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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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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행복


BY 쟈스민 2003-10-29

서른다섯의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여

네살박이 아들을 둔 여동생은

사십여킬로그램의 빼빼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모유로 아이를 토실하게 키웠다.

 

신랑이 가져다 주는 빠듯한 월급으로

알뜰살뜰 살림을 꾸려 가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아 내심 기특해 하던 차에

이번에는 내집장만을 하였다고 하니

언니인 나도 그리 기쁠 수가 없다.

 

휴무토요일이라서 금요일 저녁 퇴근 후

그 아이가 사는 도시로 내려가

이튿날 오전에 장을 보아 식구들 먹을 음식장만을 하기로 했다.

 

엄마곁에서만 맴도는 네살박이 조카를 데리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여

그래도 저 보다는 살림경력이 있는 언니에게 많이 기대는 듯 보였다.

 

친정엄마가 살아계셨더라면

굳이 오셔서 무엇을 해 주시지 않는다 해도

그 그늘만으로도 얼마나 따스한 위안이 되었을까?

내심 마음이 짠해져 온다.

 

동생은 얼마나 알뜰한지 우리 집에 다니러 올 때면

언니 안 입는 옷을 얻어다 입는 것도 마다 않는다.

 

그런 동생이 기특하여

가끔씩은 나도 그 아이의 치수를 눈으로 대중하여

쇼핑도중 하나 둘씩 사 줄때도 있다.

 

백화점에서 마음에 드는 침구세트가 있었는데

너무 비싸서 베개커버 두장만을 사 갖고 돌아왔다던 동생이

어찌나 마음에 걸리던지

이번 기회에 세트로 참하게 갖추어 놓으라는 말과 함께

얼마간의 돈과 짤막한 편지가 담긴 봉투를 내민다.  

 

아직 그 나이면 한창 멋도 내고 싶을텐데도

그토록 살뜰한 모습이 보기 좋아서

늘 내가 먼저 그 아이에게 뭐라도 해줄 것이 없을까?

생각하는 시간을 그 아이는 내게 선물한다.

 

생활형편이 그리 넉넉지 못한 막내 여동생이

늘 그 아이의 마음에 걸렸는지

막내를 위하여 청바지 하나를 골랐다고 하는 동생에게

나도 선물을 받도 싶다고 너스레를 떠는

철없는 언니가 되어 웃음 바다를 만들기도 한다.

 

여동기간에는 이래서 나이 들어갈수록 좋다고들 하나 보다.  

 

새집 장만을 하였다며 달떠서 몇번이나 망설이며 골랐을

산뜻한 장미무니가 그려진 하얀도자기로 만든

수저통과, 주방세제 용기에서

동생이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 아이의 환한 얼굴이 웃고 있다.  

 

나 또한 처음 1년여를 날마다 쓸고 닦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

몇년전의 나를 들여다 본 느낌으로 동생을 바라보니

나를 많이도 닮아 있었다.

 

내 동생들이 그렇게도 부럽다고 하는 언니의 모습이 아닌

난 그저 그 아이들처럼 자잘한 일상의 살림사는 모습에서

더 많은 의견일치를 보이고,

그럴 때 더 없이 편안한 행복감을 느낀다.

 

조금만 따스한 마음을 나누어 주실 부모님이 계시면

더 바랄 것이 없는 모습들이 나의 마음을 적시고 있었다.

 

그토록 어렵던 시절 거쳐 왔으면서도

오남매 모두가 한결같이 맑고 착해서

얼마나 다행이며, 감사한 일인지 ...

 

물은 항상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있다지만,

사람의 마음은 아래에서 위로 흐르기도 하는 것을

그 아이의 마음씀씀이에서 느낄수가 있다.

 

직장 다니느라 고생한다며

저녁 식탁에 앉을 무렵이면 전화걸어

언니의 안부를 챙겨 묻는 동생들이 있어서

이렇게 스산한 가을날에도 조금은 덜 외로운 것 같다.

 

집에서 살림하는 주부로 살아가는 두 여동생들은

직장다니는 내가 무척이나 여유로운 사람으로 보이는지

요즘들어 얼굴에 기미도 없어지고 피부가 한결 맑아 보인다며

화장기 없는 맨얼굴에 칭찬을 늘어 놓는다.

 

그 아이들이 볼 때는 내가 마냥 부러운 듯

뭔가를 넘치게 많이 갖고 있는 듯 보이기라도 하는지 

내 가진 건 다 좋아 보인단다.

 

하지만, 사실은 나름대로 고충은 있다.

 

가을햇살이 거실안으로 넓게 비추이는 오전 나절

한가로이 음악을 들으며

차 한잔의 여유로움을 음미하고픈 욕심이 내게도 있다.  

 

아주 작은 것에서 부터

행복은 스스로 찾으려고 하는 사람에게 오는 것이라고 본다.

 

몇번이나 시계를 쳐다 보며 아침밥을 서둘러 먹고,

시계를 보며 자동차 시동을 걸고,

시계를 보며 사무실로 들어서는 일상은

다분히 빡빡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듯 싶기도 하고,

스스로를 여유로움과는 먼곳으로 데려다 놓는 듯한

아쉬움이 일 때가 있다.

 

하지만, 돈을 벌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다.

 

내가 먼저 누구에게 무엇을 해 줄 수가 있으니까 ..... 

마음을 퍼 줄수 있으니까 .....

 

무엇을 받는 사람은 받아서 기쁘지만,

무엇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것도 받지 않은 것 같지만,

실은 두배 세배로 그 기쁨이 배가 되어 자신에게 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수가 있어서 오래도록 흐믓해진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