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10

맞선 이야기<5>


BY 도영 2003-10-20

아침에 눈을 떴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눈부시다.

아름답다.. 모든게..

그로인해 세상모든게 아름답다.

그를 만나기 전..

창문으로 비치는 햇빛을 보며 궁시렁 대던나.

'아씨! 눈부셔 잠을 깨우고 디랄이얏..디랄..'

그를 만난 후..

'아! 눈부셔.. 정말 상쾌한 아침이다.'

조금 느끼한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다 그로 인한 아름다운 변화이리라..

사무실에 출근했다.

직원들이 나를 보며 지네들끼리 수근대기 시작한다.

뭔가 이상하다.

책상으로 향하던 나의 발걸음이 미세하게 떨린다.

나에게는 미세한 떨림이지만 그들에겐 거대한 떨림이리라..

뜨아...

책상에...

커다란 꽃밭이..

'헉.... 이게 무슨일이지?'

빨간 고무바케스에 가득담긴 빨간 장미꽃...

'누구지?'

메모지를 펼쳐 보았다.

'아침 출근길 그대를 닮은 빨간 장미를 보았습니다. 몇송이로는 그대의 아름다움에 견줄 수 없을것 같아 한아름 보냅니다. 이태민...'

야호!!!

나에게도 이런날이 올줄이야..

남자에게 무더기의 꽃을 받을날이 올줄이야..

나를 위해 그 어떤것도 아끼지 않은 그..

아마 그가 나를 정말 사랑하나 보다.

퇴근길...

빨간 장미가 듬뿍 양껏 담긴 빨간 바케스를 들고가는 처자가 있었느니..

다른사람들의 눈엔 꽃파는 아줌마로 보였으리라.

무겁다.

그러나 괜찮다 그의 사랑의 무게이므로...

항상 그에게 받는것만 같아 조금은 부담스럽다.

오늘은 큰맘 먹고 그를 위해 선물을 마련하기로 했다.

백화점엘 갔다.

그를 위해 뭘 사야하는거쥐?

한참을 고민했다.

그에게 딱 어울릴것 같은 체크무니 남방이 있다.

이십일만이천원이랜다.

자그마치 소주 150여병 값이다.

그돈이면 한달동안 술독에 빠져 허우적걸리수 있다.

순간 갈등을 때렸다.. 아주 심하게..

빨간 바케스에 들어있던 장미꽃을 생각했다.

'포장해주세욧...'

카드를 내밀었다.

몇개월로 할꺼냐 묻는다.

수줍게 얘기했다.

"12개월이요"

직원이 나를 쳐다본다.

수줍게 다시한번 또박또박 얘기했다.

"1년이요"

그에게 전화했다.

만나자 했다.

그가 뛸듯이 기뻐한다.

그에게 선물을 내밀었다.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본다.

그가 생각나서 하나 샀다고 했다.

선물을 펼쳐든 그의 손이 가느다랗게 떨린다.

곧 울것 같다.

너무너무 고맙다고 한다.

그대가 고마워하니 나또한 기쁘다 말했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준다는게 이렇게 기쁠때도 있구나 생각했다.

그가 너무 무리하지 않았냐고 묻는다.

마치 재벌이라도 되는냥 별로 비싼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가 나보고 스케일이 크다고 했다.

써야할 때는 아끼지 않는다 구라를 쳐댔다.

그가 나에게 정말 멋지다고 했다.

살림도 알뜰하게 잘할것 같댄다.

여태 월급의 전부를 유흥가에 맡긴걸 모르나보다.

이제부터라도 적금을 부어야겠다.

헬쓰를 끊었다.

그에게 조금더 매끈한 몸매와 날씬한 몸매를 보여주기 위해.. 헬쓰장..

러닝머신위에 올라갔다.

초보라며 3단계까지만 하랜다.

욕심을 부렸다.

4단계로 올렸다.

바쁘게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뛰고있는 내모습이 거울에 비친다.

