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히 생각해 보니 무슨 일로 말다툼이 시작되었는지 조차도 알수가 없다. 괜실히 서로 언잖은 표정으로 말꼬리 부여잡고 알량한 자존심 대결을 버린것 같은데...
도통 남편은 시간이 가도 굳은 얼굴 그대로 풀릴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내가 먼저 말을 걸까.. 생각도 해 보지만 그 알량한 자존심이 차마 허락칠 않는다.
멀뚱 멀뚱 아무말 없이 혼자서 떠들어 대는 TV만 하염없이 바라보는데...
'여자들이란,,, 조금 살기 힘들다고 자식새끼까지 떼놓고 집을 나가다니...참...'
때마침 비정한 엄마얘기가 전파를 타고 흘러 나오는 참에 혼잣말로 중얼 거리는 남편의 말이 영 귀에 거슬려 나도모르게 한다디 대꾸했다.
"오죽하면,,, 오죽하면 그랬겠어... 남자가 얼마나 못났으면...."
그렇잖아도 서로 심기가 불편하더 차에 내가 던진 한마디는 바로 불쏘시개가 되어 남편의 성질을 돋구는 매개체가 되어 버렸다.
티격태격 여자가 어떻고 남자가 어떻고.... 우리의 영양가 없는 실랑이는 그칠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접전이었는데,,,"으앙~" 작은 아이의 울음소리에 휴전 상태가 되어 버렸다.
아이 안고 달래며 힐끔 힐끔 남편 얼굴을 쳐다보는데...
"참내...치마폭이 바지폭 보다 넓다며 ,,, 여자의 포용력은 감히 남자들이 따라 오지도 못한다며 큰 소리 칠 때는 언제고...."
안방으로 들어가며 내뱉은 남편의 말에 한편으로는 가슴이 뜨끔 했다.
남편 말대로 치마폭이 바지폭 보다 넓다며 여자들이 얼마나 인내하며 참고 모든걸 감싸며 살아가는 지 아냐며 걸핏하면 치마폭 얘기를 운운하던 나였는데...
잠시 머뭇거리며 생각해 보니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참 너그러운 마음으로 모든걸 치마폭에 감싸 안으시며 참고 살아가셨는데 지금은 짧아진 치마 만큼이나 인내가 부족한 것 같다.
어찌 보면 미련하리 만큼 참고 사셨던 우리네 어머니들...
짧은 생각에 미련이란 단어로 매장시키려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기 까지 하다.
미련 뒤에 숨겨진 현명함으로 힘든 세월을 인내하며 가정의 행복을 위해 희생한 것 뿐인데,,, 요즘의 젋은 사람들은 그런 노력을 한낱 미련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유행따라 좁아진 치마폭과 짧아진 치마 길이 만큼이나 인내와 포용력이 줄어든 느낌이다.
쏟아지는 뉴스에 비정한 엄마들의 모습이 비칠때 마다 가슴이 시려옴을 느낀다.
언제부터 치마폭이 이리도 좁아 졌는지...
설령 유행따라 모양은 바뀌어도 그 속에 내재 되어 있는 참뜻만은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문 닫고 들어간 남편이 한참이 지나도록 인기척도 없다.
별 것도 아닌 일에 인상 쓰지 말고 멋지게 한번 웃어 줘야 겠다.
나의 치마폭은 아직 넓다는 것을 남편에게 보여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