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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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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의 청바지


BY 다즐링 2003-12-01

 

요아래 '20년전의 찢어진 청바지' 를 읽고,

나도 30년전의 청바지가 생각났다.

 

십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삼십년전에도 '청바지'는

젊은이들의 최첨단 패션아이템 이었다.

 

지금처럼, 물빠진청바지나 찢어놓은청바지가 아니라

청바지를 빨때마다 물이빠지는, 말그대로 푸른청바지였는데

 

그래도 멋을 좀 아는 '애'들은 돌빨래판에 박박 문질러 빨아서

적당히 물뺀 청바지를 몸에 착달라붙게 입고 폼나게 다녔다.

 

그때당시 교복외에는 변변한 사복도 없던때였는데,

갈래머리 총총땋아내린 여고생들은 만만한 교복을 허리줄이고

치맛단 두어번 올려입어서 최대한 폼나게 입는게 전부였다.

 

어느날,

내친구 황모양이 수심어린 얼굴로 등교해서 들려준 애기가

언니 청바지 몰래입고 일요일날 친구만나러 나갔다가 돌아오니

도끼눈을 뜨고 언니가 머리끄댕이잡고 도리뱅이 치더란다.

 

그잘난 청바지땜에 윤기흐르던 삼단같은 머리카락이 한줌은 빠졌다며

대성통곡을 했다.

<저런! 쯧쯧쯧..... 해도 너무한다. 그깐 청바지좀 입었기로서니 아주 사람을 잡아라>

<야, 저러다 쟤 가출하는거아냐?>

 

아~ 청바지가 몬지 사람을 이렇게 울리는구나!

그래서 내친구 황모양은 청바지에 한이 맺히기 시작했다.

 

나날이 청바지에 목말라하던 황모양은 급기야 얼굴이 반쪽이됬다.

<어머머~ 쟤 청바지 상사병 났나봐>

<구러게~ 나라도 있으면 빌려주겠다만 어쩐다....>

 

내친구 황모양은 수업시간에도 노트에 청바지 그림만 그렸던 것이다.

 

다음날,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우리들은 드디어 결의를 했다.

<상사병으로 사망하는 불상사는 막아야쥐이~ 안그래?>

맞어맞어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이러쿵 저러쿵 불상사를 막기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다다음날!

운동장뒷켠  아주 오래된 은행나무에는....  노란 손수건이 아닌,

흰 종이쪽지가 너풀너풀 흔들리고 있었다.

 

아이들 저것이 뭐지? 궁금해하며 다가가는데..... 거기엔 이렇게 씌어있었다.

 

<ㅇㅇ아!  오빠 청바지 줄여놨다 어서 돌아 오너라~>

 

여기도 저기도 모두 똑같은 글씨가 은행나무가지마다 펄럭이고 있었던것이다.

 

그날 우리의 친구 황모양은 그만 감격? 하여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30년전 청바지 사건이었습니다.

 

그때 그시절을 아시나요?

 

지금은, 청바지도 시간과 장소와 때를 가려서 입는게 기본이고

 

보통 네다섯벌은 가지고 있지않나요?

 

청바지에 아직도 맺힌 한을 원없이 풀어내는 우리의 친구

황모양은,

 

지난 동창회때, 보석이 주루룩 박힌 청바지를 입고 나왔습니다.

 

<야! 황마담!(내친구 별명임)  너 딸내미 청바지 입고 나왔냐?>

 

올 연말 망년회때는 우리의 친구 황모양이 어떤 청바지를 입고 나올까

 

정말 기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