아름답다...

5단계로 올렸다.

숨이 찬다.

러닝머신에서 몸이 점점 떨어진다.

쿵...

러닝머신에서 미끄러져 그대로 아웃됐다.

사람들이 쳐다본다.

수근댄다.

코치가 옆으로 다가온다.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가 나를 외면한채 러닝머신을 만지작 거린다.

아무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나를 한심하게 쳐다본다.

애절하게 그를 향해 손을 내민다.

그가 외면한다.

씨.발.름...

쩍.팔.린.다!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채 헬스장을 빠져나왔다.

카운터에 가서 환불을 요구했다.

안된단다.

첫날이고 10분밖에 안했으니 환불을 해달라 했다.

계속 우겼다.

억지부리지 말랜다.

그년의 머리끄댕이를 잡아당겼다.

그녀가 해괴망칙한 소리를 내면서 앞으로 꼬구라진다.

순간 그년의 주먹이 날라온다.

나의 콧구멍에서 뜨거운 두줄기 핏궁물이 흐른다.

피를 보고 흥분했다.

이판사판이다.

그년의 X통을 꼬집었다.

순간 그녀가 울음을 터뜨리며 어디론가 달려간다.

나의 완승이다.

사람들이 나를 에워싸고 있다.

승리의 기쁨에 취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헬스장을 빠져나왔다.

당분간 그쪽보고 오줌도 안쌀 생각이다.

돈이 아깝다.

집앞에서 줄넘기를 했다.

옆집에서 울린다고 조심하랜다.

두주먹을 불끈쥐고 쏘아붙이려다 참았다.

내 결혼식의 하객이 될것임에... 빵빵한 축의금 봉투를 들고올 인간이기에..

티비를 봤다.

AB슬라이드 광고가 나온다.

하루 5분이면 충분하다 한다.

바로 주문을 했다.

깜찍하게 생긴것이 상당히 매혹적이다.

앞으로 쭉 내밀었다.

엉덩이가 하늘높은줄 몰르고 올라간다.

포즈가 좀 해괴하다.

엄마가 방에들어가서 하라한다.

아빠보기 민망하다고..

방으로 들어갔다.

앞으로 쭉 내밀었다.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끙끙때며 돌아올 AB슬라이드를 기다렸지만 돌아오지 않는다.

몸을 앞으로 당겨 AB슬라이드에게 갔다.

내가 AB슬라이드를 운동시키는것 같다.

동생이 비웃는다.

나에게 무참히 짓눌린 AB슬라이드가 불쌍하다 한다.

순간 살인충동을 느낀다.

AB슬라이드를 번쩍 들었다.

동생의 얼굴이 하얗게 변한다.

철썩..

엄마가 언제 사람될꺼냐며 나의 등짝을 때린다.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AB슬라이드를 창고 깊숙한 곳에 쳐박아 두었다.

다시는 네 녀석의 꼬라지를 보지 않으리라.

아침에 일어났다.

어깨가 아프다.

그 작은것 몇번 밀고 다녔다고 금방 효과가 난듯하다.

거짓말은 아닌가 보다.

AB슬라이드를 창고에서 깨내 살포시 침대밑으로 밀어넣었다.

동생은 아직도 AB슬라이드만 보면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아직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듯...

어느덧 그로 인해 내모습이 변해가는걸 느낀다.

맨날 술독에 빠져있던 나의 모습이 AB슬라이드에 몸을 맡긴채 엉덩이쳐들고 허우적대는 모습으로..

밥통채 들고 먹던 십습관이 대접을 들고 먹는 모습으로..

그리고..

항상 신경질적이던 김부장의 표정이 생글생글 미소를 띤 얼굴로..

다 사랑의 힘이리라.

오늘은 그를 위해 뭘해야 할지 고민이다.

자꾸자꾸 그가 좋아진다.


------------- *아는 동방 친구 글입니다..