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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지금의 이 모던 것이 꿈이었으면 좋으련만....


BY 박 라일락 2003-11-28


 차라리 지금의 이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좋으련만...
 
 실비란 아이디처럼...
 가냘프고 아름다운 그녀를 알게 된 것은 *아줌마 닷컴* 여성사이트에서이다.
 "에세이 방"에서 나의 글을 대하면서
 '언니라고 부르고 싶어요'라면서 서슴없이 나의 곁으로 다가 온 그녀.
 3년이란 세월 속에서 우린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
 늘 메일을 주고 받았지만 그것도 모자라서 오프를 하였고.
 훗날 남편도 우리사이에 끼어 들어서 함께 하기도 하고..
 3번이나 부부동반을 해서랑 동해안의 보잘 것 없는 나를 찾아 주기도 한 그녀.
 
 그녀가 지금 너무 많이 아파서 힘들어 하고 있으니..
 3년 반전에 그녀도 나처럼 유방암을 앓았는데
 그 당시 초기라서 대수롭게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술만 하고서 랑
 병원에서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생략했더란다.
 지금 그녀의 남편은 의사들의 그 당시 실수를 두고 땅을 치고 통곡을 하더이다.
 
 수술 후..
 그녀는 아름다운 삶을 누리려고 운동도 열심히 할뿐더러
 통신으로 많은 사람들을 대하면서 오프모임에도 늘 참여하고.
 원래 고운 심성을 가졌건만 보다 더 베풀고 살려고 노력을 한 그녀였는데..
 
 神의 질투인가..
 지난해 어느 봄날.
 산악자전거 부부모임에서 여행을 하다가 쓸어져서 병원으로 급히 이송되었는데
 몹쓸 암이란 씨 종자가 남아서 뇌로 전이가 되었다고 하더란다.

 그 날부터 그녀...
 너무 힘들게 6번이란 항암치료와 30일간의 방사선치료를 받았건만
 나아지기는커녕 지금은 간과 폐와 골수까지 전이가 되었다고 하니..
 병원에서는 자기들 잘못은 인정 않고
 더 이상은 안되니 포기하고 강제 퇴원을 하라고 아우성이고.
 아~
 이 일을 어찌 할거나...
 
 그녀의 남편.
 생업을 제치고 그녀의 간병에 매달리고 있건만
 한번도 싫은 내색하지 않을뿐더러...
 도리어 자기가 아내 속을 너무 석여서 그런가 싶어 괴로워하면서
 전화 속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 모습을 자주 대하곤 하는데..
 
 며칠 전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그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 달라고 하네.
 '아내가 랄락님 얘기를 자꾸 하면서 많이 보고 싶어하면서
 예전처럼 영덕에 꼭 가기를 원하니 어떡하면 좋을까요?'
 '그래요? 랄락이 모래 서울로 가겠습니다.
 통화 속에서 그녀가 울먹이면서 하는 말..
 '언니 넘 넘 보고 싶어.
 의사가 날보고 날로 좋아진다고 하는데 나으면
 제일 먼저 곧장 언니집으로 갈 꺼야.'
 '아우님아. 내일 모래 이 셩이 너있는 곳으로 갈께'하였더니
 힘 든다고 자기가 온다나...
 아~ 실비 네가 올 수 있다면 오직 좋으랴 만은..
 아마 그것은 이젠 영원한 희망사항으로 남을 것만 같습니다.
 
 엊그제 나의복숭과 그녀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았는데
 그녀는 중환자답지 않게 화장을 곱게 해서 우리를 맞이하였으니..
 나의 왈..
 '실비가 너무 예쁘게 화장을 했네 그려..'
 그녀의 얼굴에는 반가움과 부끄러움의 표정이 18세 낭낭소녀 같아라.
 남편 왈..
 '아 글쎄요. 형님들이 오신다고 며칠째 밤잠을 설치고
 형님들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다고 오늘 새벽부터 화장을 한다고 야단입니다.
 벌써 4번이나 화장을 고치고...'
 
 엊그제는 자기가 살고 있는 수원 부근 천방뚝이 보고 싶다고 다녀왔는데
 병실에 있는 다른 환자들에게 많은 폐를 끼쳤다면서
 떡을 1말도 아닌, 2말이나 해서 나누어주라고 해서 랑..
 그 고집을 꺾지 못하고 간호실과 병실마다 다 나누어주었고..
 형님이 오시면 대접하겠다고
 떡과 과일을 챙겨서 냉장고 가득히 넣어 두고 자꾸만 먹으라고 합니다.

 그녀의 남편.
 산소 마스크를 제거하면 지금이라도 세상을 하직할지도 모르는 아내를 두고
 병실복도에서 랄락의 손을 잡고 얼마나 서럽게 우는지..
 이 뇨자 또한 울지 않으려고 마음 단단히 먹고 갔건만...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지요.
 
 실비처럼 가날픈 그녀..
 늘 타인에게 베풀기를 좋아하고..
 자기처지 보다 낮은 곳에서 머물기를 원하고..
 비록 우리가 통신으로 맺은 인연이지만 소중히 여기면서
 아름답고 청초한 모습으로 내 곁에 다가왔었는데...
 지난해 랄락의 병실 침대머리에서
 자기처럼 병을 이겨내라고 아낌없는 격려를 주기도 했건만..
 아~
 한치 앞의 자기 앞날을 모르는 것이 우리의 삶이던가..
 
 神이시여.
 나의 소원을 들어주십시오.
 이 뇨자가 간곡히 부탁을 드리옵니다.
 그녀의 지금 이 현실이 꿈이기를...
 그리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게 몹쓸 악몽을 깨게 하여주시면 안될까요?
 神, 당신이 지금은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이렇게 짧은 우리의 만남을 주선하셔서
 나의 가슴에 온통 멍에를 남기게 하시는지요?
 이런 슬픈 이별의 고난을 주시려면
 차라리 우리의 인연을 맺지나 말게 하시던지 않고..
 
 홀로 여행을 하여도..
 다른 님을 만나서 대화를 해도..
 살기위해서 목구멍 포도청을 해결해도..
 침대머리맡에서도....
 지금은 오로지 온통 그녀의 슬픈 모습만 떠오르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다시 예전처럼...
 활짝 웃는 그녀의 모습으로 대하고 싶은데..
 그녀가 다시 돌아오는 세월이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참고 기다릴 수 있는데..

 

 

 ***** ------- *****

 

 이 글은 지난 늦 여름.
 그녀를 만나고 와서 어느 통신 사이트에 올린 글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그 날 그녀와 만남이 끝이 되고 말았습니다.

 얼마 전.
 그러니깐 이 달 11월 중순.. 
 왠지 그녀와 마지막 만남 같은 예감이 들어서..
 안진호님과 나의복숭님과 그녀가 살고 있는 수원을 찾았는데
 그 날 따라 전화 연락이 닿지를 않더라고요.
 아마 치료 중 너무 힘들어서 만나기를 피하는 갚다 싶어서 그 냥 돌아왔는데..
 뒷날 통화가 되어 알아보니 응급실에 입원 중이라고 해서  이 뇨자를 안타깝게 하더니...
 지난 밤 그녀가 이 세상 소풍나들이를 접었다고....하네요.
 통신이란 망망한 바다.
 *아 컴*이라는 곳에서 맺은 그 녀와의 인연고리를 이제는 놓아야 하는가 봅니다.


 아!
 어찌할거나..
 눈물만 주르르~~~
 온통 그녀의 환상이 온종일 나의 곁을 떠나지 않으니...
 얼만큼 가슴앓이를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