪽 귀를

막고있는 해드셋도 때로 획하고 창밖으로 던져 버리고 싶습니다.

 

그냥 꽃에 물주고 반찬거리 걱정하고 김장철에 손바쁜 주부가 난 정말 좋습니다.

 

아이를 키우고 남편을 윤나게 보조하고 어쩔수 없는 솥뚜껑 주부라도

전 그게 좋다는 말입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줌마 그게 전 따악인데

 

세상은 저를 중년의 나이에 색다른 무대위에 살아옴과 판이한 역활 배역합니다.

 

전 털썩 주저 않고 울고 싶은 날에도 그저 웃으며 내가 맡은 배우의 제역활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여자는 그저 남편 그늘이 최고란 어른들 말씀이 떠오릅니다.

 

지당하온 말씀입니다.

 

이혼을 떠올리며 이순간 마저도 마음 아픈 누군가 있다면

결혼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더니 이혼 역시 그런 닮음꼴이라 생각되어집니다.

 

여자 혼자 세상 살아 감은 정말 장난이 아니랍니다.

 

정말로~~~~~~~~

 

그래서 이혼 어려운 숙제입니다. 

 

ps--->이쁜 꽃향님 미운 꽃향님이네요 절 이리 울리시니...내사랑 울보입니다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