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이 군대에 갔다.
몇날 며칠을 송별회라는 명목으로 술먹고 늦게 다니며,
새벽이면 토하고 오전에는 거의 시체놀이를 하던 우리 아들은,
가기 전날은 택시 값을 갖고 경비실 앞으로 나오라는 그런짓까지
하면서, 서울의생활을 마쳤다-지 말로는 속세의 인연을 끊었다나
뭐래나-ㅋㅋㅋ
현역으로 간다면 말도 안해, 고작 한달, 교육 끝내면 집으로 돌아와서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출근을 하는 공익인 주제에.......
그래도 난,
훈련이 만만치 않다고 해서 걱정이 되더구만 누나들이 내가 아무말도
할 수 없게 '그까짖껏' 하고 말을 막기 때문에 난 그저 조용히 가는날을
기다렸다. 그래도 마중을 해야 한다는 나의 바램에,그가 선선히 응해
주어서 우리 부부는 아들을 뒤에 태우고, 소집 장소인 대구 50사단을
향해 떠났다. 대구는 차를 갖고 움직이기에는 만만찮은 거리 였다.
추풍령 휴계소에서 부터 내가 핸들을 잡았는데,
2차선인데다가 공사중이라서 도로는 있는대로 막혔고 대구 시내에 도착
한 시간은 8시 경이었다. 서울에서 부터 6시간이 넘게 걸린 시간이었다.
대구에서 유명하다는 찜갈비를 아들을 위해 저녁으로 먹었다.
TV에서 봤을때보다 덜 맵고 덜 먹음직 스러운 찌그러진 노란 양재기에
빨간 얌념이 되어 나온 찜갈비는, 소문처럼 맛있지는 않았다.
우리 입맛에 그렇겠지 음식점은 연신 들고 나는 사람으로 붐비고,
경상도 말이 귀에 낯설어서 좀 시끄럽게 느껴지고.....
그래도 자세히 듣고 있노라면 여자들의 말씨는 아주 애교가 있게
들리기도 했다.
칠곡이라는, 그러니까 대구에서는 좀 변두리인듯-사실 우린 대구 시내는
초행길이었다- 신흥주택가안에 부대는 있었고 새로짖는 아파트와
새건물과 음식점들이 눈에 띄었다.
잉카라는 모텔에 들었는데 깨끗한 새 건물이고 얼마전에 아들이 서울
쪽으로 군대에 갔다는 주인은 우리와 같은 입장 이라고 어찌나 친절
하게 해 주는지.....
대한민국에 군대에 아들을 보낸 부모의 심정은 똑같은 마음일 터......
머리를 짧게 깎은 아들과 이런저런 얘기로낯선 대구에서 밤을 맞았다,
그다음날,
아점으로 푸짐한 식사를한 우리는 한시간쯤 여유가 생겨서, 그주위에
옻골공원 이란 표지판을 보고 올라 갔는데, 축구를 할 수 있게 운동장이
있었고 중간에 나무 계단을 만들어 주위에 나무를 심어놓은 자그만
곳이었다 , 벤치에 해를 등지고 셋이서 나란히 앉아 있는데, 등이 난로를
쐬듯 따뜻했고, 꼭 양로원의 노인네들 햇볕 쪼이듯 그렇게 그냥
앉아 있었다. 셋이서 저마다 다른 생각들을 하면서.........
누나들과 전화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아들은 기분이 좀 이상해 지는지
현역으로 가면 눈물이 나겠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어쨌든 잠시동안이긴 하지만 낯선곳에 아들을 두고 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좀 이상해졌다.
이제까지 살아오며 수많은 이별을 경험 했었지, 특히 부모님이 소천
하실때, 그리고 아껴주시던 시어머님이 소천 하실때,
그리고 친구가 불치병으로 일찍 세상을 마치던그날......
아주 작은 이유가 붙어도,
이별은 어떤 것이던 싫은 일이다. 아들을 부대앞 길에 내려놓고, 나도
내리면 이상할 것 같아서 그냥 차안에서 아들과 악수를 했다.
한없는 사랑을 부어주며 키운 우리아들! 짧은 기간이지만 무사히 훈련
잘 끝내고 씩씩한 모습으로 만나자는 말을 속으로 말하며.......
그냥 차를 돌려, 우린 팔공산의 갓바위에 갔었다. 가파르고 길어서
힘이 많이 들었지만 땀을 흘려 올라간 정상은 대단 했다. 수능시험이
가까워서인지 절을 하는 사람들이 붐벼서 기념 사진을 찍기도 힘이
들었다. 산위에 부처님이 갓을 쓰고 앉아있는데 그 돌갓이 손을 대지
않은 돌 그대로의 모양이랜다. 아주 가파르고 수많은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나이 드신 어른들은 오르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도
많은 어른들이 오르고 계셨다. 우리부부는 군대군대 있는 벤치에서
줄곳 쉬면서 열심히 올라서 정상의 기분을 맛보았다.
불교에서는 전국에서 세개의 유명한 기도처중에 하나라고 했다-강화
보문사와,남해의 보리암, 그리고 이곳 팔공산의 갓바위이렇게 세곳이
소위 기돗발이 센(?)곳이란다-
내려오는길은 한결 쉬웠고, 밑에서 빈대떡과 파전으로 간식을 하고
서둘러 상경을 했다.
부산에 가고 싶은 생각도 조금은 있었지만, 아들은 군대에 가고, 딸의
결혼을 준비해야하는 우리는 마음이 조급해져, 유유히 유람을 할 기분
이 되지 못했다. 평일인데도 차도 많고 트럭이나 운반하는 차들이
많아서 고속도로는 한가하진 않았다.
어스름해지는 대구의 도시를 벗어나며,
아들이 있는 도시를 벗어나자 서운해졌다. 아들은 군대에 보낼때 섭섭
하고 딸은 시집을 보낼때 서운 하다는데.....
내일부터는 추워진다는데.....그래도 걱정하지 말자.
한달은 쉽게 가겠고, 그때 우리아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곁으로
오겠지,.....
한결 성숙해진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