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버스기사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23

가을하늘 공활한데


BY 나비 2003-11-17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이...
어제저녁부터 쌀쌀한 바람과 함께 테레비에서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두꺼운 옷을 입고 외출하라며 시간이 날때마다 뻐꾹새 마냥 일러준다.

가게앞에서 바라보는 담쟁이는 벌써부터 단풍에 물들어가고 있고,은행나무는 노란 나뭇잎을 날마다 흩트리고 있었지만, 하나씩 주워서 보는 낙엽은 갈증만 더해간다.

북한산 단풍이 절정이라는 말에 미련없이 하루 가게 문을 닫고
북한산에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혼자서 나서는게 익숙하지않아서 친구에게 같이가자 편지를 보내보니 답장이 없다.
그 시간 어느 깊은 산을 다니고 있느라 답장을 못했다며 다음을 기약한다

혼자서라도 갈까 말까 을 망설이다
조금 인공적이지만 아름답다는 과천 어린이 대공원으로 친구와 함께 했다

입구에 두 줄로 늘어선 나무들은 너무 정갈하고 아름다와 감탄이 저절로 났지만 자유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손님맞을 채비에 하나 흐트러짐 없이 정갈하고 단정하게 서 있어야 하는 나무는 다리에 쥐가 나서 곧 주저앉고 싶어하는것만같다

그 위로는 강한 바람이 불어서
마치 노 스님이 절간마당을 긴 빗자락으로 휘~익 쓸듯이
바람은 낙엽을 이리고 저리로 길게 휩쓸어 데리고 다닌다.


차가운 바람에 옷자락을 여미고 친구는 머플러를 꺼내 목을 감싼다.
바람 사이로 잠간씩 비춰주는 햇빛은 난로처럼 따뜻하다.


시끌시끌 떠드는 초등학교 아이들 머리위로 바람은 한주먹 낙엽을 흩뿌려 준다.
햇살과 단풍이 어깨동무하듯 어우러진 곳에서 친구와 함께 사진찍는 그 맛도 쵸콜릿 처럼 달콤한 시간이다.

하루 세끼 나오는 밥그릇 국그릇들을 설겆이 통에다 푹 담궈놓고 잠시 텔레비에 넋놓는 그 시간 처럼,
따가운 햇빛이 내려쪼이는 의자에 앉아 친구가 깍아온 단감을 사각사각 먹으며 별 말없이 있어도 나무가, 하늘이 , 바람이 대신해서 수다스럽다.


비 온 다음날이라 하늘은 어찌나 높고 푸르고 청청한지
어느 한 구석 살짝 찔러보면 물이 주루룩 흘러내릴것만 같다.

차가운 바람은 옷깃을 자꾸만 여미게 하면서도 굵은 소낙비가 오듯이
마른 잎사귀들을 이리저리 내 팽개친다.


노랗게 물든 나무아래 웨딩촬영나온 신부가 하얀 드레스를 부채살처럼 펼치고 앉아 연극배우처럼 환하게 웃고 있다.
주위에 있는 나무들도 조연처럼 같이 웃어준다.
장난스레 신부 콧 잔등위로 노란색 단풍잎 하나 던져보기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