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쌍둥이 할머니는 103살 때 한 인터뷰에서 '오래 오래 사는 것은 예술'이라고 했다. 전까지 나는 기독교적인 영향으로 이생에서의 삶보다 영생에다 더 가치를 두고 살았기 때문에 그 말은 퍽 생소해 보였다. 그러나 점차 할머니의 그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리기 시작했다.
오래 살려면 많은 것을 절제해야 한다. 음식도 아무 것이나 먹어서는 안되고 위험 장소에 가지도 않아야 하고 자기 자신의 몸을 조심스레 다루어야 한다. 몸의 이상을 빨리 알아차리기도 해야 한다. 오래 사는 것 자체가 예술이라는 말이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다.
그후 내 가치관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였는데 쉽게 시작하고 쉽게 끝내는 그 모든 것보다 오래 오래하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된 것이다.
어느 친구를 사귀기 시작할 때의 일이다. 마음이 맞는 것 같아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어린 시절도 아니고 어른이 되어 사귀는 것이니 석달 이상 사귀어 보고 나서 사귈까 말까를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친구라고 부르기도 쉽지 않았다. 지루하게 석달이 지나갔다. 다행히 그 친구와는 아직도 사귀고 있다. 아마도 오래 오래 사귀게 될 것이다. 오래 사는 것이 예술이라면 친구와 오래 우정을 나누는 것도 예술이다.
글쓰기도 그렇다. 아는 이들 중에는 자기가 한때 문학을 좋아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지금도 글을 쓰느냐고 물으면 바빠서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바빠서 쓰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정신없이 바쁠 때는 글이고 뭐고 얼른 일이나 해결하고 보자는 생각이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만약 돈이 오고가고 서류 뭉치가 오고가는 그런 상황이라면 글이 한 줄도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든지 글을 쓰다 그만둔 사람보다는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이 더 글을 사랑하는 사람인 것은 사실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 만난지 얼마 안되어도 사랑한다고 쉽게 말하는 세상에서 한결같은 마음과 꾸준함을 가지고 살고 싶다.
오래 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